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 판사들이 전하는 “정의 구현을 위한 중재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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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국 판사들이 전하는 “정의 구현을 위한 중재의 가치”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4.05 20: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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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사법 교류 2023-정의 구현 향한 국제 협력” 필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중재 제도 활성화 강조

중재는 법원의 재판이 아닌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로 재판에 비해 신속하고 저렴하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분쟁 해결 방식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에서는 중재보다 법관의 판결로 결론이 나는 재판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이에 법률저널은 한국과 달리 중재 제도가 매우 활성화돼 있는 미국의 판사들을 만나 진정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중재의 가치와 효과, 한미 양국 사법 시스템의 차이, 법조계 미래에 대한 전망과 청년 법조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등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카를로스 모레노 판사(Justice Carlos Moreno)는 미국의 대법관으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캘리포니아 주 최고법원에서 근무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 최고법원의 첫 번째 이민자 출신 판사이자, 미국의 라틴계 대법관 중 두 번째로 선임된 인물이다.

마이클 린필드 판사(Judge Michael Linfield)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상급법원의 판사이다. 그는 오랜 기간 변호사로 활동한 후 상급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그는 다양한 사법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특히 상법, 민사, 형사 사건에서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커티스 킨 판사(Judge Curtis Kin) 또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상급법원의 판사이다. 판사로 임명되기 전에는 변호사와 검사로 활동하면서 민사 및 형사 소송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킨 판사는 특히 소송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일 류영욱 미국 변호사의 통역으로 롯데호텔 서울에서 만난 카를로스 모레노 캘리포니아주 최고법원 판사와 마이클 린필드, 커티스 킨 판사는 바쁜 일정 중에도 한국 사법 시스템과 청년 법조인들의 역량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

한미 사법 교류로 한국에 방문한 카를로스 모레노, 마이클 린필드, 커티스 킨 판사를 지난 4일 만나 한미 사법 시스템의 차이와 중재 제도의 중요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미 사법 교류로 한국에 방문한 카를로스 모레노 대법원 판사와 마이클 린필드, 커티스 킨 판사를 지난 4일 만나 한미 사법 시스템의 차이와 중재 제도의 중요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재판까지 가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중재가 효율적·긍정적 시스템”

먼저 한국 사법 체계의 특징과 미국과의 차이점에 관해서 물었다. 모레노 판사는 50개 주마다 다른 법을 가지고 있고 그 위에 연방법원이 있어 이를 통제하는데 한국은 어떻게 하나의 법으로 지역마다 다른 법권을 아우를 수 있는지에 궁금증을 나타내며 양국 사법 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그는 “한 미국 연방법원 판사가 말하기를 ‘주의 법은 일종의 실험실’이라고 했다. 그 말을 반추해 볼 때 90%의 법은 실질적으로 각각의 주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나머지 10% 정도가 연방법원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레노 판사는 50개주가 다른 법을 가지고 발전시켜나가는 미국 사법 시스템을 한국 사법 시스템과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모레노 대법원 판사는 50개주가 다른 법을 가지고 발전시켜나가는 미국 사법 시스템을 한국 사법 시스템과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린필드 판사는 이에 덧붙여 “이는 50개 주가 각각의 독특한 상황에 맞는 실험을 거치면서 법을 계속 갈고 닦아 궁극적으로 좋은 법안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킨 판사는 검사의 항소와 국민참여재판에서도 한국과 미국 사법 시스템의 차이를 발견했다. 판사가 되기 전 10년이 넘게 검사 생활을 했다는 킨 판사는 “미국의 경우 처벌이 약하다고 해서 검찰이 다시 항소하는 경우가 없다. 그리고 배심원 재판이 헌법상 권리인데 한국은 국민참여재판을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궁극적으로 판사가 다 결정을 하는 부분, 판사들의 나이가 어리다는 점도 낯설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킨 판사는 한국의 상고제도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나타냈다. 미국의 경우 극히 절차를 통해 걸러져서 일부 사건만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데 반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사소한 사건들까지 상고해서 대법원에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법관들과 한국 사법 시스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인 것.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3심제에 대한 인식은 중재보다 재판을 선호하는 경향과도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정의 구현에 있어서는 오히려 신속하고 경제적인 중재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모레노 판사는 “미국에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표현이 있다. 1심에서 결론을 얻고 항소심, 상고심에서 다시 결론을 얻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린필드 판사는 “미국에서는 95%의 사건이 재판에 가지 않고 중간에 합의를 봐서 끝난다. 강력한 중재 조정 제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온 LA에서는 법원과 변호사 간에 끈끈하게 다져놓은 중재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어서 재판까지 가지 않고 해결된다”며 “이처럼 중재를 선호하는 것은 양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지는 못해도 일단 사건이 정리되고 조정해서 합의를 보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며 “그런데 한국의 변호사들은 중재 합의에 관해 관심이 크게 없는 것 같았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모레노 판사는 “실제로 중재 조정 과정을 해보면 재판까지 가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린필드 판사도 “사람이 다친 사건 같은 경우에는 법원에 들어온 지 2~3달만 돼도 중재나 조정을 통해 합의를 보고 결론을 낼 수 있는 사건이 정말 많은데 이런 것들조차 법원에서 시간을 질질 끌게 되면서 ‘지연된 정의’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재 조정 절차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린필드 판사는 “미국에서는 95%의 사건이 재판에 가지 않고 중간에 합의를 봐서 끝난다”며 “이처럼 중재를 선호하는 것은 양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린필드 판사는 “미국에서는 95%의 사건이 재판에 가지 않고 중간에 합의를 봐서 끝난다”며 “이처럼 중재를 선호하는 것은 양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중재 제도와 관련해서 이번 방문을 통해 접하게 된 한국 대형 로펌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모레노 판사는 “법무법인 광장을 방문했을 때 건축 관련 부서의 규모와 업무 등을 접하면서 여러모로 감동했고 건축과 관련된 일이야말로 중재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분야가 아니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재 제도가 발전하게 된 계기도 대기업 간, 상업인 간의 문제, 건축 관련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한국의 상황을 봤을 때 중재가 뿌리 내리기 가장 어려운 것은 노동법 관련 분야로 생각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국 변호사들 국제적 중재에 충분한 역량…중재 허브로 거듭날 수 있어”

국내에서 중재가 아직 그리 활성화되지 않은 것에 비해 국제적인 중재 업무에 대해서는 한국의 변호사들이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의외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모레노 판사는 “광장에서 일하는 여러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의외로 국제적인 금융이나 경제 관계의 분쟁이 있을 때, 그 사건이 국가 간 분쟁일 때 어떻게 ICC(국제상업회의소)로 가져가고 어떻게 싸워야 하고 어떤 문제들을 집어내야 하는지를 굉장히 잘 알고 있다는 점에 감동했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변호사들이 국제적 중재에 대해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현재 중재나 조정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시스템을 도입하면 아시아 지역의 중재 허브로 거듭나고 나아가 전 세계의 중재 제도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이처럼 중재는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제도이지만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린필드 판사는 ‘강제 중재’로 인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대기업 같은 경우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려고 할 때 변호사들이 붙어서 이 중재에 동의하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대응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을 고용할 때 강제적으로 중재에 동의하는 내용에 사인하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중재에 대한 강제적 동의는 동시에 헌법상 보장된 배심원 재판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되고 부당해고를 당하거나 임금을 못 받은 경우, 차별을 당한 경우에도 법원에 가지 못하고 강제로 중재 절차를 따라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고용 관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상적인 소비 행위, 물건을 사거나 여러 서비스를 받는 때에도 긴 약관이나 주의사항 등을 모두 꼼꼼히 읽고 결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그 내용에 강제 중재에 관한 내용이 섞여 있으면 소비자로서는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판매자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보수화하고 있는 미국 대법원은 중개 강제를 점점 집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킨 판사는 “한국에 와서 보니 미국 시스템과는 아주 다르지만,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에 있어서는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 이번 교류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킨 판사는 “한국에 와서 보니 미국 시스템과는 아주 다르지만,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에 있어서는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 이번 교류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재는 적시에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경제적 방법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분쟁 해결 수단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 미디어를 통한 대화가 활성화되면서 중재의 효과가 더욱 커졌다. 모레노 판사는 “삼성과 미국 중서부 회사 간 분쟁을 조정했을 때 한국의 삼성 관계자, 미국 중서부의 당사자, 내가 모두 화상통화로 대화를 나누며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며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한 대화로 분쟁을 해결한 경험담을 소개했다.

린필드 판사는 “전에는 법원이 모든 정의 구현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여러 핵심적 기제 중 하나가 됐다. 심지어 재판도 줌으로 진행된다. 아무도 없는 빈 재판정에서 혼자 진행한 적도 있고 홍콩과 그리스에 있는 증인들도 줌으로 재판에 참석시켜서 증언하게 한 적도 있다”며 “아마도 이제 줌을 이용하지 않는 전의 세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 변호사들이 제일 선호한다”며 변화된 재판 환경에 관해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실제로 앞서 들은 바와 같이 이미 재판이나 중재 등 사법 절차도 미디어와 기술의 영향력을 피할 수 없고 최근에는 ChatGPT 등 인공지능의 발전이 법조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인 교류와 교육, 협력을 통해 젊은 법조인들이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킨 판사는 “한국과 미국의 학생들이 서로의 나라를 찾아 법을 배우고 교류하면서 서로 다른 리걸 시스템에 대해 반추하고 토론하는 경험을 많이 쌓았으면 한다”고 독려했다.

좌측부터 통역을 맡은 류영욱 미국 변호사, 커티스 킨 판사, 카를로스 모레노 대법원 판사, 마이클 린필드 판사.
좌측부터 통역을 맡은 류영욱 미국 변호사, 커티스 킨 판사, 카를로스 모레노 대법원 판사, 마이클 린필드 판사.

마지막으로 이번 ‘KCLA US-Korea Jurisprudence Exchange 2023·한미 사법 교류 2023’에 참여한 소감과 한국의 청년 법조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다. 모레노 판사는 “한국의 변호사들을 만나서 그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똑똑한지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 우리가 미국 법조인으로서 한국 법조계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을 한국 법조인들도 같이 걱정하고 있는 걸 보면서 굉장히 감동했다”고 말했다.

린필드 판사는 “모레노 판사님이 캘리포니아 대법원 판사로 계실 당시에 다른 대법원 판사님께서 ‘법체계의 유일한 목적은 정의 구현’이라는 말씀을 했다. 과정이나 형식적으로 다른 점이 있더라도 궁극적인 목표가 정의 구현이라는 점에 동의를 한다면 우리는 결국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법조인으로서의 연대 의식을 보였다.

킨 판사는 “한국의 변호사, 판사님들이 너무 환대해 주셔서 감동적이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한국에 와서 보니 미국 시스템과는 아주 다르지만,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에 있어서는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 이번 교류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인터뷰: 이상연 기자, 정리: 안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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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 2023-06-15 10:02:35
놀고있네 일본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계획했던 역사없는 미국 양아치새키들 주제에 법 정의를 논하다니 코미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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