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308)-재판받을 권리 침해하는 인지대 개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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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308)-재판받을 권리 침해하는 인지대 개선 필요하다
  • 강신업
  • 승인 2023.04.2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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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대법원에서 악의적으로 소송을 많이 거는 사람에게 500만 원의 과태료를 매긴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이것이 정말 추진될지는 의문이지만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에서 이런 방법으로 국민의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려 한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법원이 관료화되면서 재판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재판이 마냥 늘어진다는 국민의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그동안 대법원 조직 개편이나 법관 수 증원 등 그 어떤 실효적 해결방안도 내놓은 것이 없다. 어떻게든지 소송 건수 그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내놓은 대책이란 것이 겨우 인지대 증액이다.

인지대는 기본적으로 재판제도를 이용하는 데 드는 ‘수수료’다. 현행 인지대는 소송목적의 가액이 증가할수록, 그리고 심급이 올라갈수록 그 액수가 증가해서 항소장에는 통상인지액의 1.5배, 상고장에는 2배의 인지대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인지대 산정 방법은 소의 유형이나 사건의 복잡성, 재판의 난이도 등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책정되고 있다.

문제는 현행 인지대가 소가연동제와 심급상향제를 채택하였기 때문에 실제 경제적 여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은 소송하기가 어렵고 특히 항소나 상고 자체를 어렵게 해 경제적 약자의 재판 받을 권리를 크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경제적 약자들은 승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인지대 부담으로 항소나 상고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인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는 개혁과제다. 돈 없어 재판 못 받는 사회적 약자를 더는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엄밀히 말해 법원 행정서비스 수수료인 ‘인지대’로 인해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은 난센스다. 그간 헌법재판소는 인지대의 입법목적이 남소에 따라 법원 업무의 양질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함에 있다고 명시해왔다. 그러나 남소 방지를 위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건 위헌이다. 소송은 국민의 마지막 권리구제 수단이다. 경제적 이유만으로 정당한 권리자의 권리구제가 위협받을 수 있는 경우를 초래한다면 남소 방지라는 입법목적은 그 자체로 헌법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행정소송의 현행 인지 제도가 민사소송의 인지 규정을 준용하는 것도 손 볼 필요가 있다. 행정소송은 국가가 우월적 지위에서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권리를 침해당한 국민이 국가를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기 위한 절차로 대등한 사인 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민사소송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행정소송의 목적과 기능, 행정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측면에서 별도의 구체적인 규정을 두어야 한다.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에서까지 개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고 소가에 비례해 인지액을 내도록 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개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하여튼 중요한 것은 입법목적인 남소 방지보다 헌법적 권리인 재판청구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인지대 개혁 방안으로는 인지대 상한제 도입, 미국처럼 정액제 도입, 행정사건의 경우 헌법 원리적 특수성을 고려해 부분적 재판 무상제도 도입, 개별소송의 특성에 따라 인지대 면제 및 감액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고, 사법 구제제도는 사실상 국민이 가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이러한 권리구제를 돈으로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남소라고 하는 것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차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지만 가사 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남소 방지라는 목적은 인지대가 아닌 다른 제도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 남상소 방지도 재판제도의 운용상 중요한 정책일 수 있지만 이를 인지대 심급상향제를 통해 실현하려는 것은 적절한 정책 수단이 아니다, 재판제도의 개혁, 상소 이유의 제한 등 남소 방지를 위한 다른 적절한 정책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고액의 인지대를 부과하는 것 또한 개혁해야 할 과제다. 인지대에 대한 부담이 소 제기를 방해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이는 재판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도 없다. 인지대 개혁 서둘러야 한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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