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2)-한국인 미국 자격 변호사라는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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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2)-한국인 미국 자격 변호사라는 위치
  • 박준연
  • 승인 2023.03.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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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SNS를 통해 예전에는 1:1의 대화에서나 들었을 업계 경험자의 지론을 인터넷에서도 접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 미국 변호사분들의 글은 더욱 흥미롭게 읽게 된다. 특히 자주 보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주니어 미국 변호사들에 대한 어드바이스이다. 이 중에서는 일본에서 일하는 내가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야기가 많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라고 한 카테고리로 묶어도 업무 환경에 따라 하는 일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도 느낀다.

외국 자격 변호사와 종종 일하는 한국 변호사가 나에게 미국 밖에서 소송 담당 변호사로 일하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는 뭐 이런 걸 다 묻나, 좀 무례한 질문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몰라서 그런 질문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밖에서 하는 소송 업무는 상대방과 절차적 측면이나 증거 제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참여할 기회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그와 같은 제한은 많이 완화되었다. 또한, 미국 소송이라도 소송 당사자(클라이언트)의 주된 비즈니스가 미국 밖에 있는 경우, 소송 전략에 대해 클라이언트와 긴밀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뉴욕에서 도쿄로 옮겨온 후, 몇 년간은 일본 클라이언트에 대한 미국 소송, 정부 조사가 진행되었고 클라이언트 회사의 임직원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또 미국의 사무실과 연계하여 업무를 진행하였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 클라이언트의 한국, 일본 비즈니스와 관련된 내부 조사를 주로 돕고 있다. 예전에는 대면으로 진행하던 조사는 팬데믹 이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주로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에서, 해당 비즈니스 환경을 이해하는 변호사가 조사에 임하는 것은 변함없이 중요하다. 클라이언트 역시 문화적 요인에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에 클라이언트인 글로벌 기업의 법무팀 소속 변호사분들과 비디오로 미팅하면서 많이 받은 질문도 컴플라이언스 관련 문화적 요인(구체적으로는 업계의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태도, 조직 내 다이내믹, 법령 집행 때 정부 기관의 인식)에 대한 것이었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와 일본의 비즈니스 사이드에 있는 임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반대로 미국법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의 관행에 대해 미국 정부 당국이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지에 관해 설명할 때도 많다.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면서 해외 연수 기간에 더해 추가 1년의 휴직을 할 수 없어 본의 아니게 외교부를 그만두었다. 하지만 지금 하는 업무 중 일부는 외교관의 업무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외교부 시절의 한 선배는 외교관의 업무 중 8할 이상은 한국의 국익을 증진하는 일이지만, 나머지 1, 2할은 상대방 국가의 입장을 국내에서 설명하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 하는 일을 바라보면, 건조하게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권 간의 대화를 돕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한국인인 미국 자격 변호사로서의 나, 직업적 정체성을 찾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했을 때는 한국 업무는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냥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미국 변호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업무의 경험과 함께 자신감을 쌓고 나서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플러스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주니어 변호사 시절의 가장 큰 도전은 내가 잘하고 또 좋아하는 업무 분야를 모색하는 과정이었고, 정체성이라는 요인은 그런 모색에서 빼놓을 수가 없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후배 (예비) 미국 변호사님들이 가끔 글을 잘 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시는데, 그분들께도 응원을 전한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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