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미국 농구 대표팀 이야기와 현실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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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미국 농구 대표팀 이야기와 현실의 미국
  • 신희섭
  • 승인 2023.03.3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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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우연히 넷플릭스 영화 『리딤팀』을 보았다. 첨엔 마이클 조던이 나오는 이야기인가 하고 보았다. 아니었다.

농구는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발명된 미국 스포츠다. 그리고 미국이 왕이다. 1992년 올림픽에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래리 버드로 꾸려진 드림팀이 출전했던 것을 생각해보라!

그런데 영화는 미국 농구팀이 꿈에 볼까 무서울 시점에서 시작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그들은 푸에르토리코에 예선 1차전에 패한다. 준결승전에서는 아르헨티나에 패배한다. NBA의 슈퍼스타들로 구성된 미국 대표팀에게 동메달을 거는 그 순간은 수치이자 수모였다. 절치부심하지만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 성적은 3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명예를 되찾기 위해 미국은 사령탑을 교체한다. 또 당시 최고 슈퍼스타였던 코비 브라이언트마저 합세한다.

그 뒤의 이야기? 뭐 예상한 대로다. 개인주의자였던 코비 브라이언트는 팀을 위해 헌신한다. 대표팀의 선임인 코비의 변화와 함께 미국 팀도 점차 하나의 팀워크를 가지게 된다. 결국, 아르헨티나, 그리스에 설욕하고 결승전에서는 스페인을 만난다. 이미 농구가 세계적으로 평준화가 되어있던 시기. 그래서 미국 팀 못지않게 강력한 스페인의 도전을 받는다. 하지만 미국팀은 농구 왕가의 근성을 보이면서 우승한다.

이 영화에서 두 가지를 알았다. 우선 미국 농구 국가 대표팀이 망가졌었다는 사실. 다음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이 쉽게 이긴 것은 아니라는 사실. 미국 NBA에 입성한 해외 선수들이 자국에 돌아가 농구 기술과 전략을 개선했기에 1992년과 같이 압도적 차이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미국 선수들이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1992년 조던, 존슨, 버드는 외계인이었다면, 확실히 2008년 선수들은 인간이었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의 상업영화로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보여준다. 고통을 받으면 불굴의 의지로 극복해내는 미국인들. 평상시엔 개인주의자들이지만 고난의 순간에는 집단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미국인들. 의지만 있다면 다시 왕좌에 복귀할 수 있는 미국인들. 뛰어난 리더와 그를 잘 따르는 미국 시민들.

아메리칸 드림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이만한 이야깃감도 없을 듯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지금 미국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술은 많은 부분 평준화되면서 강력한 도전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시아에서 중국이, 유럽에선 러시아가 미국이 만든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74년 페트로 달러의 약속을 깨면서 위안화로 석유를 결제하고 있다.

1945년 전후 누구도 따라오기 어려운 경제 권력을 기반으로 패권 질서를 만든 미국은 1970년대 베트남전쟁, 오일쇼크, 기축통화 포기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1990년대 부활한 미국에 현재 다시 한번 패권위기가 찾아오고 있다. 드림팀이라고 생각한 미군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부랴부랴 빠져나왔다.

경제 대국이면서 군사 대국화하고 있는 역대 최대 도전자인 중국을 마주하는 미국은 이제 팀워크가 필요하다. 강력한 지도자가 위인전 급의 통솔력을 보여주면 미국 시민들은 똘똘 뭉쳐 이 도전을 이겨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미국이 세운 질서로 돌아가는 것이다. 영화 제목처럼 redeem, 즉 복구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미국은 인간적이기도 하다. 질투하고 화를 낸다. 주변 국가들을 압박해서 자기편에 서라고 우긴다. 무역이 군사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경쟁국에 대해서는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택하면서 동맹국들과는 교류를 늘린다. 또 명분도 잊지 않기에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의 대립으로 자신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영화 속 미국 대표팀과 현실의 미국이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는 그저 미국 대표팀원들의 파이팅만으로 우승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미국 주변 국가들이 고통을 받는다. 반도체와 전기차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영화는 스포츠라는 규칙이 있는 싸움을 다룬다. 그런데 현실에는 이런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고친다. 가장 큰 차이는 스포츠에서의 승리 방식과 결과가 이 경쟁의 승리 방식과 결과와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현실이 영화처럼 해피엔딩이 될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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