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확장억제 전략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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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확장억제 전략 이해하기
  • 신희섭
  • 승인 2023.05.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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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한미정상회의에서 나온 ‘확장억제(Extened Deterence)’에 대해 논의가 무성하다. 한국정치의 양극화가 안보이슈도 정파적 성격을 가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 혹은 진보와 보수 모두 내실이 적다고 생각해 실망이 큰 것으로 보인다.

확장억제의 성격을 감안하면 사실 마음에 들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왜 그런지 확장억제의 작동원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해석과 평가에 앞서 객관적 이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확장억제는 억제(혹은 억지)를 확장한 것이다. 여기서 억제(deterence)란 강력한 보복 가능성을 내보여 도발하고자 하는 국가가 도발 시 감당하게 되는 비용을 높게 계산하게 해 도발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확장억제는 억제전략을 동맹국에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지점부터 확장억제의 셈법이 복잡해진다. 자국과 도발국 간 관계는 일단 국가 수가 두 개로 한정된다. 그리고 도발국의 경우는 의지변수(도발을 통해 얻고자 하는 이익)와 능력변수(선제공격능력과 전쟁 시 버틸 수 있는 능력)를 알면 된다. 자국도 의지변수와 능력변수(상대 공격에도 살아남아 보복을 가할 수 있는 2차 공격력변수)를 알면 도발국이 억제 전략의 신뢰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확장억제는 도발국(단순화를 위해 북한)과 피도발국(한국) 그리고 피도발국가를 보호하려는 국가(미국) 간 관계가 된다. 행위자가 세 국가로 늘어난다. 그 사이에는 두 개의 변수가 추가된다. 피도발국과 보호국 사이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첫 번째다. 핵심은 보호국이 확장 억지를 수행할 정도로 피보호국을 핵심적 이익으로 고려하는지다. 두 번째는 도발국이 피도발국만 공격할 수 있는지 보호국에 대해서도 보복할 수 있는지다. 보호국이 공격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국가마다 능력과 의지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

본질적인 문제는 능력변수와 의지변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먼저 국가마다 보유한 능력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되는지는 정확하지 못하다. 북한의 경우 정확하게 어느 정도 핵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나, 미국을 공격할 운반수단을 구비했는지가 정확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정보에 더해 추측과 추론이 날개를 단다.

더 어려운 것은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과거 드골은 “미국이 과연 유럽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도시를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하면서 프랑스의 독자 핵무장의 명분으로 삼았다. 이처럼 확장억지자의 능력이 문제가 아니고 의지가 문제인 것이다. 포괄적으로 볼 때 동맹 국가가 전쟁에 개입하겠다는 약속을 ‘공약(commitment)이라고 한다. 공약의 핵심이 신뢰성인 것처럼 확장억제의 핵심도 신뢰성에 있다. 그런데 도발국-피도발국-보호국의 3국 간 게임에서 다양한 측면의 의지를 해석하기 때문에 자칫 의지 해석에서 오인이나 오판이 생길 수 있다.

게임이 진행된다고 가정해보자. 도발국은 도발국의 도발 의지가 강력하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서 보호국이 피보호국에 대해 손을 털게 만들고자 한다. 반면 보호자는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지속해 피력하여 도발국이 빨리 도발 의지를 접게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정확히 자신의 의지를 밝히면서도 때로는 공갈을 사용해 상대의 의지를 약화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도발국은 재래식무기로 저강도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문제는 보호국이 확실한 핵 공격에만 대응할 것으로 전략을 설정한 경우나 저강도 분쟁에도 강력히 대응하기로 전략을 설정한 경우 각각 도발국에 보내는 신호가 다르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도발국의 해석이 어디로 갈지 알기 어렵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피보호국이 느끼는 불안도 도발국과 보호국의 의지에 따라 다르다.

또 다른 문제는 보호국과 피보호국 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안보비대칭성‘이다. 한국과 미국으로 비유하면 북한의 도발이 한국에는 사활적인 안보 사안이지만, 미국에는 사활적인 안보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의 개입 의지를 의심할 수 있고, 북한 역시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

여기에 제약식이 하나 있다. 보호국이 의지가 강하다는 신호로 피보호국에 핵무기 사용 권한을 넘긴다고 가정해보자. 이러면 확장억제의 기본적 목표가 피보호국의 핵무장 막는 것이라면 이 목표가 깨지는 것이다. 핵 사용 권한을 피보호국에게 준다는 것은 핵을 선물해서 핵보유 국가 수를 늘리는 것이다. 주변 국가들의 반발과 국내정치 반발만 문제는 아니다. 핵무기의 가장 중요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탄핵의 사유가 될 것이다.

확장억제는 3자 간 의지를 확인하는 고도의 심리 게임이다. 핵무기를 공유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진행되는 게임이다. 그런 점에서 기술변화가 생길 때마다 피보호국과 보호국의 의지를 확인하고 도발 국가에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일련의 제도적 노력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이름을 핵기획그룹, 핵협의그룹, 작전계획과 운영체계 구체화 등 무엇으로 붙이든 간에 말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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