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사시폐지와 유리천장(14)-'제왕적 로스쿨'이라는 '고양이'에 '방울'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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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사시폐지와 유리천장(14)-'제왕적 로스쿨'이라는 '고양이'에 '방울' 달기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2.11.25 12:38
  •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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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여년간 법조인력선발 및 양성의 근간을 맡아왔던 사법시험이 2017년 12월을 끝으로 폐지됐다. 평균 경쟁률 20대 1, 평균 합격률 3~5%라는 일회성 시험에 의한 선발을 지양해 고시낭인 및 다른 학부전공의 황폐화를 방지하고 교육에 의한 양성이라는 기치아래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로스쿨제도를 두고 고비용, 입시 불공정 등에 문제가 많다며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이미 사법시험은 역사적 소명을 다했고 입법부가 새로운 제도를 정립한 만큼 더 이상의 사시존치 주장은 없어야 하며, 로스쿨에 문제점이 있다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데 사회적 힘을 모아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익명으로 사법시험 존치 운동을 해 왔다는 한 수험생이 ‘기회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본지에 “사법시험 존치와 유리천정”이라는 글을 지난 열 번에 걸쳐 보내온 바 있다. 그가 취업 후 실명을 밝히며 열 네번째 글을 보내왔다. 내용 전문(全文)을 게재한다. 본지는 이에 대한 반박 또는 이해를 달리하는 독자투고도 열려 있음을 거듭 밝힌다. - 편집자 주 -

조용호 직장인, 전 사법시험 준비생
조용호 
직장인, 전 사법시험 준비생

1. 프롤로그

우리 속담에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란 말이 있다. 『순오지(旬五志)에는 이 속담을 ‘모항현령(描項懸鈴)’이라 내걸고, 다음과 같은 풀이를 하고 있다. 뭇 쥐가 모여 고양이의 폐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상의를 하였다. 한 쥐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면 그가 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모든 쥐가 좋은 생각이라 했다. 그러자 한 쥐가 좋은 수이기는 하다. 그러면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는가 했다. 이는 어려운 일로 꾀할 수 없는 일임을 비유한 것이다.1)

법조시장은 기본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라는 큰 톱니바퀴 속에서 돌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로스쿨을 졸업해야만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법조인 공급의 통제’도 병행하고 있다. 한편, 시장경제의 근간인 수요와 공급은 때로는 수요가 공급을 견인하기도 하고, 반대로 공급이 수요를 견인하기도 한다. 이하에서는,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법조인양성제도가 로스쿨만을 통해 법조인을 공급하는 것이 다변화된 사회에 걸맞는 양질의 법조서비스 제공을 원하는 국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법조인공급제도에 대한 개입의 실패’에 봉착한 것은 아닌지 짚어보고, 이제는 거대한 이익집단이 된 로스쿨이라는 ‘고양이’에게 ‘방울’을 달아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려 한다.

2. 로스쿨을 졸업해야만 법조인이 될 수 있게 한 법령은 ‘외부불경제’ 초래

(1) 수요에 맞춰 시장이 바뀌는 경우

필자가 한참 방황하던 2018년 대리운전을 했었다. 대리기사 손님이 고장난 차를 정비소로 보내기 위해 손님은 타지 않고 기사만 보내는 이른바 ‘탁송’을 했다. 출발시부터 엔진경고등이 들어왔던 차는 내부순환로에서 화재가 발생해 간신히 몸을 피했지만, 대리기사 운행이 정지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이유는 손님이 동승하지 않는 탁송은 보험처리가 되지 않아 운행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란다. 한편, 탁송을 의뢰한 손님은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았었고, 그 손님 이전에도 무수한 탁송 손님이 있었기에 탁송이 문제가 되는지도 몰랐었지만, ‘법률의 착오(?)’는 구제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다치지 않은 것에 만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 이유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손님이 탔을 때와 타지 않았을 때의 차이를 운행지배와 운행이익 측면에서 검토해보았다. 운행으로 얻는 이익은 손님의 관점에서 목적지까지 차를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운행지배의 측면에서도 만취해서 인사불성인 손님을 태우고 운행하는 대리운전의 특성상 손님의 탑승 여부로 운행지배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실시간으로 차량의 위치가 확인되는 현재의 기술 진보에 비하면 궁색하다. 오히려 탁송을 의뢰한 손님은 차가 집까지 잘 가고 있나 노심초사하며 어플로 차량의 위치를 중간중간 확인할 것이기에 대리기사의 운행을 충분히 관리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대리회사에 항변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은 탁송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바뀌어, 전과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고 운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악법도 법이다’는 소크라테스 일화는,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나 정책은 위헌이라는 점에서 반만 맞는 것이다.

(2) 공급에 맞춰 시장이 바뀌는 경우

2019년 3월 입사한 회사에서 업무차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박람회에 갔을 때 농약 치는 드론을 보았다. 처음에는 드론으로 약을 치다가 전주대에 드론이 걸려 고장이 나는 것은 아닐까? 시골에 사시는 연세 많으신 분들이 드론으로 약을 치는 것에 대한 불신은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농업 분야에서 드론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했었다.

그런데, 올해 부모님께서 드론으로 농약 치는 것을 신청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밭 한 뙈기(약 3,300㎡)에 대한 농약 살포를 부모님께서 경운기로 하신다면 3시간이 족히 걸릴 건데, 드론은 ‘엥’하고 비상하더니 15분도 채 걸리지 않아 ‘뚝딱’ 농약 살포를 마쳤다. 드론을 이용한 농약 살포라는 신기술이 농약 살포 관련 영농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 드론을 통한 농약 살포되는 논밭이 많아질수록, 기존에 경운기에 부착해 사용하던 농약 살포에 필요한 설비를 생산하는 사업은 사양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치솟는 인건비와 유가’, ‘고령화된 농촌 인력’으로 고심하던 농촌 방제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난 드론이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

드론 방제 작업을 신청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아버지는 옛날 분이시라 드론으로 농약 쳐보시는 것 말씀드리면 지청구 맞겠지?’라고 지레짐작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3)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문’을 좁힌 로스쿨제도는 외부불경제 늪에 허우적

어떤 경제 주체의 활동이 그 활동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사회)에게 편익이나 비용을 발생시켰는데, 그것이 가격체계에 반영되지 않아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경우를 외부효과라 한다. 외부효과 중에서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을 외부불경제라 하는데, 외부불경제의 문제점은 해당 재화가 사회적 필요보다 과다생산(소비)된다는 것이다.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이 우수한 자원임은 인정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시험법 제5조 제1항과 관련해 합헌 결정하면서 설시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전문법조인을 법률이론과 실무교육을 통해 양성”하기 위해 로스쿨 진학을 해야만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의 목적과 수단이 적합하다고 판시한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로스쿨 학생들은 3년 동안 법학을 음미하기는커녕 통째로 삼켜 넣기에도 벅찬 공부량에 허덕이다 법조인으로서의 전문성도 갖추지 못해 ‘얼치기 변호사’만 과다생산 되고 있다. 한편 우수한 법률 AI 기술을 소비하고 싶은 수요는 “AI 법률 자문 서비스는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법조인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발목이 잡혀 과소소비 되고 있다.2)

3. 에필로그

2016년 전후 사법시험 존치 운동은 로스쿨을 도입한 좌파정권만 무너지면 당장이라도 사법시험이 존치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졌었다. 그러나 정작 우파정권이 들어섰음에도, 그 누구도 사법시험 부활이든, 로스쿨 외 우회로를 통한 법조인양성제도 개선이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는 사법시험 부활을 외쳤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선됐었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로스쿨 세력은 사회 곳곳에 자리를 잡고 ‘선택적 끈끈한 카르텔’을 형성했다. 헌법재판소에서 ‘로스쿨만을 통한 법조인양성제도’를 명문한 변호사시험법을 연거푸 합헌결정했기에 현실적으로 로스쿨을 입학하지 않아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들 수 있는 길은 변호사시험법 개정이다.

로스쿨은 더이상 처음 도입될 때처럼 사법시험 출신 법조인에게 밀려 자리를 못 잡을까 노심초사할 때의 ‘새끼 고양이’가 아니다. 지금은 외형적으로 어마어마하게 성장한 ‘힘이 센 고양이’다. 지금이라도 ‘힘이 센 욕심 많은 고양이’를 제어할 ‘방울 달기 미션’을 시작했으면 한다.

참고;
1) 박갑수, 2014년, 우리말 우리 문화 - 하, 역락
2)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5378

조용호 직장인, 전 사법시험 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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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준경 2022-12-01 00:39:51
한학기 1000내고 다닐 사람들만 시험자격 주어지는 시험이 공정한 시험인가 ㅋ

ㅇㅇ 2022-12-01 21:46:09
사실상 입시가 막혀있는데 뭔 입시가 안 막혀있다고 하지? 대한민국은 나이문화라는 미개한 문화가 있어서 교수들이 나이많은 틀딱들은 너무나 싫어하는데 뭔 입시가 안 막혀있어. 통계가 다 말해주는데. 어떻게든 우회로가 있는데 없는 나라는 또 이나라밖에 없어. 그리고 학원비 얘기는 왜 나오는 거야? 로스쿨 등록금 얘기는 매번 쏙 빼먹고 얘기하더라? 결국 학원비 등록금 퉁치자는 얘기는 결국 로스쿨은 학원이라는 소리냐? 대출 얘기는 니들 부모님이 다 대주니까 뭐 모르고 하는 소리고. 누가 거창한 거 바라냐? 로스쿨을 일하면서 다닐 수가 없으니까, 그것까지 막혀있으니까 이거 좀 어떻게 바꿔달라고 하는데 이것 가지고 또 교수들은 개거품물고. 로스쿨생이 되려면 사실상 20대밖에 다닐 수가 없잖아. 나라에 정이 다 떨어져

기회공정 2022-11-25 15:56:44
악플다는 애들아

변호사시험도 얼마 안남았는데
가서 공부나해라

변호사면 수임사건에 대한 연구나하고

댓글들 달아줘서 고맙고

무플보다는 똥파리라도 날려야 재미지지

ㅇㅇ 2022-12-20 22:20:40
좋은 글입니다. 사법시험 부활하고 로스쿨 폐지해야 합니다. 그게 제일 깔끔

ㅇㅇ 2022-11-27 03:17:07
로스쿨 입시가 막혀있는 게 아닌데, 왜 로스쿨이 폐쇄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로스쿨과 예비시험이 병행된 곳도 있지만 아닌 나라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 서울권 로스쿨은 나이 차별이 사실상 있는 것 같지만 지방 로스쿨의 경우 그런 것도 없고 솔직히 사시나 행시도 학원비 왕창 깨지는데 로스쿨은 학자금 대출(연 1.8%) 100% 나오고 장학금도 나다보니 가난한 분들의 경우 사시보다 유리한 점도 존재하는 등 장점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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