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피성년후견인 국가공무원의 당연퇴직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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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피성년후견인 국가공무원의 당연퇴직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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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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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을 통한 회복의 기회 등으로 침해 최소화 가능”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국가공무원이 피성년후견인이 된 경우 당연퇴직 되도록 하는 국가공무원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선고됐다.

제청신청인들은 1990년부터 검찰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던 A의 배우자와 자녀들로 A는 근무 중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2년 동안 질병휴직을 했다. A의 배우자인 제청신청인 B는 휴직 기간 중 A를 대신해 그의 이름으로 금융거래업무 등을 하기 위해 법원에 A에 대한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A에 대한 성년후견을 개시하고 B를 성년후견인으로 선입했다.

그런데 A는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기 전 여러 차례 명예퇴직을 거론했기에 B는 A의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검찰총장은 명예퇴직 적격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A에 대한 성년후견이 개시된 사실을 알게 되자 명예퇴직 부적격 판정과 A에 대한 성년후견이 개시된 날로부터 국가공무원법 제69조에 따라 당연퇴직했음을 통지했다.

이후 A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당연퇴직일의 다음날부터 지역가입자로서의 건강보험료 미납액의 납부를 청구받았고 그 무렵 주식회사 C손해보험으로부터 당연퇴직일 이후 지급된 공무원·교직원 단체보험 보험금의 반환을 요구받았다. 또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으로부터 당연퇴직일 이후 지급된 15개월분의 급여 환수를 청구받아 제청신청인들은 위 각 채무를 모두 변제했다.

이에 A는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공무원 지위의 확인의 소를 제기했으나 소제기 후 사망했고 제청신청인들은 제청법원에 변제한 각 금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당해 사건 계속 중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 전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제청법원은 신청 중 일부를 인용해 국가공무원법 ‘피성년후견인’과 관련 있는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22일 재판관 6대 1의 의견으로 피성년후견인이 된 경우 당연퇴직 되도록 하는 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2020헌가8)고 선고, 제청신청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규정이 직무수행의 하자를 방지하고 국가공무원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성년후견이 개시된 공무원을 개시일자로 퇴직시키는 것에 대해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되나 침해의 최소성, 법익균형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그 근거로 헌재는 국가공무원법이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는 국가공무원에 대해 임용권자가 최대 2년,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은 최대 3년의 범위에서 휴직을 명하도록 하고 휴직 기간이 끝났음에도 직무에 복귀하지 못하거나 직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때 비로소 직권 면직 절차를 통해 직을 박탈하도록 하는 점을 들었다.

성년후견이 개시된 국가공무원에게도 같은 절차를 둔다면 당연퇴직 대신 휴직을 통한 회복의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고 이 같은 절차적 보장에 별도의 조직이나 시간 등 공적 자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공무담임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는 설명이다.

또 헌재는 “당연퇴직은 공무원의 법적 지위가 가장 예민하게 침해받는 경우이므로 공익과 사익 간의 비례성 형량에 있어 더욱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고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헌법상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무담임권 보장과 조화를 이루는 정도에 한하여 중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그런데 당연퇴직 규정은 성년후견이 개시되지는 않았으나 동일한 정도의 정신적 장애가 발생한 국가공무원과 비교했을 때, 성년후견이 개시됐어도 정신적 제약을 회복하면 후견이 종료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사익의 제한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

나아가 “당연퇴직 사유를 임용결격사유와 동일하게 규정하려면 국가공무원이 재직 중 쌓은 지위를 박탈할 정도의 충분한 공익이 인정돼야 하나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재판관은 피성년후견인이 개시된 공무원에 대해 당연퇴직을 규정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성년후견의 경우 정신적 제약으로 인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돼 상당한 기간 내에 회복의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을 요한다는 점, 임용권자가 재량으로 직무수행능력을 판단하고 공직 상실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가 감정절차 및 가사조사 등을 거쳐 객관적 근거에 기초해 판단하는 법원의 성년후견개시심판보다 공무원 본인에게 덜 침익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아울러 직무수행능력이 일정 부분 잔존하거나 일시적으로 결여된 경우 한정후견이나 특정후견을 통해 보호를 받으면서 국가공무원법상 휴직제도의 범위 내에서 회복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 피성년후견인이 된 공무원에 대해서는 공무원 신분을 계속 유지하는 방식보다 퇴직 후 별도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생활보장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사회국가 원리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위헌 결정에 대해 헌재는 “능력주의는 직업공무원의 공무담임권 보장에 있어 중요한 가치이지만 사회국가원리 등 다른 헌법적 요청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는 선례의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의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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