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21)-50억 뇌물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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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21)-50억 뇌물 무죄 판결
  • 신종범
  • 승인 2023.02.1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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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최근 SNS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뇌물 수수하는 법’, ‘증여세 없이 증여하는 법’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공무원이 자녀를 뇌물 공여자와 관련 있는 회사에 입사시킨 후 거액의 급여나 퇴직금 등을 받으면 형사처벌도 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증여세 없이 증여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글들이 퍼지는 이유는 최근 대장동 개발 사업에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5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 대해 1심 법원이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곽 전 의원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하고 50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핵심 혐의인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와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2022고합121).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20대 총선 전후에 남욱 변호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받은 50억원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화천대유가 곽 전 의원의 아들인 곽 모씨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한 50억원의 성과급은 곽씨가 화천대유에서 수행한 업무 외 건강 상실에 따른 보상 위로금 명목 등을 고려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하다고 판단된다”면서도 “김만배씨가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위해 곽 전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거나 곽 전 의원이 그 요청에 따라 실제로 하나은행 임직원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고, 곽씨의 입사가 성남의뜰 문제 해결대가와 관련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곽씨의 급여수령 계좌에 입금된 성과급 중 일부라도 곽 전 의원에게 지급하거나 곽 전 의원을 위해 사용됐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아들 곽씨가 받은 성과급을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는 점에서 이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곽 전 의원의 아들 곽씨가 수령한 50억원의 퇴직금은 이례적으로 과하지만 대가 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곽씨가 받은 퇴직금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어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국민들의 법감정에 전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기 위해 뇌물죄의 처벌 범위를 넓혀 엄중하게 단죄해온 대법원의 태도와도 맞지 않는다.

곽 전 의원의 아들 곽씨가 수령한 퇴직금(퇴직 당시 직급은 대리) 50억원은 재판부가 이례적이라고 표현한 것을 넘어 전무후무한 것으로 사회통념상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이다. 상식적으로 대장동 사업자가 곽 전 의원의 영향력을 보고 지급한 돈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청탁이나 곽 전 의원의 영향력 행사 및 대가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뇌물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뇌물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할 때 성립하는 것인데, 대법원은 뇌물죄에서 말하는 직무란 법령에 정하여진 직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 있는 직무, 관례상이나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 등으로 폭넓게 보고 있으며, 뇌물죄의 성립에 있어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금품이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 직무행위와 대가관계에 있을 필요는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재판부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편, 재판부는 아들 곽씨가 받은 금전을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도 뇌물 혐의에 대한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검찰이 ‘제3자 뇌물수수죄’가 아닌 통상의 ‘뇌물수수죄’로 기소해서 쟁점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대법원은 뇌물을 받은 사람이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다거나 공무원의 사자(使者) 또는 대리인과 같이 사회통념상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통상의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 등이 반드시 공여자와 수뢰자 사이에 직접 수수될 필요는 없다라고 보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뇌물수수죄의 공범들 사이에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암묵적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공모 내용에 따라 공범 중 1인이 금품이나 이익을 주고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주고받은 때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에 뇌물이 실제로 공동정범인 공무원 또는 비공무원 중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는 이미 성립한 뇌물수수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사전에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모의하였거나 뇌물의 성질상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 뇌물의 처리에 관한 것에 불과하므로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 데 영향이 없다”라고 한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례에 태도에 따르면, 곽 전 의원과 아들 곽씨는 뇌물수수죄의 공범 관계 또는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로 뇌물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항소심에서는 검찰의 철저한 공소유지와 재판부의 합리적 판단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신종범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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