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92)-관종 포퓰리즘과 자유의 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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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92)-관종 포퓰리즘과 자유의 질식
  • 강신업
  • 승인 2022.12.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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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진중권 광운대 교수가 이태원 참사 유족을 비판한 전직 윤석열 대통령실 비서관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며 “다 큰 자식이든 덜 큰 자식이든 자식들이 놀러 다녀도 안 죽는 나라 만들 자신 없으면 당장 정권을 내놔야지”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또 “도대체 이 사람들, 제정신인가”라며 “(윤석열 정권은) 사이코패스 정권”, “대통령실과 국힘 집단으로 실성한 듯”이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진중권의 위 인식은 매우 생경할 뿐만 아니라 천박하다. 이태원 참사를 놓고 국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진중권식 사고는 개인 삶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반동적이다. 진중권식으로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국가가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독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가정에서 아버지가 아이들을 향해 “물가에는 가지 말아라. 밤 9시 전에는 반드시 집에 들어와야 한다”는 등으로 관리하듯이 국가가 개인의 삶에 대한 가부장적 관리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중권식 사고가 위험한 이유는 사상적 포퓰리즘에 입각하여 개인의 자유 침해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개인은 군중 속에 매몰되고 여론이 개인의 일상 전부를 지배한다. 특히 다수자를 표방하거나 SNS 유력자들의 의견이 ‘대중’의 의견으로 둔갑해 횡포를 부리고 다른 의견을 침묵시킨다. 이들은 자기 의견만 절대시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여론에 반하는 소수 의견을 탄압한다. 그러나 개성 있는 개인이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사회, 즉 다수 의견에 편승하려는 사람들만 있는 사회는 기회주의자를 양산할 뿐 정의로운 사회의 꿈은 요원하다.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자유를 지키기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포퓰리즘과 싸워야 한다. 특히 언론 포퓰리즘이 난무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권위주의 정권이 늘어가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미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바닥부터 흔들어 놓았는가 하면 러시아의 푸틴은 이웃 나라의 영토를 빼앗는 것으로도 모자라 공개적인 침략 전쟁까지 일으켰다. 세계 각국에서 자유와 민주화를 요구하던 목소리도 사라져 버렸다. 포퓰리즘적 정치와 더불어 정치적 규범으로서의 관용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자유주의가 결핍된 결과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으로 왜곡되어 버렸다. 인권을 보편적 가치로 내세우는 제도 중심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아닌 포퓰리즘적 민주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특히 문재인 정권의 국민 분열이라는 상황에서 포퓰리즘으로 왜곡됐다. 소셜네트워크가 정치를 도배하고 있지만 막상 소셜네트워크가 만들어 낸 정서적 적대나 진영 양극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이념적 기반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는 현실에서 이성적 판단을 통해 지각되고 그 의미가 구체적 현실에서 표현되고 실천될 때 그 효능을 갖는다. 자유가 비이성을 통해 표현되고, 실천된다고 할 때 그것은 방종이고 무책임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한국에 자유주의가 존재하는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품게 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곧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이고, 한국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헌법이 규정하는 바를 존중하고 그 체계 내에서 작동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르면 한국 민주주의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너무 많이 포괄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 사회는 무규범, 가치나 이념의 거의 부재 상태로 양극화와 분노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면적 아노미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의 권리가 실종되고 민주주의는 오염되었다. 좌‧우파를 막론하고 포퓰리즘이 넘쳐나고 자신과 다른 의견에는 가혹한 비난을 가하기에 바쁘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검열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서는 심지어 자유와 다양성이 인간성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조차 망각 돼 버렸다. 바야흐로 자유가 위태롭고 경박해진 시대다. 오늘날 개인의 자유를 아무렇지 않게 억압하는 관종적 포풀리즘과 싸우는 일은 이제 우리의 의무가 되었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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