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303)-개헌, 더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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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303)-개헌, 더는 미룰 수 없다
  • 강신업
  • 승인 2023.03.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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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헌법은 1987년도에 개정한 법(제9차 개헌)이다. 민주화 요구로 대통령 직선과 장기집권 배제라는 국민적 요구를 중점적으로 반영하여 제정되었지만, 분출하는 민주화 요구에 충분한 시간을 두지 못하고 쫓기듯이 만들어진 탓에 국회의 기능과 역할,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 권력 충돌 시 해결에 대한 고민 등이 상당 부분 빠져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헌법은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은 최고의 가치규범이지만 고정불변은 아니다. 새로운 가치와 이에 기반한 미래가치를 담아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려면 시대의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이미 오래전부터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정치권은 헌법의 도구화를 유지하기 위해 개헌에 소극적이었다. 그동안 개헌 논의가 빈번했지만, 매번 그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이유가 바로 개헌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 결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력기구 개편만 해도 국민의 권력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되어야 마땅함에도 집권 세력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개헌 논의가 진전되면서 결국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해 좌초되고 말았다. 개헌 시도가 좌초된 또 하나의 이유는, 개헌하면 곧바로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 하는 등의 권력구조 개편에만 초점이 맞추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사형제, 낙태, 차별금지 등의 민감한 이슈들이 논란을 낳으며 개헌 논의의 진전을 막은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이제 개헌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요청이다. 승자독식의 원시적 다수결 민주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비례성이 무시된 기형적 양당 정치체제를 낳아 국민의 다양한 요구와 목소리를 삼켜버렸다. 이는 국민 분열의 단초가 되었을 뿐 아니라 지역갈등을 심화시켰다. 중앙·수도권에 집중된 과잉 중앙집권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심화시키면서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 따라서 승자독식 다수제를 소수보호합의민주제로, 과잉 중앙집권제를 지방분권제로, 엘리트가 지배하는 대의민주제를 국민참여형 대의직접민주제로 전환하는 개헌을 더는 미룰 수 없다.

헌법은 국가의 바탕이 되는 기본법이기 때문에 그 개정에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국민의 의사를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 국민이 지켜야 하고 그 틀 속에서 국가를 운영해야 하므로 시대의 흐름과 변화, 국가와 국민의 요구와 다양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1987년 제9차 헌법 개정 이후 30여 년간 시대의 흐름과 변화, 국민의 다양성, 권력구조와 경제 규모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뿐 아니라 복지와 경제, 지방분권, 국민의 권리 향상까지 복합적으로 변경되어 미래지향적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자주적, 민주적 국가 운영을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하고, 보편타당한 선진복지 국가의 기반을 마련하는 초석으로 기능해야 한다.

현재 개헌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이 있지만, 그 이슈들이 대개 권력 집중적 정치·사회 체제에서 비롯된다는 데 이견은 없다. 다양한 개헌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이 특히 권력의 분산을 원하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후퇴라는 암울한 지금의 상황도 사실 따지고 보면 현행 헌법이 잉태한 암적 병폐다. 헌법 개정 시기를 놓친 것이 계속 병을 키우더니 급기야 정치세력이 국민을 우롱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제9차 개헌은 민주화의 길을 열었지만, 대통령에게 지나친 권력을 부여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큰 병폐를 초래했다. 5년 대통령 단임제는 책임지지 않는 군주 대통령을 만들었다. 사실 정치권은 1987년 헌법 체제를 권력 기반을 다지는 도구로 이용했다. 87년 체제가 잉태한 형식적 국민주권, 승자독식 다수결민주제, 중앙집권제, 엘리트 지배 대의민주제라는 한계가 지금의 정치·사회적 병폐를 낳았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인식이다. 이제 권력을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에게 돌려주는 개헌을 서둘러야 한다. 여야는 개헌·정치개혁특위를 조속히 구성해 시대정신과 미래 가치를 담은 개헌안을 도출하기를 바란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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