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13-스터디카페 창업의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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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13-스터디카페 창업의 리스크
  • 손호영
  • 승인 2023.03.3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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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스터디카페 창업 어때?”라고 누군가가 이야기를 꺼냈다고 해보겠습니다. “스터디카페가 뭐야?”라는 원초적 질문부터 “스터디카페를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대?”, “돈이 잘 된대?”라는 실용적 질문까지 여러 의문들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법률가로서는 이럴 때, “혹시 스터디카페를 하면 어떤 법적 리스크가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스터디카페는 ‘독서실’과 ‘카페’의 운영 형태를 적당히 섞은 곳입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소위 카공족들의 니즈(needs)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할까요? 독서실은 ‘공부’, ‘수험’을 위한 곳이니 높은 수준의 ‘정숙’이 요구되었다면, 스터디카페는 ‘공부’, ‘수험’ 뿐만 아니라 ‘업무’나 잠깐 필요한 ‘일’들을 하기 위한 곳을 지향하기에 조금 더 자유롭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독서실은 총무라는 직원도 있지만, 스터디카페는 보통 무인으로 운영되는 것도 차별점이고요.

일반 독서실-프리미엄 독서실-스터디카페를 구별해서 연도별 각 점유율을 나타내는 자료롤 보면, 스터디카페의 점유율이 확실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던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요즘은 주춤하고 있습니다만.

저도 스터디카페를 이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카페의 커다란 소음이 힘들고, 독서실의 고요함은 지루해서 스터디카페를 이용했었는데,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잠깐 동안 사용하기에도 편리했습니다. 하지만 사용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서실’과 ‘스터디카페’의 다른 점은 알겠는데, 혹시 ‘스터디카페’는 ‘독서실’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은 아닐까? 만약 스터디카페가 독서실로서 그 실질이 인정된다면 그 규제를 피할 수는 없지 않을까?

저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수사기관은 스터디카페의 운영행태를 형사법의 렌즈로 들여다본 뒤, 기소를 합니다.

근거법령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입니다. 위 법에서는 ‘학원’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학원’이란 사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 이상의 학습자 또는 불특정다수의 학습자에게 30일 이상의 교습과정에 따라 지식·기술·예능을 교습하거나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학원을 설립·운영하려는 자는 일정 시설·설비를 갖추어 교육감에 등록해야 합니다. 만약 등록을 하지 않고 학원을 설립·운영하면 처벌합니다. 그런데 위 법 시행령에서는 ‘독서실’을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학원인 시설이라고 하니, ‘학원=독서실’입니다. 따라서 독서실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모두 등록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수사기관은 스터디카페를 그 실질을 독서실로 보았습니다. 즉,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입니다. 그런데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은 별다른 등록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법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1, 2심도 수긍했습니다. 유죄. 벌금 100만 원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보았습니다(2021도16198 판결). “이 사건 시설 중 ‘스터디존’의 경우 좌석별로 칸막이가 설치된 책상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고, 이용자가 지정한 좌석에 대한 요금을 결제하면 일정 시간 그 좌석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독서실과 유사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① 이 사건 시설에는 위 ‘스터디존’ 외에도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PC존’, 소모임 등을 할 수 있는 ‘스터디룸’은 물론, 이용자들이 커피나 구운 계란 등 간식을 구매하여 취식할 수 있는 공간도 존재하는 점, ② 이 사건 시설의 이용 목적이 ‘학습’으로 제한되어 있다거나 피고인이 이 사건 시설에서 학습 외의 활동을 금지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바, 손님들이 개인적인 업무 처리나 여가시간 활용 등을 위해 위 ‘스터디존’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시설의 홍보 전단지에도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고등학생·대학생, 취업준비생 외에 일반인에게도 시간제로 공간 대여를 하고 소모임 등을 위해 스터디룸을 대여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으며, 실제 여성들이 소모임을 위해 위 스터디룸을 이용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시설의 이용 요금은 2시간에서 24시간까지의 이용 시간에 따라 차등적인 ‘시간제 요금’과 28일 기준의 ‘4주 정기권’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기권도 이용 기간은 30일 미만인 점, ⑤ 단속공무원이 이 사건 시설을 방문했을 당시 전체 좌석(95석) 중 6석이 ‘고정석’으로 분류되어 있었는바, 이 사건 시설의 이용자 대부분은 일회적 이용 방식인 ‘시간제 요금’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시설이 위 법 제2조 제1호가 규정한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은 “스터디카페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상 등록을 요하는 독서실인지가 문제된 사건”으로, 시장에서의 혼란을 잠재운 의미 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법률가로서 스터디카페 창업을 고민하며 혹시 몰라 독서실로서 등록절차를 밟으려 하는 사람에게 조언해줄 수 있겠습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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