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연구 로드맵 통해 질병 예방과 연구 성과 도출 노력”
소방공무원의 직업적 노출로 암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보다 체계적으로 연관성을 규명하고 또 처우와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립소방연구원(원장 직무대리 구동욱)은 지난 7일 세종시티 오송호텔에서 소방청·시도본부 담당자와 학계 전문가 70여명이 모여 ‘소방공무원의 질병과 직무 사이의 연관성 규명’을 위한 연구 결과 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첫 번째 분과는 서울의료원 직업환경의학과 김규상 과장이 좌장을 맡아 ‘소방공무원의 동일집단(코호트) 구축과 질병 추적 연구 방안’을 주제로 발표와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정경숙 교수는 “올해 7월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소방관을 사람에게 중피종과 방광암을 일으키는 증거가 충분한 직업으로 분류했다”며 “소방공무원의 직업적 노출로 암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처우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예신희 팀장은 “반도체 공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10년간의 질병 추적을 통해 젊은 여성 운영자가 백혈병과 비호지킨림프종의 발생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소방공무원도 장기적인 질병 추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일집단 연구와 관련하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창수 교수는 “동일집단의 질병 추적 시 유전적 정보와 생물학적 지표를 이용한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오마커는 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일컫는다.
또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실장은 “소방공무원 코호트의 질병 추적 시 바이오모니터링을 활용하여 화학물질 노출을 추적하고 질병과 직무의 인과성을 확인해야 한다”라며 향후 소방공무원의 바이오뱅크 구축을 제안했다.
토론에서는 동일집단 연구 시 효과적인 질병 추적 방안과 질병의 잠복기와 늘어나는 평균수명을 고려한 퇴직자 건강에 관한 연구와 건강검진 지원 등이 논의됐다.
두 번째 분과에서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현욱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소방공무원의 화학물질 노출과 관리방안’을 주제로 발표와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국립소방연구원 권지운 연구관은 그동안 소방공무원 화학물질 노출 연구가 건축물의 화재에 대해 한정되었음을 지적하고 “극단적 기후로 인해 잦아지는 대형 산불과 대중화되고 있는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이차전지 화재 등 소방공무원의 화학물질 노출에 관해 연구 주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화재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해 외부의 작업환경측정기관을 활용하는 대신 소방청의 자체 연구조직을 활용한 전문적인 화학물질 노출평가의 필요성과 동일집단 추적 및 화학물질 노출 관리를 위한 제도적 개선점 등이 논의됐다.
구동욱 국립소방연구원장 직무대리는 “소방공무원은 직무 수행과정에서 화학물질, 병원균, 야간 교대근무 등 다양한 건강 유해요인에 노출되고 있다”면서 “소방공무원의 건강 보호를 위해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연구 로드맵을 마련하는 등 소방공무원의 질병 예방과 관련된 많은 연구 성과를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