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305)-사형집행시효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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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305)-사형집행시효 30년
  • 강신업
  • 승인 2023.04.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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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1998년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 정부는 국민의 동의를 받지도 않고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가 합헌이라고 선언하는데도, 법원이 계속해서 사형을 선고하는데도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정부는 모두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이건 엄격히 말해 직무 유기다. 사형 집행은 권한이 아니라 의무다. 우리 법은 ‘사형 집행 명령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하여야 하며, 사형의 집행은 법무부 장관의 명령이 있은 때로부터 5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465, 466조)고 규정하고 있다.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무의 주체는 법무부 장관이다. 대통령 또한 당연히 책임을 진다. 대통령은 헌법수호의 책무가 있다. 그런데 우리 헌법 제110조④항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사형을 명문화하고 있다.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근대까지는 군주에게 있던 사형 허가권이, 현대에는 각국의 법무 당국 수장에게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대한민국 법무부의 법무부 장관(군인의 사형은 국방부 장관), 일본은 법무성의 법무대신에게 있다. 하지만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실제로는 대통령 혹은 총리가 사형 집행 가부를 결정하고, 법무부 장관은 그에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사형 집행의 최종 결재권자는 대통령이라고 봐야 한다. 사실 2004년과 2006년 각각 김승규와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을 하려 하였으나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이 이를 막아 사형 집행이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귀남 법무부 장관도 사형 집행을 추진했으나 결국 여러 사정에 막혀 무산되었다.

한편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6.1%가 사형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정법으로 보나 국민 여론으로 보나 사형을 집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대한민국 절대다수가 사형제 존치가 옳다고 믿는데도 ‘목소리 큰 소수’에 의해 사형제도가 야만적인 것처럼 호도되면서 역대 법무부 장관들은 소수의 질타가 두려워 법을 어겨가며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사실 정부가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지식인·종교인·법률가들의 위선적 논리가 압도적 국민 여론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허위의식에 사로잡힌 정치인들은 인권 이미지를 얻기 위해 계속해서 사형폐지를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개정 없이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 위헌이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법으로 사형제를 폐지하려 하는 것은 국민주권과 대의민주제의 원리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다.

판결이 엄연한데도 정부 당국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서 많은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먼저 사형수는 집행하지 않으면 어디까지나 미결수인 까닭에 구치소에서 일을 시키지 못한다. 이 때문에 어이없게도 사형수는 사형당할 일도 없이 최고수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무위도식하게 된다. 사형 집행을 하지 않으면서 국민 세금이 대거 낭비되는 일도 생기고 있다. 또 사형수는 교화의 대상이 될 수 없어서 교화 교육의 열외자로 마치 치외법권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미미한 문제다.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리 형법은 형집행 시효를 두고 있는데 가령 사형은 선고 후 30년이 지나도 집행하지 않으면 형집행을 면제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1998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서 올해부터 이미 판결 선고를 받은 지 30년이 지난 사형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법을 고쳐서 시효를 연장하거나. 얼른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 사형수를 그냥 풀어주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무기수는 못 풀려나고 사형수는 30년만 징역 살면 풀려난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흉악범이 사회에 나오게 되면 이 자가 보복 범죄 등 어떤 범죄를 저지를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그렇다면 법대로 ‘수사’하고 법대로 ‘재판’하고 법대로 ‘집행’해야 한다. 사형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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