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은 왜 일본과 동맹체결을 거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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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은 왜 일본과 동맹체결을 거부하는가!
  • 신희섭
  • 승인 2023.04.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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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한미동맹이 70년이 되었다. 오랜 동맹을 다시 한번 다지는 차원에서 4월 26일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 현안이 많은 만큼 중요한 결정들이 많이 이루어지거나 확인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민주주의 동맹을 외교의 뿌리로 삼는 자유주의적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견제를 위해 민주주의 간 연대를 강조하기에 한미일 삼각동맹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는 일본과의 동맹을 거부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핵어뢰 위협까지 구사는 북한과 주변 해역에서 해군력을 높이는 중국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일본과 군사동맹으로 엮이는 것에는 손사래를 친다. 다수의 한국인은 왜 일본과 군사적 동맹 체결을 거부할까?

가장 단순한 설명은 이익과 비용의 논리다. 우선 동맹은 동맹 체결로 얻는 이익이 있어야 한다. 군사적 차원에서 적을 억지(deter)하고 혹시 모르는 사태가 발생하면 방어(defence)하고 침공에 단호한 격퇴(defeat)를 하는 것이다.

동맹으로 일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있다. 당장에 부족한 해군력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해상수로 안전과 한일경제교류도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이익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이익은 도발을 사전에 차단할 때 얻을 수 있는 것과 혹 전쟁이 발생하면 그 뒤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한국의 동맹인 미국은 패권국가다. 사전적으로 가장 중요한 확장 억지는 미국으로도 족할 수 있다. 사후적인 문제에선 걱정이 앞선다. 나중에 한반도가 통일되면 일본이 한국에 지분을 요구할까봐서다.

비용 측면에서도 걱정이 크다. 동맹은 연루와 방기라는 문제를 가진다. 연루는 원하지 않지만 동맹 파트너가 수행하는 전쟁에 참전하게 되는 것이다. 방기는 필요할 때 동맹파트너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한미일이 3국 동맹이 되면 한국은 연루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일본, 북한과 일본 간에 무력분쟁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미동맹에서는 미국과 중국만 문제였지만 일본이 동맹 파트너가 되면 분쟁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만약 일본에 분쟁이 발생하면 한국은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고 개입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필요할 때 일본이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본이 생각하는 위협과 한국이 생각하는 위협이 다르고, 위협 해결의 우선 순위와 방식 이익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한국인들이 가지는 일본에 대한 비호감이다. 한국은 일본 식민지 시기 독립을 찾기 위해 민족주의를 일본으로부터 배웠다. 우리 얼을 살리기 위해 언어와 문화적 공동체를 강조하는 시원론적 차원에서 민족주의를 수입했다. 그래서 일본에 대한 민족주의적 반감이 강하다.

이런 반감은 동맹 형성을 어렵게 한다. 동맹이 하나의 안보 의지를 가진 공동체라고 규정할 경우 동맹은 두 가지를 공유해야 한다. 첫째, 적대국에 대한 적개심과 위협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과 우리가 생각하는 적이 같지 않다. 둘째, 두 국가 간에 친구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이 가장 문제다. 한국은 일본을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본 사람들과는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란 집단적 정체성에서는 한국(인)과 일본은 친구가 되기 어렵다.

이것은 과거 역사에 대한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35년의 간섭과 35년의 혹독한 지배가 끝나고,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가 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니퍼 린드(Jenifer Lind)가 『Sorry State』에서 지적한 대로 독일은 희생국에게 지속적으로 사과를 해왔다. 그러나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이것이 유럽에서 독일이 리더가 된 것과 일본이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다.

역사적 감정을 풀기 위해 같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같이 미래를 향해 가려면 상대국가에 대한 존중과 신뢰 이전에 동등한 파트너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국정 교과서 문제 처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강제 징용에 대한 자세를 볼 때 일본이 한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본다고 보기 어렵다.

동맹은 이해관계로 만들지만 마음에도 움직인다. 한국은 이해관계도 크지 않고, 일본에 대해 마음도 따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한국과 일본의 제휴(alignment)관계를 튼튼히 하고 유사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다. 민주주의 동맹에 애가 타는 미국이 중간자 역할을 하면 한미일 3각관계는 잘 운영될 것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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