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53)-‘내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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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53)-‘내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5.11 16: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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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청겸(淸謙/필명)

2019년 4월, 나는 다섯 번째 변호사시험에서 탈락함으로써 속칭 ‘오탈자’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나는 도무지 법학이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이었고, 이는 여러 가지 징후를 통해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계속 버티고만 있었고, 결국 ‘오탈자’가 되고 말았다.

로스쿨 입학 첫 학기 성적을 받은 때, 모든 법과목에서 내 성적은 바닥이었다. 이는 불길한 전조였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막연하게 ‘열심히 하다 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로스쿨 생활을 그저 버티기만 하고 있었다. 나 자신이 어떠한 성향을 지닌 사람인지, 주변 환경이 어떠한지, 이에 따라 어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만 하면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뿐이었다. 어쩜 그리 나이브했던지!

시간이 지나도, 성적은 그대로였다. 기초를 탄탄히 하지 못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4학기 째에는 유급을 당하고 만다.

그 동안 들인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서였을까? 포기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버티다 보면 어느새 문리가 트일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순간은 결코 오지 않았다.

졸업시험에서도 탈락하고 말았다. 결국 5년 만에 로스쿨을 졸업하고, 정식으로 변호사시험에 응시했다.

변호사시험을 마치자마자 돈을 벌어야 했다.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고, 첫 변호사시험에는 당연히 탈락했다. 직장생활과 병행하면서 다음 변호사시험을 준비했지만, 제대로 준비될 리가 없었다. 당연히 탈락이었다.

두 번째 변호사시험을 마치고 나서 직장을 그만두고 수험에 전념했지만, 시험점수를 합격권까지 올리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나는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매우 뚜렷한 사람이었다. 잘하는 분야에서는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지만, 못하는 분야에서는 늘 노력으로부터 배신당하기 일쑤였다.

나를 진료했던 정신과 의사는 “100미터를 15초에 달리는 사람의 기록을 12초로 단축시킬 수는 있지만, 100미터를 20초에 달리는 사람을 15초로 단축시킬 수는 없다”는 말을 해 주었다. 타고난 적성과 소질은 바꿀 수 없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나는 초등학교 때 100미터 달리기에서 20초대를 기록했고, 나보다 100미터 달리기를 못 뛰는 학생은 없었다. 당연히 단거리 육상선수를 할 생각은 애초에 하질 않았다.

그런데, 법학 공부를 할 때에도 같은 현상을 겪었지만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만둘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나는 글자만을 읽었을 뿐 글을 읽은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여러 번 읽어도 의미를 전혀 소화시키지 못 했던 것이다. 진작에 그만두었어야 했다.

첫 학기 성적을 받았을 때, 유급을 당했을 때, 졸업시험에 통과하지 못했을 때, 첫 변호사시험에서 탈락했을 때, 나는 그만두었어야 했다.

‘오탈자’가 된 현재, 지금은 법학과는 동떨어진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현장을 다니는 일이라 육체적으로는 고되지만, 급여 수준도 만족스럽고 보람도 있다.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다.

그간의 과정은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자기계발 이전에 자기 발견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분야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법학 분야는 나와 맞지 않았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발전을 이룰 수 없었던 반면, 지금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노력하는 만큼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느낌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나를 발견했으니, 나를 발전시킬 일만 남은 것이다. 잘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한 미련은 더 이상 없다.

다만, ‘오탈제’ 자체는 매우 잘못된 제도라 생각한다. 내 적성과는 별개로, ‘오탈제’ 폐지에 현재에도 참여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잘못된 제도와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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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2023-05-11 18:41:45
오탈제는 폐지되어야합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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