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37)-‘10년의 시간, 무엇이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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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37)-‘10년의 시간, 무엇이 남았을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1.25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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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10년의 시간, 무엇이 남았을까>

아리(필명)

1. 로스쿨?

로스쿨이 만들어진다고 신문에서 처음 읽었을 때 무언가에 홀려 나는 로스쿨에 가서 변호사가 되어보겠다고 순간 결심을 했었다. 당시 학부에서 공부하는 강의들이 다소 뜬구름 잡는 느낌이 들었었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전문성을 곁들여서 경쟁력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 곧바로 LEET 준비를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LEET 공부를 하다 보면 변호사 시험 또는 법학 공부에 나 자신이 맞는 사람인지 저절로 알게 되겠지 하고 시작하였지만, 막상 준비를 시작하다 보니 공부에 매몰되어 적성에 대한 고민은 뒤로하고 오로지 합격을 위해 시간을 보냈다. 또 점수가 하는 만큼 나오고 공부에 있어서는 자신 있게 로스쿨 이전의 모든 과정을 통과하였기에 많이 고민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나이의 패기와 열정 그리고 자신을 스스로 발전시키기 위한 꿈을 꾼 것에 대해 더욱 큰 고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후회하지는 않는다. 결과는 합격으로 이어졌고 나를 포함해 가족 모두 기뻐하였던 기억이 있다.

2. 혼돈

로스쿨을 들어가면 변호사 시험을 준비시켜준다는 말을 믿고 들어간 나는 처음부터 혼란에 빠졌다. 이미 사시 준비 등으로 공부를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교수님들도 원래 법과대학에서 강의하시던 분들이라 그런지 변호사 시험을 위해 마련된 강의는 없거니와 변호사 시험이 무엇인지, 어떻게 준비하여야 하는지 관심도 없어 보였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선행학습 없이 곧바로 입학한 사람으로서 시작부터 매우 난감하였다. 너무 순진하게 입학해서 따라가면 되겠지 라고 생각한 내 잘못도 있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학교는 그냥 학교대로 강의를 진행할 테니 시험 준비는 알아서 하라는 느낌이었다.

자연스레 성적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고 어떻게 해야 정상궤도에 오를지 답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허우적대기를 반복했다. 자신감도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아예 과정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긴 들어서 그런지 우여곡절 끝에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취득하여 초시를 봤으나 결과는 절망스럽게도 불합격이었다.

지금은 변호사 시험도 어느새 12회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선행학습 없이 입학하는 학생들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의 무모한 나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1학년 1학기 때 칠판의 학설 대립의 홍수 속에서 이것은 또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지? 라고 속으로 묻는 내가 생각난다.

3. 변호사?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한창 시험 준비를 하는 도중에 가까운 친척이 매우 심각한 송사에 휘말리게 되어 그 많은 가족 중에 그나마 법 공부를 많이 한 내가 돕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책상을 벗어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변호사님들도 많이 뵐 수 있었다.

힘들게 공부만 하던 내가,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만 하고 있던 내가 간만에 세상을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마다 꼭 한 말이 있다. ‘변호사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라는 말이다. 소송이라는 것이 분쟁의 해결이니만큼 당연히 일방 당사자에게 전부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거의 2년간 소송 얘기와 함께 들은 저 문구는 여러 가지 생각과 함께 회의감도 들게 하였다. 또한 실제 소송들을 함께 진행해가며 실전 실무를 어깨 너머 더 보니 어차피 소송의 결과는 판사님에게 맡겨져 있다는 것을 깨우쳤기 때문에 일부분이라도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일이 마무리되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였고 스스로 다짐하였었다. 저런 말을 듣지 않도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직한 변호사가 되겠다고.

4. 인정

다사다난했던 날들이 지나가고 새로운 경험과 새로워진 시야를 품에 안고 다시금 공부에 집중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고진감래는 없었다. 나이도 들어가고 얼른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합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으나 결국 아쉬운 차이로 나는 대략 10년이라는 투자의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사실 가히 충격적이라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감도 있다.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애초에 로스쿨을 준비할 때부터 5회의 응시 기회만 주어진다는 것을 알고 시작하였고, 게임의 룰을 알고 시작한 이상 현재 최대한 빨리 실패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나의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기나긴 보상의 시간을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이 무기력함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살아야 행복할지 절실하게 깨우치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나에게 다시금 스스로를 증명해야 할 이유가 생겼고, 법조계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로스쿨 입학 전의 꿈이었던 글로벌 무대에서의 성공적인 활약을 기필코 이루어낼 것이다.

5.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가까운 미래에는 이러한 막막함을 겪는 이들이 생성되지 않는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답도 없는 암울한 시기에 혼자 머리로만 생각하던 일들을 글로 쓰면서 다시 한번 다짐할 기회를 준 사랑샘재단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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