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1억 6천만 명의 중국인이 관람한 중국 영화의 한국 관객 수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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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1억 6천만 명의 중국인이 관람한 중국 영화의 한국 관객 수는 얼마나 될까?
  • 신희섭
  • 승인 2022.12.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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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중국 영화 ‘특수부대 전랑 2’는 중국에서만 1억 6천만 명이 본 영화다. 중국다운 스케일로 관객을 끌어모은 액션 영화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도 개봉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 입장료를 내고 본 한국 내 관객은 1,244명이다. 120만도 아니고 12만도 아닌 1,244명이다.

‘특수부대 전랑 2’는 북미지역에서도 개봉했다. 참고로 늑대전사를 의미하는 ‘전랑 2’의 중국 매출은 2021년 장진호가 갈아치우기 전까지 역대 최고 액수였다. 8억 7천만 달러(원화 1조 1300억원)나 된다. 그런데 북미 시장 흥행은 2,700만 달러(350억원)에 불과했다.

2021년에는 ‘장진호’가 중국 내 1만 개 넘는 스크린에 걸렸다. 2,000억 원 이상을 들인 이 영화는 ‘전랑 2’의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 2021년 12월 26일까지 9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낸 것이다. 그런데 북미에서는 어땠을까? 고작 34만 달러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장진호’는 한국전쟁의 장진호 전투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정확히는 선전물이다. 중국인 출신 감독 첸 가이거나 한국에서 서극 감독으로 유명한 쉬커가 맡아서 만들었지만, 실제는 중국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의 작품이다. 중국공산당은 이 필름을 위해 7만 명의 인민해방군을 동원하기까지 했다.

중국인들에게만 먹히는 이들 중국 영화가 가진 공통점이 있다. 바로 중국식 애국주의다. 중국의 역대 흥행영화 10위에는 이런 애국주의 영화만 4편이 있다. 1위 ‘장진호’, 2위 ‘전랑 2’, 8위 ‘장진호 수문교’, 9위 ‘홍해행동’이 애국주의로 잔뜩 버터를 입힌 영화다. 역대 10위 중 7위인 ‘어벤저스’ 한 편만이 외국영화라는 점은 중국의 애국주의와 민족주의가 얼마나 강한지나 중국공산당의 동원능력을 보여준다.

장진호는 최근 중국 영화 혹은 선전물이 가진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한(韓)민족의 운명을 바꾼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에 대해 ‘항미원조는 정당하다’고 말한다. 중국군의 매복 전술로 이 전투에서 미 해병은 2,621명의 사상자를 냈다. 미 해병1 사단과 싸운 12개의 중국군 사단에서는 3만 5천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양쪽 모두에게 비극이지만, 미군을 철수하게 만들었으니 중국이 승전했다고 말한다.

그럼 홍콩영화 ‘영웅본색’은 어땠는가! 영웅본색은 1986년 개봉해 아시아 전역에서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다. ‘홍콩 느와르’라는 전설을 만든 것이다. 영웅본색이 유행하던 시절 주인공 주윤발을 따라 성냥개비 입에 안 물어본 남성이 있었을까! 한국에서 2009년과 2015년에 재개봉한 것은 이 영화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말해준다. 그 뒤에 ‘천녀유혼’과 같은 작품들이 연달아 흥행하면서 홍콩영화는 헐리우드를 씹어먹기도 했다.

중국 영화 ‘전랑 2’나 홍콩영화 ‘영웅본색’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수식어 자체가 차이점의 실마리다. 홍콩영화는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에 기초해 다른 나라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진 영화다. 의리와 사랑을 공감대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접근한 영화다. 그래서 보는 내내 주윤발과 왕조현은 근사하고 아름답다. 반면 최근 애국주의가 잔뜩 끼어있는 중국 영화는 중국식 민족주의와 애국주의에 공감할 수 없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고 거부감마저 든다. 주인공이 누군지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또 하나! 1980년대 홍콩영화는 배울 점이 있었다. 홍콩 영화의 몽환적인 영상미나 영웅본색의 주제가인 ‘당년정’은 문화적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뽕으로 가득찬 중국 영화는 다르다.

중국공산당이 영화까지 애국주의와 민족주의가 강화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회주의를 고수하나 자본주의가 지배해버린 중국에서 중국인을 결속시킬 방법은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뿐인 것이다. 이런 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국력 증가와 만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문화 제국주의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 중국의 문화 제국주의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파차이가 김치의 원조고 중국이 김치 종주국이라고 주장하는 유명 유튜버들이 있었다. 한복 논쟁, 태권도 논쟁에 이어 최근에는 한글 논쟁도 생겨났다. 분명 ‘나랏 말이 중국과 달라서’ 세종께서 한글을 만들었다고 하는데도, 중국 한자가 기원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나오고 있다.

몇몇 개인이 하는 철없는 행동이 뭐 대수인가 싶겠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 정부는 이런 사건들에 한 발 떼는 듯하지만, 실제 민간을 지원하거나 사태를 관망하다 적정한 때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2049년 세계 패권국이 되겠다는 출사표를 낸 중국공산당은 과거 잘나갔던 중국 역사를 소환해 각색하기를 원한다. 복고적 민족주의를 자꾸 꺼내는 이유다.

문제는 중국의 문화전략이 거부되는 데 있다. 한국에 한한령을 때리거나 호주 와인 수입을 금지하는 소국 외교를 하는 중국, 홍콩사태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중국, 코로나 봉쇄에 맞선 시위대에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대응하는 중국의 이미지가 애국주의 문화 마케팅과 맞물리는 것이다.

한시와 중국 음식 같은 중국이 가진 오랜 문화적 자원들이 중국과 중국인의 이미지를 더 좋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공산당은 정해진 목표를 향해 달리기 위해 국가를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로만 기름칠한다. 중국의 연성 권력 즉 매력은 점점 옛일이 되어간다. ‘영웅본색’의 멋진 중국인들은 없고 늑대 전사인 ‘전랑’만 남는 듯하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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