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성전환수술 않아도 성별정정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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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성전환수술 않아도 성별정정 허가”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3.03.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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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적 요소보다 정신적 성정체성 등을 우위에 둬야
“당사자 의사에 반하는 외적 강제는 개인존엄 침해”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법적 성별정정에 대한 허가 여부는 성전환 또는 생식능력 제거 수술이라는 외형적 요소가 아닌 성(姓)정체성에 대한 정신적 요소가 우선돼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다시 나왔다.

특히 외부성기성형수술과 생식능력상실 여부를 따지도록 한 예규는 필요충분의 허가기준이 아닌 참고사항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남성’으로 태어난 A씨는 어렸을 때부터 여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해 만 17세인 2015년부터 꾸준히 호르몬요법을 이어온 데다 가족은 물론 학교와 직장에서 여성으로 일상생활을 해 왔다.

이에 A씨는 여성으로의 성별정정을 법원에 신청했지만 1심 재판부는 A씨가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아 사회적 혼란과 혐오감, 불편감, 당혹감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하지만 항고심은 이를 취소하고 남에서 여로의 성별 정정을 허가 결정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3민사부(재판장 우인성)는 지난달 15일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전환수술 강제가 개인의 존엄을 침해한다”면서 “수술이 아닌 다른 요건에 의해 당사자의 성정체성 판단이 가능하다면 그에 의해 성정체성을 판단하면 된다”며 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정신적 요소가 정체성 판단의 근본 기준으로서 생물학적, 사회적 요소보다 우위에 두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성전환자에 대한 신체 외관의 변화는 당사자의 성별불쾌감을 해소하는 정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전환수술 강제가 개인의 존엄을 침해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재판부는 스웨덴의 입법례를 소개하며 “생식능력 박탈 및 외부성기의 변형을 강제한다면 인간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기본적 욕구인 재생산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가족을 구성할 권리 등도 박탈하게 된다”며 재생산권도 침해하는 것으로 봤다.

1972년 성별정정 관련 법률을 제정한 스웨덴은 그중 성전환수술을 요구하는 조항이 2012년 12월 위헌으로 결정되자 정부는 197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성별정정 과정에서 의사에 반해 생식능력을 박탈하게 된 이들에 대해 금전배상을 했다.

재판부는 이어 “성전환자의 외부 성기가 제3자에게 노출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1심이 사회적 혼란, 혐오감, 불편감, 당혹감 등의 초래 위험을 기각 사유로 꼽은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이례적인 경우를 전제해 혼란, 혐오감 불편감, 당혹감 등이 사회에 초래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실에 대한 편견 혹은 잘 알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오히려 외양이 여성임에도 여권 등 공적 장부의 기재가 남성으로 되어 있는 경우(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 더 혼란이 발생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 사건 등 사무처리 지침(가족관계등록예규 제550호)’ 제6조 제3호 및 4호의 외부성기성형수술과 생식능력상실 여부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의를 내렸다.

즉, 표제에 기재된 것처럼, 성전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참고사항’일 뿐 성전환을 하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요건은 아니라는 것.

재판부는 “정신적 요소와 육체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정체성을 판별함에 있어, 육체적 요소가 정신적 요소와 일치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육체적 요소를 정신적 요소에 일치시키도록 강제한다면, 육체적 요소를 우위에 두고 정신적 요소를 부차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꼴”이라며 A씨의 성정정을 허가했다.

이 사건을 대리한 장서연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이제 더는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법적 성별 정정을 위해, 원하지 않는 수술을 강요당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번 결정이 다른 법원에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지원한 이승현 활동가(비온뒤무지개재단 이사장) 역시 “일률적으로 외과수술을 강제하는 것은 현재 의료적으로도 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트랜스젠더들의 심리적,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특히 공부나 취직을 앞둔 젊은 친구들에게는 치명적”이라며 “앞으로 이러한 긍정적인 결정이 지속하기 바라며, 입법 논의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부성기성형수술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 남성에 대한 성별정정을 허가(서울서부지방법원 2013. 11. 19. 선고 2013호파1406 결정)하는 등 우리 법원은 이번 결정과 유사한 이유로 현행 지침의 성전환수술 사항에 관한 인권 침해성을 인정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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