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부존재의 법과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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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존재의 법과 원칙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3.01.20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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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자로 정치·공직 범죄자, 선거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등 1,373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화해’와 ‘포용’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폭넓은 국민통합’으로 국력을 하나로 모아,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발전의 계기로 삼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정치인 9명에 대해서는 국민통합과 국가에 대한 공로 등을 이유로, 주요 공직자 66명에는 잘못된 관행에 따른 것으로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기회를 부여한다는 이유로, 선거사범 1,274명에 대해서는 선거범죄 전력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서는 경제위기 극복 및 사회통합을 위해 서민생계형, 주요 경제인, 노사관계자, 특별배려 수형자 등 1,693명에 대한 특별사면과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 593,509명에 대한 특별감면, 모범수 649명에 대한 가석방 조치를 했다. 형사정책적으로나 국민 정서적으로나, ‘먹고 살려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등과 같은 생계형 범죄나 우발적 또는 부주의에 따른 과실범에 대한 사회적 잣대는 관대한 편이어서 다수 국민은 ‘뭐, 그럴 수 있겠네...’라며 특사를 쉬이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특사는 ‘힘을 가진 자들이 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 저지른,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무너뜨린, 소위 권력형 범죄자들에 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쉬이 수긍하기 어렵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권력형 범죄자에 대한 특사는 비단 현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에 총부리를 들이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도 서슴지 않게 이뤄진 정치사를 기억한다면 이번 특사는 조족지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빈번히 반복되는 이번과 유사한 특사를 ‘정치적 재량’으로만 내버려 둔 채 공정, 정의, 법치를 부르짖을 수 있을까.

범죄자를 수사, 송치, 심문, 재판, 집행을 하는 지난한 과정에는 경찰, 검찰, 법원, 교정을 비롯해 엄청난 인력과 천문학적 경비가 소요된다. 법과 원칙이라는, 상식적이고 사회 정의의 안전망이라는 거물을 만들고 펼치고 쓸어 담기 위해 입법부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소추하고 사법부는 판결하고 다시 행정부는 형을 집행한다. 이러한 일련의 결과물을 화해, 포용, 사회통합이라는 애매한 명분으로 파쇄하는 꼴이다. 화해는 서로가 잘못을 수긍할 때, 포용은 진정한 사과가 있을 때, 통합은 서로가 억울함이 없을 때 이뤄지는 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온전한 사회통합은 ‘법을 어긴 자는 처벌한다.’는 대원칙이 유지될 때 가능하다. 누군 법을 지키고 누군 법을 어겼음에도 처벌을 면한다면 누가 법을 지킬 것이며 그 자체가 사회적 무질서를 이끌 것인데, 어찌 화해, 포용을 하고 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 싶다.

한 명의 경찰, 검사, 판사, 변호사, 고위 공직자를 양성하기 위해 우리 국민은 참으로 많은 것을 희생하며 투자를 한다. 특히 과거 사법연수원 2년간 연수생 개인당 평균 7천~8천만 원의 국민 세금을 들이고 이후 한 명의 판, 검사에 여러 명의 실무관이 달라붙고 또 각종 집행비, 또 품격 올리느라 해외 연수도 다녀오는 등…. 최근 탐사 전문매체 셜록에 따르면 수천만 원의 국고로 해외 연수를 받고서는 논문 베끼기가 만연하고, 하다못해 연수 후 곧바로 유명 법무법인으로 옮겨타며 세금을 탕진한 검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단 검찰만이 아니라 법원, 고위공무원단에도 비일비재한 것이 정설이다.

특히 이번 특사자 중에는 유죄판결로 이끈 장본인이 현재의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인 경우도 있다 한다. 법과 원칙을 부르짖으면 국민 성원을 업은 이들이 지금은 사회통합을 운운하며 그들을 풀어 주고 있다. 심지어 자신들의 조직체에 몸담은 검사를 복권하는 일까지…. 고위공직자 사면에도 관행이라는 잣대를 들이댄다면 불의, 불법한 관행을 법 위로 떠받치는 꼴이다.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 한다. 그런데 정치가 더 큰 생물, 민주주의를 죽이는 것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 수백만 청년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학업과정에서, 또 취업을 위해 실타래처럼 얽힌 각종 법을 배우고 있다. 법은 사회적 약속이며 규제다. 법(法)은 물 흐르듯 해야 한다고들 한다. 이는 물 흐르듯 상식에 걸맞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뜻이지, 지킬지 말지를 물 흐르듯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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