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01-사인의 위법수집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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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01-사인의 위법수집증거
  • 손호영
  • 승인 2022.12.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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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인터넷 BJ가 인터넷 방송에서 과거 연인이었던 피해자를 지칭하며 명예훼손 발언을 합니다. 그와 연인관계에 있으면서 여러모로 괴로웠던 피해자는 그 영상을 녹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제출한 녹화파일을 토대로 인터넷 BJ에게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묻습니다.

혐의는 피해자가 제공한 ‘인터넷 방송 녹화파일’을 통해 증명될 수 있습니다. 녹화파일이 결정적 증거인 셈입니다. 그러자 인터넷 BJ는 이 결정적 증거를 법적으로 배제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는 당시 인터넷 방송을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합니다. ① 첫째, “인터넷 방송을 감청하고,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청취·녹음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를 위반한 것이고, 이와 같이 위법한 방법으로 취득한 녹화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② 둘째, “비로그인 이용자에 대하여 피고인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에 대한 접근권한을 차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접근권한 없이 피고인의 방송에 침입한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고, 이와 같이 위법한 방법으로 취득한 녹화파일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만약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녹화파일의 증거능력이 상실된다면 유무죄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인의 위법수집증거’라는 오랜 쟁점이 나오는 지점입니다. 대법원(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2도9877 판결)은 인터넷 BJ의 주장에 대해 면밀히 판단합니다.

첫째 주장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판단합니다. 우선, “방송자가 인터넷을 도관 삼아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 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인 인터넷개인방송 플랫폼업체의 서버를 이용하여 실시간 또는 녹화된 형태로 음성, 영상물을 방송함으로써 불특정 혹은 다수인이 이를 수신·시청할 수 있게 하는 인터넷개인방송은 그 성격이나 통신비밀보호법의 위와 같은 규정에 비추어 전기통신에 해당함은 명백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원칙, 예외, 예외의 예외를 세웁니다.

즉, ① 원칙적으로, 인터넷개인방송의 방송자가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등 그 수신 범위를 한정하는 비공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송을 송출하는 경우, 시청자가 방송 내용을 녹화해도 감청이 아닙니다. 누구든지 시청하는 것을 포괄적으로 허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② 하지만 예외적으로, 인터넷개인방송의 방송자가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등으로 비공개 조치를 취한 후 방송을 송출하는 경우에는, 제3자가 비공개 조치된 방송을 비정상적 방법으로 시청·녹화하면 감청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③ 다만, 예외의 예외로, 방송자가 이와 같은 제3자의 시청·녹화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방송을 중단하거나 그 제3자를 배제하지 않은 채 방송을 계속 진행하였다면, 제3자의 시청·녹화를 사실상 승낙·용인한 것으로 보고, 감청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인터넷 BJ가 비공개 조치를 하지 않은 날의 방송과 비공개 조치를 했더라도 피해자가 방송을 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한 방송이 녹화되었습니다. 따라서 원칙 또는 예외의 예외에 해당하여, 피해자의 녹화는 불법감청이 아니게 됩니다.

둘째 주장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다음과 같이 판단합니다.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인터넷개인방송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는 방송자인 피고인이 아니라 인터넷개인방송 플랫폼업체가 부여한 접근권한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면서, 피해자가 각 방송에 접속한 것이 플랫폼업체가 부여한 접근권한 없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피해자의 최초 신고 이후 인터넷 BJ가 송출한 방송의 내용, 피해자가 인터넷 BJ의 방송에 접속하게 된 경위, 피해자의 방송 시청 및 녹화로 인하여 훼손되는 정보통신망 자체의 안전성이나 정보의 신뢰성, 피해자의 증거수집 과정에서 침해되는 인터넷 BJ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보더라도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방송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합니다.

사실관계는 실재하는데, 그것을 증명할 증거의 증거능력이 사라지면, 법적 관점에서 그 사실관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실체법인 형법이 아니라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이 기능하고 역할하는 지점입니다. 일반의 시선과 달라, 실체적 정의에 과연 부합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형사소송법의 존재이유일 수 있습니다. 법률가로서 형법과 같은 실체법 이외에도 형사소송법과 같은 절차법에도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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