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거일 전 180일부터 ‘인쇄물 살포 금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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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선거일 전 180일부터 ‘인쇄물 살포 금지’ 위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3.2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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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포괄적 규제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 침해”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헌법재판소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인쇄물 살포를 금지하는 공선법 규정에 대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 녹음·녹화테이프 및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 첩부, 살포, 상영 또는 게시하는 것을 금지한다.

또 동법 제255조 제2항에서 위 인쇄물 살포 금지 등을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로 지난 23일 금지 및 처벌을 규정 한 각 조항의 ‘인쇄물 살포’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 2024년 5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는 결정을 선고(20223헌가4)했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이 선거에서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후보자에 비해 선거운동의 허용 영역이 상대적으로 좁은 일반 유권자에 대해 더욱 광범위하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선거가 순차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에 비춰 보면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장기간 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인쇄물의 살포행위를 금지·처벌하는 심판대상조항은 당초의 입법 취지에서 벗어나 선거와 관련한 국민의 자유로운 목소리를 상시적으로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쇄물의 특성도 고려됐다. 시설물 등에 비해 투입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경제력 차이로 인한 선거 기회 불균형의 문제가 크지 않고 공선법상 선거비용 규제나 인쇄물의 종류, 금액 등을 제한하는 수단을 통해서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공선법상 후보자 비방 금지나 허위사실공표 금지 규정 등이 이미 존재함에 비춰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선거의 과열로 인한 무분별한 흑색선전, 허위사실 유포나 비방 등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쇄물에 담긴 정보가 반드시 일방적·수동적으로 전달되거나 수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 매체의 특성만을 이유로 광범위한 규제를 정당화할 수도 없다”며 “이를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인쇄물 살포 행위와 같은 정치적 표현을 장기간 동안 포괄적으로 금지·처벌하는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는 정치적 표현까지 금지·처벌하고 있어 유권자나 후보자가 받게 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매우 큰 반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이 그보다 중대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법익의 균형성에도 위배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심판대상조항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 이유는 “그 위헌성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인쇄물을 살포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포괄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선거의 기회 균등이나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인쇄물 살포행위와 같은 정치적 표현까지 모두 금치·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헌재는 이번 결정과 같은 취지로 동법 동조 동항의 ‘벽보 게시, 인쇄물 배부·게시’에 관한 부분(2017헌바100 등), ‘광고, 문서·도화 첩부·게시’에 관한 부분(2018헌바357 등)에 대해 올해 7월 31일을 입법 시한으로 하는 계속 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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