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전원 14년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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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전원 14년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 송기춘
  • 승인 2023.02.24 10:4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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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이 문을 연 지 14년이 되었다. 3년의 교육과정을 통한 다양한 법률가 양성을 표방하면서 시작한 법전원은 법학교육이나 법률가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실무 중심의 실천적 이론교육이 이뤄지게 되었고, 법률가들이 공직이나 기업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가진 이들이 변호사가 되어 자신이 전문성을 가지는 분야에 진출하여 활동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시민들이 변호사의 법률서비스를 받는 데 넘어야 할 장벽도 조금은 낮아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도 적지 않다.

우선 법전원이 목표를 잃었다. 과정 중심으로 법률가를 양성하겠다는 기본구상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법전원(로스쿨) 제도는 법률가가 될 만한 이들을 선발하여 3년의 교육을 통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법률가를 양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사법시험의 합격이 법률가가 되는 데 필수조건인 과거의 제도가 시험 위주의 법학공부를 하게 하고 법률가의 활동범위를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법전원은 오로지 변호사시험에 맞춰진 3년 과정의 학원처럼 운영되고 있다. 당초 구상했던 바와 같이 3년 동안 최대한의 법학교육을 하고 그 결과 변호사가 되기 위한 기본적 능력이 인정되면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하였던 것은 거짓이 되었다. 시험에 도움이 되는 과목과 답안 작성에 필요한 핵심을 쥐여주는 강의가 선호된다. 변호사처럼 생각하자는 제안은 변호사가 되기 전에는 먹히지 않는다. 과정 중심의 법률가 양성이라는 당초의 목표에서 멀어진 지 이미 오래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변호사를 확보하기 위해 설정한 법전원별 특성화 분야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법전원 인가의 필수요소 가운데 하나인 학생지도센터는 학습이나 취업 지도, 심리 상담보다는 시험 대비 강좌 운영을 주업무로 하게 되었다.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사실상 제한하고 법전원 입학 총정원을 설정하고 시작한 제도의 필연적 결과이다. 법전원 교육에서 변호사시험 합격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교육을 변호사시험 합격에 맞추게 되면 법전원 제도는 필히 실패한다. 시험 합격이 지상과제가 되어 과목이 개설되고 교육이 이뤄지게 되기 때문이다.

법률가 양성을 거의 법학교육과 동일시한 것도 날이 갈수록 문제가 커지고 있다.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만 법학교육이 필요한 게 아니다. 법학을 기본으로 하는 행정전문가를 양성할 필요도 있고,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법학에 상당한 소양을 가지는 직업인도 필요하다. 법전원을 설치한 학교는 학부에 법학과를 둘 수 없도록 하였으니, 학부에서 법학과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변호사 자격도 얻을 수 있는 법전원이 있는데, 뭐하러 학부에서 법학만 공부하겠는가. 경찰행정이나 부동산 전공의 학과에서 관련되는 형사법이나 민사법 정도의 교육만 이뤄진다. 법학이라는 게 자기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만 열심히 공부한다고 그 분야를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민사법은 노동법이나 사회법도 함께 공부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법학이 법전원에서만 교육되면 변호사가 될 사람을 제외하고는 법학을 배울 기회도 적어진다. 의학이 중요하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면서도 대학에서 의학개론 강의조차 수강하기 어려운 게 현실 아닌가. 의사가 될 사람만 의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화의 그늘이 점차 짙어진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속히 법전원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법전원에서 교육을 받은 변호사의 수가 전체 변호사의 반을 넘었다. 법전원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평가기준에 따라 엄격한 평가를 하고 법전원 교육이 본래 취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부에서도 법학교육이 충실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하고, 이 과정을 거쳐서도 변호사가 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별도의 시험을 마련하고 합격자는 법전원에서 1년 정도 실무교육을 거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법전원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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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4 15:50:02
'자격 ' 시험인데 합격기준이 매년 높아짐. 즉 자격취득의 기준자체가 일정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법조기득권들의 입맛대로 결정되고 있다는게 문제임.

입학정원을 한정했다는건 과정종료 후 대부분이 자격취득이 된다는게 자격시험제도인건데...

지금처럼 상대평가로 기준도 없이 숫자로만 기준을 삼아 잘라댈거면 첨부터 입학정원을 한정하지나 말든지,

아니면 아예 다 없애고 시험으로만 자르는 선발시험제도인 사법시험으로 다시 되돌아 가든지,
그러면 그나마 말이 되는건데 ...

입학정원을 한정하고 교육과정 후 다시 기준도 없는 상대평가로 자른다?
그럴거면 자격시험제도인 로스쿨제도를 유지할 필요도,해서도 안되는거지...

그런 불합리 속에서 학생들만 중간에서 죽어나는거

ㅇㅇ 2023-02-24 12:03:24
교수님은 양심있으신 분이네요.

민경일 2023-02-24 14:59:14
'법전원에서 실무교육'

ㅋㅋㅋㅋ 웃고 간다

지나가다 2023-02-28 12:13:53
한국의 로스쿨 : 입학허가제로 운영되고 응시자격을 독점적으로 부여하는 시험준비학원

이제 끝낼 때가 되었군요.

지나감 2023-02-25 23:55:59
변호사 많아져 중소 로펌들은 거의 침몰상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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