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00-“몇개고? 칼럼 횟수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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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00-“몇개고? 칼럼 횟수말이다”
  • 손호영
  • 승인 2022.12.2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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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칼럼을 한번 써보지 않겠습니까?” 형사 재판장을 하면서 정리한 판례노트를 책으로 내볼까 해서 법률저널에 연락드렸을 때입니다. 이상연 국장님, 이명신 팀장님과 함께 뵙자, 제게 책 출판 이외에도 칼럼을 써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해주셨습니다. 주제는 자유이되, 1800자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10프로 정도해서 매주 쓰면 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잠깐 고민했습니다. 쓸까 말까나, 무엇을 쓸까를 고민한 것이 아닙니다. 당시 저는 딱딱한 판결문 이외에도 부드러운 글 쓰는 연습을 해보아야겠다며, 어떤 방법이 있을까 궁리하던 참이었습니다. 칼럼의 기회가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무엇을 쓸까도 별로 고민이 없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격주로 판례공보를 내고, 그 판례공보에는 수많은 판결이 적혀있습니다. 인터넷 종합법률정보에 가면 <화제의 판결>이라며, 시의성 있는 판결을 법원 자체 내에서 엄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제 몇 마디 덧붙이는 것이 무에 그리 어려울까요.

제가 고민한 것은 언제까지 쓸까였습니다. 법률가는 전문직입니다. 자신의 역량이 곧 가치가 되는, 실력이 가장 중요한 직종입니다. 시스템을 갖추어도, 매뉴얼을 준비해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맞이했을 때 본질적인 질문을 하고, 핵심에 닿는 답변을 하며, 의미 있는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자신의 힘입니다. 본업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고민은 곧 멈췄습니다. 미리 해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칼럼을 쓰다가 본업에 조금이라도 영향이 있다면 제가 알아챌 것 같았습니다. 그때가 칼럼을 마무리하는 때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동안 재미있게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100회가 되었네요.

100회라니, 저도 좀 놀랐습니다. 제 첫 칼럼이 게재된 때가 2020. 12. 24.입니다. 이제 2년을 꼬박 채웠습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을 칼럼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써올 수 있었던 걸까, 그 이유를 새삼 되돌아봅니다.

칼럼과 동행하면서 칼럼작성자로서 제가 느낀 가장 효용은, 법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볍게 지나칠 만한 일상의 이야기들도 법의 렌즈로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달까요. 칼럼을 준비하고 쓰는 것만으로도, 저는 좀 더 법률적 사고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칼럼을 쓰는 것이 법률가로서 제가 가지는 역량에 좀 더 다채로운 색깔을 더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100회까지 이어왔던 것이 아닐까요. 앞으로도 일단은 계속 써볼 참입니다. 조금 더 나은 법률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써온 칼럼 내용 면면을 다시 살펴보면,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첫째는 대법원 판결을 풀어 쓴 내용입니다. 법적 용어를 일상적 용어로 바꿔쓰면서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도록 간단하게 정리해보는 유형입니다.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에 있는 지점이기에, 어쩌면 애매할 수도 있는 문제는 여전히 고민 중입니다. 둘째는 특정 텍스트를 법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내용입니다. 문학이든, 역사이든, 예술작품이든, 여러 소재를 법률가로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새롭게 시도해보는 내용입니다. 약간 억지스러운 느낌이 있기는 합니다. 셋째는 태도와 자세를 가다듬게 하는 자기계발에 가까운 내용입니다. 인물을 대상으로 그의 행적을 이야기하면서, 법률가로서 우리의 자세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입니다. 법과는 반드시 관련이 있지는 않습니다. 넷째는 그 이외에 법에 대해 제가 생각해오던 몇 가지 고찰들입니다. 주제가 다양한 반면, 일관되지는 않습니다.

매주 연재하는 것을 알게 된 주위 분들은 항상 제게 묻습니다. 어떻게 매주 연재할 수 있느냐고, 소재는 어떻게 발굴하냐고. 이런 식으로 유형을 돌려가며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는 신문을 읽으면서 소재를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습니다. 지금도 사용 못한 흥미로운 사례가 제법 있습니다. 나중에 차차 밝히고자 합니다.

100회를 지나면서, 아쉬운 지점도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로부터 직접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점이 그것입니다. 칼럼에서 다루면 좋을 만한 내용, 혹은 그 이외에 어떤 내용이든 피드백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부터 제 이메일(sohnhoyoung@gmail.com)을 칼럼에 적고 있습니다. 혹시나 제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연락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요즘 흥행한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이 초밥 장인에게 묻습니다. “몇개고?” 당황하는 초밥장인. 회장이 다시 묻습니다. “밥알 갯수 말이다.” 그러면서 첨언합니다. 320개가 원칙이지만 술과 같이 할때는 280개가 적당하다고. 저도 스스로 물어봅니다. “몇개고? 칼럼 횟수말이다.” 그리고 대답해봅니다. “100회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저 자신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때까지 일단 계속될 것 같습니다.” 칼럼의 기회를 주신 법률저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칼럼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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