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42)-‘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상태바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42)-‘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2.24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최고봉 (필명)

저의 고등학교 시절 후반부를 사로잡은 동명의 소설과 영화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작가가 쓴 소설과 당시 최고의 배우가 연기하였기에 이 글을 읽는 옛날(?) 분들은 향수를 느낄 것 같습니다. 그 영화의 주연을 맡았던 여배우께서 작년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셔서 팬들을 안타깝게 했는데요, 얼마 전 유작이라 할 수 있는 영화 발표회에서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은 정말 잘 살아오셨구나라는 존경심마저 갖게 했습니다.

문득 저도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눈물 흘리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물론 전혀 차원이 다른 고통의 눈물을...

저의 소중한 가족부터 친구, 친척, 가까운 지인들까지 저 개인의 실패로 인해 적지 않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감수하게 했고 지금도 그 파장과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무모하리만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로스쿨 입학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에 재앙 수준의 고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경제적 궁핍함은 물론 여러 가지 삶의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10년간의 회사생활을 오히려 그리워하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나마 학교라는 울타리가 있던 3년을 보낸 후,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첫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이어진 4년의 시간은, 위 작품에서 주인공이 겪었던 무너져감 자체였습니다.

그래도 힘들 때마다 손길을 내밀어준 로스쿨 동기들과 아래 기수 대학 동문들의 소중한 도움이 있었기에 버텨낼 수 있었고, 이 글을 빌어 진심으로 고맙고 항상 잊지 않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 아내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은 이미 결혼 시작부터 진행형이었지만, 로스쿨과 함께 시작된 저희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지원은 요즘 세대들의 평균에 비해서는 한없이 뒤처져 있었습니다. 저는 로스쿨 재학 중에는 과외, 졸업 직후부터 학원 강사 생활을 해왔지만 정작 제 아이는 사교육 근처에도 갈 수 없었고, 허접한 저의 홈스쿨링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대입에서 연달아 실패 후 희망 고문과 같은 세 번째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학창 시절 강제 주입된 진화론을 이제는 휴지 조각처럼 생각하지만, 저의 불합격 DNA를 제 아이가 획득한 것이 아닌가라는 망상에 젖을 정도로 절망감에 짓눌렸고, 여전히 학원 하나 다닐 수 없는 제 아이의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간절히 바라보았던 그분의 역사로 인해 기적과 같은 합격 소식을 끝내 받았고, 물밀듯 밀려오는 감사함에 흐르는 눈물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마음 한편에서는 등록금과 많은 비용들에 대한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그러한 걱정마저 감사했습니다.

며칠 후 쉬는 시간에 근 2년여만에 동기 변호사 형님의 부재중 통화를 확인하였는데 염치없이 도움 부탁을 하게 될까 봐 주저했습니다. 결국 늦은 시간에 통화가 되었고, 전화 너머로 밝은 목소리와 함께 ‘사랑샘재단’의 귀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기적 Season2’였습니다.

얼마 전 과학 강사인 저에게 한 학생이 ‘자유낙하’에 대해 뜬금없이 물어보았습니다. 자유롭지 않게 계속 지면으로 떨어지는데 왜 ‘자유’낙하냐고.. 물론 과학적으로는 오직 중력만이 작용하는 낙하운동을 의미하지만, 그 중력은 지상 모든 물체에게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과한 비유일 수 있지만 변시 5년 5회 응시 제한은 저처럼 준비되지 않은 로스쿨생에게는 오탈이라는 예고된 추락을 가져오는 강력한 중력과 같은 제도이기에, 이제는 5년 제한 부분이라도 개정되어 안타까운 후배들이 다시 떠오를 수 있는 날갯짓을 해보기를 절실하게 바라는 바입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