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22)-국회의원 불체포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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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22)-국회의원 불체포제도
  • 신종범
  • 승인 2023.03.0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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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검찰은 지난 2월 16일 위례 신도시, 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등이다.

위례,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해서는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를 적용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민간사업자에게 유출해 민간업자들이 7886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최종 결재권자로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빼도록 결정하면서 확정이익 1830억원만 배당받도록 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쳤으며,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 과정에서 사업자 공모 전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주고 이를 통해 사업자들이 211억원의 부당이득을 얻도록 했다는 것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이 대표가 성남FC 구단주로 재직하며,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유치하는 대가로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 대표를 대상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앞서 국회의 체포 동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우리 헌법이 회기 중 국회의원의 체포와 구금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상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라고 부른다. 이에 따라 법원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실시하기 전에 정부에 체포동의서를 보냈고,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국회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서를 제출했으며, 국회는 체포동의안 의결절차에 돌입했다.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동시에 여당과 일부 야당을 중심으로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대표도 법조인이니까 본인의 억울함을 국회의 불체포특권 방탄에 숨어 해결하려 할 게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법원 영장심사에 응해서 본인의 무고함을 밝혀야 한다" 등의 주장이 봇물처럼 나왔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면 바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는 걸까?

소위 ‘불체포특권’을 규정하고 있다는 우리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라고 되어 있다. 그 문언상 명백하게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하려면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구속영장청구의 대상인 국회의원이 이를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국회의 동의가 없는 한 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할 수도 없다. 결국, 이 대표에게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라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17세기 초 영국 의회가 처음 만들었다. 엘리자베스 1세의 왕위를 물려받은 제임스 1세가 왕권신수설을 내세우며 왕권 강화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마구잡이 잡아 가두었을 때 의회가 왕의 권력 남용을 막으려고 정부가 마음대로 의원을 체포할 수 없게 하는 법을 제정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 후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미합중국 헌법을 거쳐 민주주의 국가에 널리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집행권을 가진 행정부의 권력 남용으로부터 대의기관인 입법부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국회의원 개인에게 부여된 ‘특권’이라기 보다는 헌법상 ‘제도’로 이해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국회가 그 취지와 달리 국회의원들의 개인비리 방탄용으로 ‘국회의원 불체포제도’를 악용한 사례들이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의 권한 남용으로부터 대의기관을 지킬 제도의 존재의의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권력은 언제나 남용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결국 부결되었다. 검찰은 정경유착 등의 중대한 범죄 혐의가 있다고 하지만,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어떠한 이익을 얻었는지, 장래 얻게될 이익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것이 범죄가 될 수 있는지, 공적 법인에 대한 광고 후원금이 뇌물이 될 수 있는지, 관련 법에 따른 인,허가권 행사가 ‘제3자 뇌물죄’의 ‘부정한 청탁’이 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하여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이 많은 점을 볼 때 국회의 체포 부동의를 방탄용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신종범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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