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43)-‘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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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43)-‘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3.03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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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김하늘(필명)

1. 들어가며

마지막 변호사시험 결과를 받아본 지도 어느덧 수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나온 그 시간을 문득 돌이켜 보니, 마치 긴 터널을 지나온 것만 같다. 굳이 생각해보려 하지 않았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불편하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막연히 생각은 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무언가에 끌리듯 검색을 해보았다. 사랑샘 재단에서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나에게 울림을 주었고 재단의 여러 활동에 매우 공감하였다. 나도 동참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 감정을 느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그들과 알 수 없는 연대감을 느꼈고, 그들 역시 나처럼 어느 자리에서 어느 모습으로든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했다.

2. 옛이야기

눈 내리던 12월의 어느 날, 내가 지원했던 로스쿨에서 합격 문자를 받았던 날을 기억한다. 나는 어린 학창 시절부터 로스쿨에 합격했던 그날에 이르기까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특별한 좌절을 겪어보지는 않았다. 로스쿨에 가서도 무탈하게 3년을 보내고 그 후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나름 역할을 하며 살아가리라 생각했다.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때 난 그렇게 뜨겁지 않았던 것 같다. 치밀하지 못했고, 안일했다. 대부분의 재학생들이 붙어나가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나 역시 그러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첫 번째 시험에서 나는 미끄러졌고, 나름 정신 차리고 준비했던 두 번째, 세 번째 도전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 뒤로 두 번을 더 도전하였지만, 나는 합격선을 결국 넘어서지 못했고 그렇게 시험 앞에서 주저앉고야 말았다.

한동안은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세상에서 내가 가장 형편없고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고, 자꾸만 심연으로 빠져들기만 하는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연락도 멀어졌고 그렇게 나는 세상과 단절되어가고 있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몸부림치고 애를 써봤지만 그럴수록 답답함만 가중되었고, 결국엔 나를 내려놓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를 망령처럼 괴롭혔던 시간과 계획의 늪에서 나를 해방시키기로 했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나를 위로했다. 가까운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도 보고, 영화도 보러 가고, 등산도 다녔다. 잠도 실컷 잤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며 시험에서의 패배와 좌절을 조금씩 잊어갔다.

3. 지금, 그리고 감사함

그렇게 마음을 어느 정도 정리했고, 미래를 모색했다. 인생에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 것은 내게 행운이고 복이다. 가족들도 그러했고,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그렇다.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나름 얻는 것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삶을 대하는 태도, 살아가다 좌절하면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인생이 아름다운 색깔로만 채워져 있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배웠다. 앞으로 또 내가 어떤 실패와 좌절을 겪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담담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헤쳐 나갈 것이다. 세상엔 너무나도 할 일이 많고, 내 인생은 아직 길다. 이제 아픔은 그저 추억으로 남기고 훌훌 털어버리려 한다.

이렇게 인생의 한 꼭지를 정리할 기회를 마련해 주신 사랑샘 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게는 정말 큰 위로가 되었고 따뜻한 응원이었습니다. 이제 한 걸음 나아가 보려 합니다. 저 자신도 다른 누군가에게 마중물이 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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