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16-도산에의 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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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16-도산에의 흥미
  • 손호영
  • 승인 2023.04.2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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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서울회생법원에 온 지 3년차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어려운 것은 분명하지만, 3년차라고 공부하고 겪은 내용을 이야기할 기회를 부여받기도 했습니다. 지난번에는 예금보험공사에서 주최한 ‘예보 아카데미’에서 ‘채무자회생법의 입체적 이해’라는 제목으로 도산에 관심 있는 분들, 예컨대 로스쿨 학생들, 현직 변호사들, 관련 전문가님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기도 했고, 이번에는 사법연수원에서 도산업무를 맡으신 판사님들을 대상으로 ‘법인파산 실무’를 강의하였습니다.

‘채무자회생법의 입체적 이해’라는 제목으로 준비한 강의의 부제는 ‘조문도해, 실무·판례 분석을 중심으로’입니다. 서두에 판사로서가 아니라 강사로서 말씀드림을 분명히 하고, 도산절차의 유형을 구분한 뒤, 법원의 채무자회생법상 도산절차 중 특히 회생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말씀드렸습니다.

특히 제가 일선에서 느낀 도산의 특징을 두 가지로 구별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원래 법률가는 고정되고 멈춘 것을 다룹니다. 즉, 과거의 사실관계를 확정한 채, 이를 법리라는 로직에 대입해 결괏값을 도출해내는 일을 합니다. 이미 일어난 사실에 무언가를 덧붙이거나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고정되고 멈춘 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법률가의 주된 업무가 됩니다.

도산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생절차를 거치면서 이루어진 권리변경 관계는 이제 과거의 사실관계가 되고, 이후 어떤 분쟁이 생기면 회생계획안이 어떻게 짜였는지 살펴보면서 이를 평가하고 해석해나가는 일을 합니다.

하지만 도산 업무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회생절차를 거친다’는 말 자체가 가지는 함의는, 무언가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입니다. 회생을 하기 위해, 채무자는 이해관계인과 협의하고 논의하며 회생계획안을 만들고 수정합니다. 따라서 도산 업무는 살아 있어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특징도 같습니다.

이렇듯 도산의 특징은 ‘고정되고 멈춘 것’이 쟁점이 되기도, ‘살아 있어 만들어나가는 것’이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주로 전자는 도산이 이루어진 이후의 민사·집행법원에서 다루어질 것이고 후자는 회생법원에서 다루어질 것입니다.

‘살아 있어 만들어나간다는 것’이 도산의 특이한 성격이고 전통 법학과 차별이 있는 것이기에, 매력적이고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예보 아카데미에 상당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신 것은, 바로 이러한 도산의 특징 때문이 아닌가도 생각해봅니다.

이러한 도산의 특징을 말씀드린 뒤, 저는 회생절차의 흐름(부채·자산 확정의 과정, 회생계획안의 작성, 인가, 회생계획 수행 등)과 함께 조문을 함께 읽어가면서 채무자회생법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말씀드렸습니다. 이후 실무 사례와 대법원 판례 몇 개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법인파산실무는 판사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에 리마인드 한다는 차원에서 몇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시는 내용을 서로 확인하는 의미였다고 생각합니다. 법인파산 업무를 하다보면, 기업의 대표자들이 왜 파산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법원 입장에서야 파산 사건을 처리하면 그만이지만, 이 제도가 과연 채무자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도산기업 대표자들은 파산을 하게 되면 채권자들의 변제독촉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채권자 수가 많거나 독촉이 심할 경우, 파산원인이 있다면 파산선고를 통해 채권자들의 개별적 변제독촉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근로자들이 많은 경우, 임금 등 체불이 있으면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 파산원인이 있는 도산기업의 경우 파산을 하게 되면 더 이상 그러한 형사처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조세부담이 경감되는 등 유인이 있습니다.

도산업무를 하면서 강의를 준비하면 오히려 제가 더 공부가 되는 마법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법률가는 계속해서 공부해야 하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부족함을 더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지만, 하면 할수록 또 모르는 것이 많아지네요. 계속 정진할 일입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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