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3)-주니어 변호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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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3)-주니어 변호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 박준연
  • 승인 2023.04.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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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주말에는 미나토 가나에 작가의 수필집을 읽었다. 지금은 거물 작가가 된 그녀의 신인 시절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글이 안 써질 때는 오늘은 딱 원고지 세 장만 채우자고 결심한다는 얘기. 소설을 구상할 때는 이면지에 키워드가 될 단어를 무작정 써본다는 이야기. 성공한 사람도 꼬꼬마 시절이 있었다는 서사는 사랑스럽다. 이번에는 내가 생각하는 주니어 변호사, 특히 한국인으로서 외국 로펌에 근무를 시작한 변호사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팁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법률저널에 다시 연재를 시작하고 미국 로스쿨 최근 졸업생, 재학생분들의 격려를 받았고, 그분들을 포함해 독자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닮고 싶은 선배를 찾고, 그들의 ‘왜’를 생각하기

업무를 하다 보면 롤모델로 삼고 싶은 선배 변호사를 만날 때가 있다. 연차가 가까운 선배도 있고, 까마득한 선배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닮고 싶은지에 대해 사고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컨대, 글을 잘 쓰는 선배 변호사가 있다면 그 선배가 내 문장을 고쳐줄 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치는지 주목한다. 마음에 드는 표현은 기억에 두었다가 나중에 쓴다. 증인 심문 데포지션(Deposition)이나 인터뷰 등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열어 사실관계를 파악하거나, 상대방 증인이 클라이언트에게 유리한 사실을 인정하도록 하는 기술은 선배 변호사의 방식을 직접 보고 배우는 부분이 대단히 크다. 기회가 있으면 어떤 목적으로 어떤 전략을 짰고, 그 전략을 어떻게 실행했는지 직접 물어보기도 한다.

나를 홍보해주는 것은 나뿐

전 세계에 오피스가 있는 큰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누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인트라넷에 정보가 있지만 새로 팀을 꾸릴 때는 이런저런 분야에 경험과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가 있는지, 미국 밖의 클라이언트일 경우 그 외국어를 할 수 있는 변호사가 있는지 주변에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큰 로펌에서는 외부 클라이언트에 대한 홍보도 중요하지만, 내부 구성원에게 나와 내가 하는 업무를 알리는 ‘내부 PR’도 중요하다.

주체적으로 일한다는 의미

첫 로펌에서 신입 변호사 연수를 받을 때 주체성(ownership)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았다. 이제 내가 팀멤버들에게 일을 부탁하게 되면서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부탁한 일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해 오는 경우가 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라 도움을 받는 때도 있고 그리 적확하지 않은 지적인 경우도 있다. 고민하고 그 결과를 공유해 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기 때문에 그런 의견을 받으면 꼼꼼하게 피드백을 주고자 노력한다.

내 스타일을 찾기

이제껏 업무를 하면서 실력이 뛰어난 소송 전문 변호사 선배들과 일할 기회가 운 좋게도 많이 있었다. 서울에서 데포지션 몇 개를 리드한 선배는 테크닉이 현란했다. 처음엔 상대방 증인에게 친근하게 대해서 긴장을 푼 다음 아무 심각한 의도가 없는 듯 무심하게 질문을 한 후 문서를 제시해서 증인이 본인 진술의 모순을 느끼도록 하는 과정이 그랬다. 그러면서 안경을 끼었다가 벗어던졌다가 하는 것이 마치 연극 같기도 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그 선배에게 솔직하게 감탄했다, 하지만 나는 쇼맨십도 없고 내성적인 편이라서 그런 기술을 실제로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배는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다른 변호사들의 장점을 보고 모방하고, 단점을 보고 실수를 피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편한가, 내 스타일에 맞는가 하는 점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 이후로 나에게 맞는 업무 스타일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오고 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아무리 로스쿨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이 일을 생업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익숙해진다는 건 참 신기해서 그래도 매일매일 하다보니 그때의 걱정과 두려움은 이제 사라졌지만, 이제는 내가 매일,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고 있는가 하는 걱정이 생겼다. 아마 이 걱정은 일을 하는 한 계속 안고 가야할 것 같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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