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31)-‘뒤돌아 바라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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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31)-‘뒤돌아 바라봤을 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12.12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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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뒤돌아 바라봤을 때>

김성호(필명)

1. 한때 꾸었던 꿈

한때 법조인을 꿈꾸었다. 로스쿨 입학식 때 하늘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땐 아직 쌀쌀한 날씨에 하늘만이 참 푸르렀다. 앞으로 미래에 가끔 찬 바람이 불더라도 창창할 것이라고.

로스쿨에서는 생각과 달랐다. 매일 매일 배우는 것은 넘쳐났고 수업에서 배우지 못한 것도 알아서 찾아 익혀야 했으며 동기들은 언제나 나보다 앞서나갔다. 하물며 전국 단위에서야. 모두 집으로 돌아간 도서관을 혼자 지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몸이 망가지기 시작하더니 탈모와 위장병을 얻고 점차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어쩌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였다.

힘들게 학업을 마치고, 어쩌면 예상했던 대로, 변호사 시험에서 떨어졌다. 모교에서 공부도 해보고, 학원도 몇 번 옮겨봤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 했는지.

다섯 번의 기회. 안되는 줄 알았으면 포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제한된 다섯 번의 기회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오직 다섯 번의 기회. 나에게는 아직 네 번, 세 번, 두 번, 단 한 번의 기회가 있기에 포기할 수가 없다. 이번 기회를 포기하면 다시 오지 못할 기회가 사라진다. 두 번 다시는 없는 기회. 온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몇 주 동안 웃지도 못하고 책만 들여다본다.

2. 꿈을 꾸고 남은 것

해도 해도 안 되는 시험이 끝난 뒤. 10년여에 걸친 공부 끝에 남은 것은 이제 정상적인 취업이 불가능한 나이와 부모님의 주름살, 그리고 망가진 몸과 말더듬. 극단적인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뭔가는 해야 했다. 취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여 살길을 찾다가 공무원에 응시하기로 했다. 더 공부하여 다른 자격증을 따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당장 닥친 현실을 고려할 때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은 공무원이었다. 그래도 그동안 봤던 것이 있다고 과목 중 익숙한 것이 있고, 몇 가지 천운이 겹쳐 부모님께 합격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마침내 사람 구실 할 수 있다고 부모님께 알려드릴 때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른다.

그러나 공무원이 되어 처음으로 번듯한 직장을 가진 것은 좋았지만, 내 꿈이었던 법률과는 너무 멀어져 버렸다. 처음에는 내 손으로 학비를 벌어 인터넷강의를 듣고 공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당장 입을 옷이라고는 몇 년 동안 입은 운동복뿐이었고 갚아야 할 학자금도 많았다.

그래서 사랑샘 재단에서 오탈자 대상으로 지원해주는 금액은 가뭄에 단비와 같았다. 단벌 신사로 다니던 내가 옷도 사고, 부모님께 괜찮은 음식도 대접해 보았다. 남는 돈으로는 내 손으로 처음 벌어본 돈과 합쳐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것이다.

이제 변호사는 두 번 다시 도전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한때 꾸던 꿈이 있었으니까.

3. 뒤돌아보며

되돌아보면 로스쿨에 들어갔을 당시에는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그 뒤로는 죽 내리막길만 걸으며 패배만 반복해왔다. 사람이 꿈을 꾸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승리가 필요하다. 꼭 승리가 아니라도 즐거움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장수생으로 지낼 적에는 하루하루가 너무 어둡고 힘들기만 하였다. 매일 매일 그저 죽지 못해 사는 기분이 들었고 사람을 보지 못하고 피해 다녔다. 하늘을 보기가 부끄러워 땅만 바라보고 살았다.

그래도 처음으로 무언가를 이루니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아직은 사람들이 내 근황을 물을 때 부끄럽게 대답하고 이 나이에 신입 공무원으로 들어가서 띠동갑 선임들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입장이 되었지만 불과 몇 달 전과는 천지 차이다.

다른 오탈자들도 어서 작은 것이라도 무언가를 이루고 자신감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루지 못했던 꿈을 두고 다른 것을 이룰 수 있는 동력을 얻었으면 좋겠다. 은퇴할 시기가 되어 이 시절을 뒤돌아보며 그래도 난 열심히 살았다고 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 가까운 봄날에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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