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프랑스의 대중국 밀착의 이유 : 2등 강대국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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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프랑스의 대중국 밀착의 이유 : 2등 강대국의 전략
  • 신희섭
  • 승인 2023.05.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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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3년 4월 5일에서 7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이어진 일련의 발언의 파장이 크다. 게다가 독일 숄츠 총리도 2022년 11월 중국을 방문해서 자동차와 배터리 그리고 재생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약속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서 유럽 국가들이 분열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따른 ‘미국 vs. 프랑스와 독일’의 갈등 재현!

하지만 이것만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 망이 붕괴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독일의 경우 무역의존도가 71%(2020년 기준)로 한국(OECD 기준 2020년 72.3.%)만큼 높다. 프랑스도 수출입 비중(66.1%)이 높다. 높은 무역의존도와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식 생존 모색일 수 있다.

중국의 새로운 판짜기 노력의 성과 측면도 강하다. 중국은 새로운 경제전략을 사용해서 새로운 판을 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라르손(Deborah Welch Larson)은 구성주의 이론계열의 사회정체성 이론을 통해 중국이 기존 미국이 만든 질서와 다른 질서를 만드는 ‘사회적 창의성’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규범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의 개발원조와 독일과 프랑스와 같은 강대국에게 큰손 역할로 자신의 ‘사회주의 체제 유지’라는 중국식 규범을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은 프랑스에 엄청난 선물을 줬다.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와 프랑스 컨테이너선 16척을 구매해준 것이다. 미국 견제를 약화하려는 시진핑 주석 노력에 화답하듯이 마크롱 대통령은 ‘전략적 자주성’을 강조했다. 게다가 4월 9일 귀국길 인터뷰에서 그는 프랑스가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의 ‘추종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는 12일 네덜란드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동맹이 된다는 것이 속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더 세게 발언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을 두둔하며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외교정책에 대해 유럽 내에서도 강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이 시기에 초를 치냐는 비판부터 중국의 대만 압박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이를 용인하거나 두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기회주의적인 외교정책은 프랑스의 연금개혁에 따른 국내 저항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설명이 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4월 15일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연금개혁법을 공포했다. 많은 프랑스인이 연금개혁안 자체와 마크롱이 하원 표결을 생략하는 헌법 조항을 이용해 통과시킨 방안에 대해 엄청난 반발을 하고 있다. 마크롱으로서는 이런 상황을 외교적인 성과를 통해 완화하려고 했을 수 있다. 일종의 ‘관심전환’ 논리로 국내정치적 반발에 대한 대외적인 돌파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을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과도하게 각을 세우는 외교적 수사가 과연 필요했는지는 생각해볼 부분이다.

이번 마크롱의 외교는 전략적 계산에 따른 ‘연성균형’으로 볼 수도 있다. 연성균형(soft balancing)은 패권이 아닌 2등 권에 있는 강대국이 패권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군사동맹이나 자국의 군사력 증강정책이 아닌 경제 조치, 외교 조치를 의미한다. 세력균형에는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하지만, 패권 국가에게 강대국인 자신이 불만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합리적 관점에서 경성균형(hard balancing)에 나설 수 없는 강대국이 패권 국가의 대외정책을 무력화하거나 집행을 어렵게 하려고 사용하는 전략이다.

프랑스가 단 한 번의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동맹을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의 국력과 성향에 따른 외교정책 패턴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프랑스는 강대국이지만 초강대국이나 패권국은 아니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 프랑스는 다시는 1등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강대국이다. 19세기 초중반에는 해양 패권국 영국이 있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중반에는 바로 옆에 독일이 있었다. 2차 대전에서 맥없이 패배하고 연합국의 지원으로 다시 강대국에 복귀한 프랑스는 베트남과 알제리라는 식민지들의 독립에 시달렸다. 약해지는 국력과 국격을 잡아보려고 드골이 집권했고 핵무기를 독자적으로 보유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냉전 시기나 탈냉전 시기 모두 강대국이지만 2위권에 있는 강대국(second –ranked power)일 뿐이었다.

강대국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초강대국(superpower)이나 패권 국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관철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유’를 가진다. 하지만 프랑스와 같은 국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강대국에 관철하기 쉽지 않다. 다만 다른 강대국을 괴롭게 할 수 있다. 힘이 부족한 프랑스는 ‘평등’을 선호한다. 게다가 유럽에서 혁명과 평등하면 프랑스다.

마크롱의 외교는 국제관계에서 힘이 부족한 강대국이 평등을 선호할 때 어떤 일을 벌일 수 있는지를 매우 잘 보여준다. 강자가 자유를 선호할 때 상대적으로 약자는 평등을 선호한다. 그래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자신의 우월함과 자유를 유지하고자 할 때, 프랑스는 균형과 자율성을 외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평등을 외친다. 그래서 마크롱은 시진핑과 마치 한배라도 탈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데 더 강해진 중국은 계속 평등을 외치는 프랑스와 함께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평등을 강조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했던 프랑스 지도자들의 외교정책은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번 마크롱의 외교는 미국에만 거리를 둔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 국가들과도 거리를 만들었다. 줄타기 외교를 선택한 마크롱이 과연 비스마르크 같은 곡예사의 기술을 보여줄 수 있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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