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17)-해임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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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17)-해임건의
  • 신종범
  • 승인 2022.12.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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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의결되었다. 국회는 지난 11일 본회의를 열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권은희 의원 제외)한 가운데 재석 183명, 찬성 182표, 무효 1표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가결했다. 대통령실은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다가 12일 오후에서야 부대변인이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최대의 배려이자 보호입니다. 그 어떤 것도 이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 라는 말로 이 장관 해임에 대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해임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곧바로 탄핵소추에 나서겠다고 압박했다.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는 헌법에 근거하여 이루어졌다. 헌법 제63조는 국회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라고 하여 국회의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해임건의권은 행정부를 효율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대의기관인 국회에 부여된 권한이다. 국회는 이를 통해 국무총리 등에 대한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다. 해임건의는 탄핵소추와 달리 그 사유에 제한이 없어 주로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해 사용된다. 다만, 문언대로 건의(희망이나 의견)에 불과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어 대통령이 반드시 해임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해임건의는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결의로 이루어지므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

실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임철호 농림부장관의 해임건의를 수용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권오병 문교부장관과 오치성 내무부장관의 해임건의를 각 수용했다. 김대중 정부의 임동원 통일부장관과 노무현 정부의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은 국회에서 해임건의가 의결되자 스스로 물러났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해임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박진 외교부장관의 해임건의를 거부했다.

이번 이 장관 해임건의안의 제안이유를 보면, “ ...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법률에 따라 부여된 재난 및 안전관리에 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언급하며 참사 사태의 성격과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했고, ‘주최가 없는 행사는 매뉴얼이 없다’며 장관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데 골몰함. 더욱이 국민의 압도적인 사퇴 요구에 모르쇠와 버티기로 일관하고, 참사의 책임을 일선 경찰관과 소방관에게 전가하는 지경에 이르게 하고 있음.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국가의 재난 및 안전관리 사무의 총책임자로서의 의무와 임무를 유기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하여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임. ...”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중경상의 부상을 입는 등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고, 행정안전부장관은 재난 및 안전관리에 관한 의무를 지고 있는 주무장관이다. 법적인 책임이 있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국민들의 60% 이상은 이 장관의 사퇴에 찬성하고 있고, 특히, 유가족들이 모인 협의회에서는 이 장관의 파면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번 해임건의가 야당의 정치공세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국민들의 관심은 점점 사그라들고 있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이러다 사건의 진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채 억울한 죽음만이 남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는 시간이 지나 잊혀지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대책을 통하여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신종범 변호사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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