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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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까?
  • 신희섭
  • 승인 2023.01.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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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요즘 국제정치를 연구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도대체 언제 끝날 거냐는 것이다. 아마도 경제가 어렵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망할 놈의 러시아 침공’ 때문이라, 빨리 이 전쟁이라도 끝났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궁금할 것이다. 2022년부터 줄곧 해온 답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전쟁은 아마 좀 더 오래갈 것 같네요.”다.

이 답은 두 가지 논리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 “정확히 알기 어렵다.” 둘 “전쟁은 좀 더 장기화할 것이다.” 왜 그런지 차근차근히 들여다보자.

우선 “정확히 알기 어렵다.”라는 명제는 전쟁 자체의 성격 때문이다. 전쟁은 도박보다 더 도박 같다. 전쟁이나 도박이나 모두 딸 것으로 생각하고 시작한다. 하지만 둘 다 끝날 때 자신의 의지대로 끝내기 어렵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에 전쟁은 시작할 때 망설여진다. 그러나 전쟁을 끝내는 것은 더 어렵다. 자기 마음대로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변수가 너무 많다. 둘째, 정치가 개입한다.

첫 번째 변수부터 다시 보자. 각국의 수많은 전문가가 전쟁 이전에 워게임을 하고, 슈퍼컴퓨터를 돌린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요인이 전쟁에 끼어든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한 가지 변수가 개입했다. 바로 ‘운(luck)’이다. 예를 들어 비버들이 댐을 만들어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을 늪지로 만들고 있다. 원래 비버들은 나뭇가지를 이용해 집을 짓고 댐을 만든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선 전쟁으로 인적이 끊기자 비버들의 댐은 수백 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댐은 물길을 가두고 이것은 러시아나 벨라루스 군대가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을 창조해냈다. 게다가 유럽의 너무나도 따뜻한 이상 기온도 있다. 러시아가 믿었던 추운 겨울이 배신한 것이다. 유럽 국가들에서 러시아 산 난방용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 변수는 정치가 개입하는 것이다. 전쟁은 시작할 때 정치적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특정 땅을 수복한다거나 적대적인 종족을 절멸시킨다거나 상대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겠다거나 정치적 명분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그 대의를 믿고 목숨을 바쳐 싸울 수 있다. 전쟁의 끝은 그 목적을 달성하였을 때 가능하다. 그런데 전쟁은 시작하면 두려움과 적개심 같은 감정적인 요인이나 자국 정부의 자원통제력 등으로 인해 목표가 바뀐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 개전의 목적이 매우 분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 끝을 낼지 자신도 알기 어렵다. 우크라이나의 동부 돈바스 지역을 합병한 것 외에 구체적으로 성과를 낸 것도 없다. 여기서 끝을 내고 싶을 수 있지만, 이것은 상대방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이렇게 땅을 빼앗기고 휴전할 수는 없다. 분단된 대한민국 사례를 보라.

반면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와 돈바스에서 러시아를 밀어내고 완전한 국가를 만들기 원하겠지만. 이것은 러시아가 원치 않는다. ‘하나의 국가’ 원칙 앞에서 과연 양자가 중간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그래서 전쟁 종결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전쟁은 좀 더 장기화할 것이다.”의 이유도 핵심은 정치에 있다. 이번 전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했다. 하지만 전쟁 과정에서 미국과 서방이 지원했다. 미국은 전쟁을 끝내는 키 플레이어는 아니다. 하지만 전쟁 종결의 방식과 시기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전쟁 종결은 3차원의 방정식처럼 된 것이다.

서방의 지원을 받으면서 조금씩 러시아를 밀어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이번 전쟁은 자국 내 러시아계를 우크라이나계에 통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동부와 서부로 분리된 종족의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의 우크라이나 민족을 이룰 유일한 기회다. 서방의 지원만 유지된다면 장기전으로 이 기회를 살리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서부 지역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러시아의 푸틴은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정도에서 전쟁을 마무리해야 한다. 많은 인명피해와 앞으로도 이어질 경제제재 조치에 따른 피해를 상쇄할 수 있는 정도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 흡족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장기전으로 가게 된다. 식량문제와 에너지 문제에서 자유로운 러시아는 본토 공격을 받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에서만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주는 전략적 장점도 있다. 에너지 무기화와 중국과 북한과의 밀착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푸틴이 권좌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국내 정치적 이익도 있다.

서방측의 대표인 미국도 장기전에서 얻는 이익이 있다. 우선 적은 비용을 들이면서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다. 존 미어샤이머 교수의 ‘피 흘리기 전략(bloodletting: 러시아의 국력 약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국 무기의 성능을 확인하고 군사 전략을 수정할 수도 있다. 중국에 대해 견제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입증해준다. 게다가 ‘민주주의 vs. 비민주주의’의 규범을 이용해서 동맹국들을 결속시킬 수 있다. ‘미국 지원에 따른 민주주의 우크라이나 보전’은 의심받고 있는 패권 국가 미국의 리더십을 확인시켜줄 수 있다. 게다가 러시아 무기와 운영체계를 알아낼 수 있고, 여기에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략도 대입해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외교력이 좋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한 패이다.

이처럼 전쟁의 종결을 결정할 수 있는 세 나라의 정치적 이익은 매우 상이하다. 그런 점에서 예측의 어려움과 전쟁의 장기화는 모두 정치적 결정에 달렸다. 그런데 현재는 전쟁을 종결시킬 명분도 약하다. 많은 피를 흘렸지만, 명분을 충족시킬 결과가 나온 것도 없다. 결국, 이 전쟁은 장기화하면서 그 과정에서 정치적 목적이 새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인들의 마음에는 2014년 크림반도를 빼앗겼던 역사가 큰 상처로 새겨져 있다. 러시아인에게는 아프가니스탄의 악몽이 있다. 미국인들은 아직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을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상처가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상대의 상처를 물고 늘어지는 장기전을 치를 개연성이 크다. 그저 정치인들의 정치적 결정 때문에 이 지역 민간인의 희생이 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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