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22-사무장 병원의 업무는 모두 불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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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22-사무장 병원의 업무는 모두 불법인가?
  • 손호영
  • 승인 2023.06.0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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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사무장 병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통 의사가 아닌 ‘사무장(=사무를 총괄하는 사람)’이 의사를 고용하고 그의 이름만 빌려 병원을 세우고 운영하는 병원을 뜻합니다.

사무장 병원은 불법입니다. 의료법 제33조 때문입니다. 의료법 제33조에서는 의사 등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무장 병원은 의사가 아닌 사무장이 병원을 세운 것이니까요. 의료의 특수성을 인정해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기관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이해됩니다. 조금 더 구체화한다면, ① 사무장병원은 사무장 개인 수익추구를 위해 시설안전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화재 등 안전사고에 취약하고, ② 의료인력 부족과 잦은 이직, 과밀병상 등 적정 의료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없고, 환자안전, 감염관리 등에 취약하며, ③ 과잉진료, 환자유인, 진료비 부당청구 등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사무장 병원을 ‘불법개설 의료기관’으로 일컬으며, 7가지 유형으로 구분했습니다. ①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를 대여하여 의료기관 개설하는 경우, ② 비의료인이 의료(비영리)법인 명의를 대여하여 의료기관 개설하는 경우, ③ 비의료인이 의료인과 동업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이상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 ④ 의료인이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 후 타의료인 명의로 수개의 의료기관 개설(1인 1개소 위반)하는 경우(이상 의료법 제33조 제3항 위반), ⑤ 의료인이 자신의 명의로 개설하지 않고 타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하는 경우(이상 의료법 제4조 제2항 위반), ⑥ 의료인이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대여받아 의료기관 개설하는 경우(이상 의료법 제33조 제10항 위반), ⑦ MSO(병원경영지원회사)를 이용하여 복수(단수)의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수익을 배분하는 경우(이상 의료법 제33조 제2, 3항 위반)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사무장 병원을 근절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운영단계에서 적발하기 위해서는 내부자의 자진신고가 필요한데 저조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들 수 있습니다. 사무장 병원이 불법개설 의료기관인 것은 잘 알겠지만, 그곳의 의료인이 하는 의료행위도 불법이 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최근 대법원에서 나왔습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피고인이 단독으로 또는 공모하여 11회에 걸쳐 의료인(공소외1)이 진료를 하는 사무장 병원(비의료인 공소외2가 개설)에서 큰 소리를 지르거나, 환자 진료 예약이 있는 의료인(공소외1)을 붙잡고 있는 등의 방법으로 위력으로 공소외 1의 진료 업무를 방해하였다.”

피고인은 사무장 병원에 들어가 그 곳에서 진료하는 의료인의 진료업무를 방해했습니다. 업무방해로 기소된 피고인을 2심은 무죄로 보았습니다. ‘이 사건 병원은 공소외 1을 개설 명의자로 하여 의료인이 아닌 공소외 2가 개설하여 운영하는 병원이어서 이 사건 병원의 운영에 관한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공소외 1의 진료행위도 이 사건 병원의 운영에 관한 업무에 포함되어 별개의 보호가치 있는 업무로 볼 수 없으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습니다(대법원 2023. 3. 16. 선고 2021도16482 판결).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한다고 하여 그 진료행위 또한 당연히 반사회성을 띠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이때 의료인의 진료 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인지는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형태, 해당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진료의 내용과 방식,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방해되는 업무의 내용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위 판결에 따르면 이제 사무장 병원의 ‘업무’는 구분해 보아야 합니다. ① ‘사무장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업무’는 분명 불법인데다, 그 위법의 정도는 중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반사회성을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로 볼 수 없고, 방해한다 한들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② 하지만 사무장 병원이더라도 ‘의료인의 진료 업무’는 보호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방해의 대상이 의료인의 진료업무라면 이는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요약컨대, 〈무자격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의 진료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입니다. 업무를 구분해서 본 최초의 판결이니 유사사례에서 유의해서 보면 좋을 듯 합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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