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찰에 의한 성매매 여성의 인권 침해-위법한 수사관행에 대해 인권위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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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찰에 의한 성매매 여성의 인권 침해-위법한 수사관행에 대해 인권위 진정
  • 김지혜
  • 승인 2022.12.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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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김지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7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제기

지난 3월 10일, 서울특별시경찰청은 성매매 합동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의 가슴과 성기 등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고, 그 촬영물을 경찰관 15명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공유하였습니다. 당시 불법촬영을 당한 성매매 여성은 경찰조서에 “그 사진이 어딘가에서 나돌고 있을 생각을 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모멸감이 듭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이라고 하여서, 알몸을 강제로 촬영 당하였을 때 인격적 존재로서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경찰이 알몸 촬영한 것을 위법하지 않은 정당행위로 보려면, 긴급한 필요가 있었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점 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촬영된 것은 여성이 탈의한 상태로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한 알몸 사진을 증거로 보전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몸을 가릴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 해서 증거 인멸이나 도주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형사소송법은 강제수사도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필요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강제수사라고 하더라도, 경찰이 아무런 요건과 한계 없이 사람의 신체를 마구 촬영을 할 수는 없습니다. 성매매 단속에서 여성의 알몸을 가릴 수 있도록 조치한 후에 현장을 촬영하는 방법도 가능하지만, 경찰은 인권을 덜 침해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전혀 취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성매매 여성의 알몸을 촬영하는 것은 수사의 최소침해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수사권의 한계를 넘어선 행위입니다.

경찰이 성매매 여성의 알몸 등 신체를 촬영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실수에 의해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수사관행으로 반복되어 왔습니다. 2012년에도 성매매 여성이 경찰로부터 알몸 촬영을 당하면서 모멸감을 느꼈고, 그것이 동기가 되어서 성매매처벌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성매매 단속 현장을 촬영한 방송 영상을 보면, 경찰이 여성의 알몸 등 신체를 마구 촬영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로부터 부당하게 신체 촬영을 당하더라도, 경제적인 사정 등을 이유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까닭에,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거나 문제 제기를 하였더라도 잘 전달되지 못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위법한 수사관행이 오랫동안 반복될 수 있었겠지요. 이에 공감은 경찰이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여성의 알몸을 촬영하고 그 촬영물을 단체대화방에서 공유한 점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그 성명서에 104개 단체와 1,096명 개인의 연서명을 받았으며, 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10월 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추가 진정 제기

앞선 서울특별시경찰청의 성매매 합동단속 사건에서, 경찰은 알몸 촬영 말고도, 수사과정에서 성매매 여성에게 욕설 및 모욕적인 발언을 하고, 부당하게 자백을 강요한 점 등 여러 방식으로 인권을 침해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감은 성매매 단속·수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여성들 22명을 대상으로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를 추가로 조사하였습니다. 또 경찰이 성매매 현장을 초소형 비디오카메라로 몰래 촬영하고, 신체촬영물을 언론에 배포하는 현황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언론 속 경찰의 성매매 단속 현황을 모니터링 하였습니다. 그 조사결과들을 바탕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청장에게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수사관행을 금지하거나 개선할 것을 권고해달라는 취지로, 추가 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성매매 단속은 주로 심야시간에 비공개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그 단속 현장에서 여성들은 알몸 상태로 있거나 속옷 등 신체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은 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초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사용하여 성매매 여성이 촬영 사실을 인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신체를 몰래 촬영해왔습니다. 경찰청이 2022년 9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성매매, 사행성 게임장 등 단속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초소형 카메라는 총 1,055개이고, 그 형태는 단추형, 안경형, 시계형, 볼펜형, 넥타이형 등으로 다양합니다.

적법한 절차와 한계 없이 초소형 카메라를 사용하여 성매매 여성의 신체를 무분별하게 촬영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합니다. 최근 법원은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손님으로 가장하여 들어가서 ‘비노출 소형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 대하여,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수집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경찰은 성매매 단속 현장에 방송사 관계자를 대동하여 들어가서, 방송사 카메라가 성매매 여성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을 허용한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방송사 카메라에 성매매 여성의 알몸이 노출된 상태로 촬영되기도 하였으며, 알몸이 아닌 경우에도 성매매 여성의 얼굴과 신체가 그대로 촬영되었습니다. 노골적으로 성매매 여성의 신체가 드러나는 촬영물일수록 조회수가 높게 나타났으며, 촬영물의 모자이크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촬영된 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문제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경찰이 언론사 기자들에게 성매매 단속현장의 신체촬영물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배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올해 7월 21일에 해당 경찰서의 출입기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성매매업소에 의해 관리되는 민감정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성매매 여성의 얼굴 등 신체를 촬영한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공유하였습니다.

수서경찰서가 배포한 영상은 증거 보전 목적으로 범행이 이루어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에 촬영된 것이 아닙니다. 단속으로 인하여 이미 영업이 중단된 후에 촬영된 영상입니다. 경찰이 성매매 여성에게 생년월일을 물어보는 모습, 성매매 여성이 조사 받을 순서를 기다리면서 앉아 있는 모습 등을 촬영한 영상입니다. 경찰이 성매매 여성의 신체촬영물을 제공하는 행위는 언론보도 시 선정적인 화면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 외에 어떠한 공익적 목적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나아갈 길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에 성매매처벌법이 시행되었고, 이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2007년, 2011년, 2018년에 총 3차례의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권고에서 모두 성매매에서 여성이 관여한 부분을 비범죄화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유엔에이즈(UNAIDS), 세계보건기구(WHO) 등도 성판매자를 처벌하지 말고 성판매자의 건강권과 안전권 등을 보장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국제앰네스티,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인권단체도 성매매 여성을 범죄자가 아니라, 매우 취약한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으로서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성매매 여성의 인권은 다른 범죄 피의자와 비교할 때에도 참혹한 수준입니다. 경찰은 성매매 수사에서 성교행위나 유사성교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하여, 성매매 여성의 신체 촬영, 자백 강요, 함정수사 등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합니다. 성매매 여성은 성구매자나 업주로부터 각종 범죄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성매매 여성이 경찰로부터 당하는 인권 침해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번에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수사관행에 대하여 진정을 제기한 것은, 위법하지 않은 방식으로 수사하라는 취지에 머문 것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이중삼중의 위험을 알리고, 성매매 여성의 법적 지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를 담아서 진정한 것입니다.

202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감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수사관행 문제가 다루어졌고, 경찰청장은 인권 침해나 법위반 소지가 없도록 매뉴얼 등을 보강하겠다고 답하였습니다. 공감은 수사 매뉴얼 개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 여성이 범죄자 지위에서 벗어나 시민으로서 구체적인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고자 합니다.

김지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감 뉴스레터 2022년 11월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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