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김정은과 기시다의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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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김정은과 기시다의 브로맨스?
  • 신희섭
  • 승인 2022.12.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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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김정은과 기시다는 어떤 관계일까? 김정은이 쏘아 올린 미사일에 화답하듯 기시다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본을 만들겠다고 한다. 김이 묻고 기가 답한다. 그런데 기시다가 딱 원하는 질문을 한다. 마치 브로맨스 관계처럼.

일본 기시다 총리가 2022년 12월 16일 ‘국가안보전략’ 개정안을 의결했다.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일본이 반격능력을 보유한다. 둘째, 일본이 군사예산을 증대해 5년 뒤에는 일본 GDP의 2%를 사용한다. 이 둘을 합치면 일본은 재무장을 통해 군사 강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1955년 체제의 평화헌법이 유명무실화되었다. 평화헌법의 중핵은 9조다. 전쟁하지 않겠고, 교전권을 가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방어만 하겠다는 전수방위원칙은 이제는 사문화되었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선제적 반격을 위해 미사일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즉 먼저 공격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나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그렇게도 하고자 했던 평화헌법 수정은 북한의 지속적 위협이라는 명분에 힘입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최근 국제관계 측면에서 전범 국가인 독일과 일본이 군사력 증강을 한다는 점이 놀랍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나토 내 독일의 재무장을 불러왔다. 김정은 위원장의 고집스러운 미사일 발사에 더해 중국의 해군력 증강은 일본을 재무장으로 이끌었다.

2차 대전과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독일과 일본의 재무장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지 걱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쟁에 대한 사과와 역사청산을 이룬 독일에 대해서 유럽 국가들은 별걱정이 없다. 그간 독일이 보인 리더십으로 과거 ‘유럽의 독일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역사에서 크게 배운 것이 없어 보이는 일본이 재무장을 하는 것은 침략당했던 아시아 국가에겐 걱정이다. ‘아시아의 일본화’가 과거로만 그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두 가지 점에서 더 문제다. 첫째, 일본 국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1990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0%였다. 미국이 24.6%였고 중국은 3.8%였다. 2021년 일본은 5%가 되었고, 미국은 24.1%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은 17.7%까지 올라왔다. 중국에 세계 경제 2위를 내준 것도 모자라, 2027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에서 한국에도 뒤처질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의 쇠락은 자연스럽게 ‘복고적 민족주의’를 불러오고 있다. 사람이나 국가나 현재가 어려우면 과거 잘나가던 시절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과거 아시아를 제패하던 시기의 향수를 떠올리는 일본 우경화가 걱정인 것이다. 욱일기가 그 상징이다.

둘째는 역외 균형자인 미국이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지지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하면서도 국제 해상운송라인의 안전도 보장해야 한다. 11척이나 되는 항모 전단 전체를 동원하면 중국해군은 쉽게 괴멸시키겠지만, 현실적으로 동아시아에 사용할 수 있는 항모와 전함은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엔 동맹국의 군사력이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기술력을 갖춘 해양국가 일본이라면 더욱 절실하다.

미국은 중국을, 일본은 중국과 북한을 명분으로 하면서 밀착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 사이의 중매쟁이가 바로 북한의 김정은이다. 김 위원장은 일본을 민족의 원수라고 하지만, 실제 기시다 총리에게 김 위원장만큼 고마운 사람은 없다. 일본 국민의 60% 이상이 반격능력확보를 찬성하도록 단결시킨 인물이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김 위원장이 왜 미사일 도발을 지속할까? 북한은 대한민국 말고도 미국과 일본을 안보게임에 끌어들였고, 중국과 러시아도 불러들여 진흙탕 싸움을 만들고 있다. 자신에게 큰 이익이 딱히 없어도 다른 이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면 그만이다. 게다가 이 과정을 인민에게 공개하면 주체적이고 위대하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의 몸값은 높아진다. 그런데 중매쟁이의 몸값이 너무 높아지면, 판이 깨지는 것이 문제다.

김정은과 기시다의 애매한 브로맨스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북한을 우리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모두 걱정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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