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중대선거구제 개편. 최선인가요?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중대선거구제 개편. 최선인가요?
  • 신희섭
  • 승인 2023.01.06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로 정치개혁안을 띄웠다. 2024년 총선에 대비해 제도개혁을 하자는 안이다. 봄보다 빨리 정치의 계절이 오고 있다는 신호다.

여야 모두 중대선거구제안에 대한 계산에 바쁘다. 실리를 따지기 전에 우선 명분은 있다. 첫째, 실질적인 양당제인 현재 상황에서 ‘소선거구제 + 상대다수제’가 가지는 문제점을 수정하자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당 지지율과 의석률 간 차이’와 ‘높은 사표율’ 두 가지다.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더불어시민당의 이름으로 33.35%의 지지를 받았는데 의석은 60%를 확보했다. 27%에 가까운 과다 대표성을 보여준다.

게다가 21대 총선에서 사표는 1,256만 표로 전체 43.73%나 된다. 참여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경우 50.32%. 19대는 46%, 18대 47%, 17대 49%나 된다.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의 거의 1/2이 던진 표가 죽은 것이다.

둘째, 현재 선거제도는 비례성과 대표성이 지나치게 낮다. 소수정당의 의석이 보장이 잘 안 된다. 그래서 이 부분을 수정하자는 것이다.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사용하고 위성 정당을 만들었던 것도 바꾸자고 한다. 그래서 제시된 것은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이를 통해 지역주의 구조를 타파하면서 비례성을 높여 다당제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는 선거제도 중에서 선거구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현재 소선거구제에서 한 명을 뽑는 방식에서 선거구를 키워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방안이다.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이미 사용하고 있다. 한 지역구에서 2명에서 5명까지 선출하는 것으로 제도 취지는 한 정당의 특정 지역 독점을 막자는 것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현재 비례대표제를 전국단위로 하고 있는데 이것을 5~7개 정도의 권역으로 구분하여 각 권역에서 따로 의석수를 계산하자는 것이다. 독일의 비례선거제도가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 제도를 이용할 경우 한 권역에서 특정 정당의 독식을 막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영남에서도 민주당 지지가 20~30% 정도 나온다. 만약 영남 권역에 7석이 배정되면 민주당은 1석에서 2석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럼 중대선거구제는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선 중대선거구제는 전세계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선거제도다. 거의 유일한 사용국가인 일본도 1995년 폐지하였다. 한국에서는 4공화국과 5공화국에서 2인 선거제도로 사용되어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여당의 의석을 50% 이상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양 국가에서는 사용한 사례가 없다는 것은 이 제도에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의 반대로 의석수를 300석에서 한 석도 늘리지 못한다는 전제에서 중선거구를 도입한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선거구를 4개 정도씩 통합해야 한다. 지금도 의원이 지역구 관리가 안 된다고 불만이 많은데, 이 정도 크기에서 과연 의원의 효과적인 지역관리가 될 것인가! 선거의 비례성과 대표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의민주주의 자체가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의원과 지역민은 더 멀어질 것이 자명하다.

게다가 정당들은 복수 공천을 할 것이다. 따라서 특정 지역에서 지역색이 강한 정당이 3석을 가지면 나머지 거대 정당이 1석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실제로 한 정당이 싹쓸이한 사례들이 부지기수다. 아니면 충남 논산시 ‘가’ 선거구처럼 5인 선거구에서 민주당 3인과 국민의 힘 2인이 당선되기도 한다. 지역주의 타파 명분으로 거대정당만 의석을 타 정당이 독식한 지역에서 몇 석씩 만들 것이다.

중선거구는 이론상 소수정당에 의석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비례성을 다소 높일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높은 장애물과 수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선거 비용이 많이 든다. 넓은 지역구에서 선거를 통해 자신을 알리려면 훨씬 돈을 많이 써야 한다. 이런 조건에선 유명 정치인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둘째, 최소한의 당선 기준을 두고 이익집단과 의원 간 결탁 가능성이 크다. 4인 선거제인 경우 최소 당선 표의 수가 매우 낮아진다. 이 점을 이용해 특정 지역의 이익집단이 표를 미끼로 정치인에게 압력을 행사하기 수월하다. 그래서 지역이기주의를 더욱 고착시킬 가능성이 크다.

셋째, 당선자 간 표 차이가 크다. 유명 정치인이 1위를 하면 이때 받은 표와 4위 표 간의 차이가 크다. 이것은 같은 대표지만 지역민 지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평등선거에 위배된다.

넷째, 다당제를 만들 가능성이 매우 낮다. 중대선거구제도 역시 다수 대표제이다. 이 제도의 대표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이념 위주의 양당제에 지역주의가 혼재한 상태에서는 소수 정당이 진입해서 의석을 얻기는 상상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중대선거구제는 정치적 계산상 거대 정당이 자신이 약한 지역에서 교두보 혹은 상징적 발판을 만드는 정도에서 지역주의를 살짝 흔들 수 있다. 하지만 양당제의 근간을 바꾸기는 어렵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이 제도개혁의 전제가 되는 다당제가 과연 한국에서 필요한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다당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따져야 한다. 한국의 지난 선거는 새로운 정당이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입증해주었다. 제3의 세력은 거대 양당에서 분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대통령제와 다당제는 잘 조응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면 우선 가장 중요한 정부형태에 대한 개편원칙을 정하고 세부적인 제도 개편논의가 되어야 한다. 모자이크식 정치개혁은 국민의 피로도만 높일 수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