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포티즘의 온상이 된 선관위, 근본적인 쇄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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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네포티즘의 온상이 된 선관위, 근본적인 쇄신 필요하다
  • 법률저널
  • 승인 2023.06.0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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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공정성을 수호해야 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터진 ‘아빠 찬스’ 채용이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공정과 준법의 대명사가 돼야 할 선관위가 ‘아빠 찬스’의 온상이 됐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다. 선관위라는 국가의 중추적 기관에서 벌어진 이 사태는 사회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강조해 왔던 공정성, 투명성의 원칙은 완전히 부서지고, 대신 고질적인 네포티즘(Nepotism), 즉 선관위 일부 간부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자녀에게 경력직 채용 특혜를 부여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런 네포티즘은 단순히 한두 명의 개인적인 문제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선관위의 문제는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다. 그들의 폐쇄적인 구조와 그릇된 인사 관행이 고질적인 병폐를 불러오고 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 기구라는 이유로 감사원의 감사도 피하고, 징계와 그에 따른 불이익도 회피했다. 선관위는 독립성을 내세우며 설립 후 6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받지 않았다. 외부에서 비리를 감시할 시스템이 마땅치 않으니 내부적으로 눈감으면 그만이었다. 직원 3000여 명의 거대 기관을 외부와 단절된 폐쇄적 기득권 조직으로 만들어 자기들끼리 이익을 누리는 ‘신의 직장’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특별감사위원회의 제안이 선관위 내부의 똬리를 튼 비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그들의 독립적 지위는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외부 견제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선관위 독립성은 무제한의 권한이 아니라 국민주권과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테두리 내에서 허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관위는 독립성을 이유로 감사원의 감사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의 경우 선관위가 독립성을 이유로 감사를 거부해 온 ‘선거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 인사 행정 문제이므로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 권익위도 선거관리위원회 자녀 채용 비리 의혹 관련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실태 전체를 들여다보고 행정 이익까지 조사해 제도 개선을 권고할 수 있게 돼 있어 폭넓은 조사가 가능하다. 권익위 책임지고 끝까지 명확하게 조사해 국민께 낱낱이 밝혀야 한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다. 선관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법적 지위와 권한으로 인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우리는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선관위 경력 채용제도가 사실상 내부자용으로 설계된 만큼 현재 드러난 10여 건의 사건들조차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이런 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강화되어야 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를 위해 세운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이제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특혜와 특권의 철옹성으로 삼아왔고 반성과 자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더 이상의 네포티즘을 막을 체계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선관위가 자부하는 공정과 준법의 상징은 더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없다.

단순히 외부에 주요 보직을 개방하고 경력 채용을 통합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부패의 뿌리를 뽑아낼 수 없다.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위원장은 대법관 중 1인이 겸임하는 관행도 타파해야 한다. 헌법 또는 법률에 따르면 현직 대법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이 관행은 선거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의 판사들이 선거범죄를 고발하는 선거관리기관의 주체인 모양새이므로,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기초적인 법리를 위반한 구성이다. 이에 따라 대법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는 관행은 물론, 각급 선관위 위원으로 그 지역의 판사를 임명하는 관행도 전부 타파해야 한다. 선관위가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모든 국민이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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