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28)-‘힘들면 힘든 채로 기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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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28)-‘힘들면 힘든 채로 기필코’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11.17 18:2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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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힘들면 힘든 채로 기필코>

신보나 (필명)

변호사시험 다섯 번 탈락의 좌절감은 직접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법조인 이외의 직역이 제 직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법조인이 되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준비하였습니다. 하지만 삶에서 가장 많은 노력을 투여한 일의 결과는 실패였고 손에 쥐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수많은 시간이 없어졌고, 청춘이 없어졌고, 나이 먹고 약해진 육체만 남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공부라는 것을 시작한 이후의 내 삶 모든 노력이 부정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인간의 행복은 결국 관계에서 온다고 봅니다. 변호사시험 5회 탈락은 제 주변의 관계까지도 무너뜨렸습니다. 살면서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 신경을 세심하게 기울였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나 봅니다. 패자에 대해 사회는 그다지 관용적이지 않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미래가 창창해 보이던 젊은 나에게 그렇게 친절하던 지인들이 저의 큰 실패 후에 등을 돌리는 것을 눈앞에서 보았습니다. 내가 삶을 잘못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눈앞에서 관계가 끊어지는 고통을 수동적으로 느끼기 전에 제가 먼저 모든 관계를 끊는 것이 답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국가가 만든 이 시험제도는 행복의 근원인 관계를 끊어내라고 저에게 강요합니다.

변호사 시켜달라는 것도 아니고, 시험 볼 기회만 달라는 것인데 왜 기회조차 국가가 박탈하는지 납득이 안 가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큽니다. 초기기수와의 불평등한 변시 커트라인을 비롯해 많은 문제점을 가진 로스쿨 제도 안에서 희생되는 것은 학생뿐이라는 생각입니다. 매끄럽지 못하게 탄생한 로스쿨 제도를 많은 사람들이 혐오합니다. 그리고 약자에 대한 멸시가 가득한 요즘 세상에 그들이 그 혐오를 표출하기에는 로스쿨 구성원들 중 가장 약자인 오탈자만큼 만만하고 적합한 상대가 없습니다. 시험 몇 번 떨어진 것에 대해 오탈자들은 자신이 받아야 할 패널티보다 너무 과도한 패널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그 어떤 시험도 이 정도 패널티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공무원시험에, 대학 입학시험에, 취업 시험에, 운전면허시험에, 아니면 다른 전문직 시험에, 오탈제도가 있다고 하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취업 나이를 놓친 구성원에게 대한민국 사회는 가혹합니다. 낭인 방지라는 오탈제도 취지에 역행하여 저는 다시 한번 다른 시험을 보기 위한 수험생이 되어야 했습니다. 아직도 많이 힘듭니다. 제가 법조인이 되기를 희망했던 시간만큼이나 많은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희미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무망감에 휩싸인 채 진행하여야 하는 공부는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수험생활에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진다면 그 무망감은 몇 배가 됩니다. 마중물 프로젝트를 통해 지원받은 금액은 준비하는 시험의 인터넷강의를 결제하는 데 썼습니다. 저한테는 가뭄에 단비 같은 프로젝트였고, 적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날이 오면 그때 지금의 저와 같이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마중물 프로젝트를 통해 받은 마음을 꼭 갚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 오탈 후에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가슴 속을 긁어내는 것처럼 울컥울컥하고 구역질이 날 때가 많습니다. 잘 때는 나쁜 꿈에 시달립니다. 오탈과 관련된 제 인생을 살펴보아도 현재까지는 결국 이렇게 하소연, 넋두리, 슬픔, 분노로 가득 차게 됩니다. 너무 힘든데 괜찮다고 힘들지 않다라고 말할 힘이 아직은 없습니다.

다만 저처럼 변호사시험 제도에 의해 꿈이 꺾여 절망하고 계신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나만 이렇게 고통스러운 게 아니구나. 나만 떨어진 게 아니구나. 동료가 있구나.’하면서 위안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만” 떨어진 것 같은 그 외로움 비슷한 절망이 얼마나 사람을 후벼파는지를 알기에 위안이 되시길 감히 주제넘지만 빌어봅니다.

지금 힘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만 힘들면 힘든 채로 어떤 식으로든 전 과거에 제가 생각했던 제 모습대로 기필코 살아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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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2022-11-18 11:54:33
세상 어떤 자격시험에서 상대평가에 그 기준이 매 년 달라짐? 난도와 범위 출제경향도 오락가락~
무엇보다 합격기준도 발표당일에 즉흥으로 결정하는데다가 사실상의 합격자수결정을 이해당사자들이 장악한 곳에서 하고 있고..
이건 그저 소수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은 자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코메디쇼.. ㅋ

law5.kr 2022-11-18 10:00:35
응시제한자들끼리 뭉치고 정보교류를 해야합니다

law5.kr 과 카톡방에 모여주세요.

힘내세요! 2022-11-18 09:38:56
건강 유지 잘하시고 꼭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2022-11-18 02:15:12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다른 전문직 시험 잘 준비하셔서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힘들어하지 마세요. 당신의 인생은 이제부터 빛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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