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27)-‘1,342 VS 51,57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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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27)-‘1,342 VS 51,573,104’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11.11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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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1,342 VS 51,573,104 - 부제: 1,342명 중 한 사람으로서 다시 꿈을 꾸다>

하늬바람(필명)

위의 두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앞의 숫자는 흔히 오탈자라고 불리는 `22년 9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변호사시험을 응시할 수 없는 인원을 의미하며, 뒤의 숫자는 대한민국 인구 중 오탈자를 제외한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인원을 의미합니다. 추산이 어려운 응시결격사유(「변호사법」 제6조)를 고려하지 않은 숫자이지만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더 이상 변호사시험을 응시할 수 없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사람의 숫자가 1,342인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1,342명에 속한 한 사람이 다시 꿈을 꾸게 된 이야기입니다.

학부 졸업 후 인생의 지향점을 찾지 못하여 몸도 마음도 지쳐가던, 그래서 유난히 더 추웠던 어느 해 겨울, 마음을 녹여 줄 따뜻한 로스쿨 합격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사법시험을 공부하던 선‧후배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던 로스쿨이었지만, 제게는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던 나침반과 같은 기회였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기회였기에, 로스쿨 생활 초반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고 3년이라는 학업 기간만 무리 없이 마치면 변호사시험 합격은 당연한 듯 보였습니다. 형편이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운 좋게도 장학금을 받아 학비 부담을 덜게 되어 경제적인 부분도 해결이 되었고, 힘든 수험 생활이었지만 좋은 동기들이 있어 잘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3학년이 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험에 전념하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갔지만, 그동안 해왔던 것이 있기 때문에 오탈은 물론, 시험 불합격이라는 상황은 꿈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해소가 되지 않으니 수험에 전념을 하지 못하여, 시험을 석 달 앞두고는 거의 책을 보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났고, 마무리를 다 하지 못한 채 시험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5일 동안 시험을 치르면서, 답안을 채우지 못한 과목이 있어 불안한 마음이 조금 들기는 했지만, 합격을 의심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잠시 주춤하던 사이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은 훨씬 더 앞서 나가고 있었다는 것을. 손 내밀면 닿을 만큼 가까웠던 합격이었지만, 다들 전력을 다해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죠.

합격자 발표일.

합격자 발표 직전 실무수습을 위해서 면접을 보았던 법무법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합격은 당연할 테니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할 수 있겠느냐고. 그때까지도 불합격은 저와는 상관없는 단어라고 생각을 했고, 불합격을 확인하기까지 내가 살아가야 할 인생에 대해서 장밋빛 미래만을 떠올렸던 찰나의 시간이었습니다. 합격자 명단을 몇 번이나 확인했던 것 같습니다. 내 이름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아무리 봐도 내 이름은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 순간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 번 실패를 하고, 제도권에서 멀어지고 나니 다시 일어서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이미 앞서 나가고 있는데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었지만, 항상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을 다독이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실패한 인생이라는 낙인만 더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하루 원망만 커져가던 어느 날, 남은 인생에 대한 두려움과 뭐라도 해야겠다는 각오로 지금까지 실패한 기회는 잊고 새로운 길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다졌습니다. 남들보다 많이 늦은 나이에 시작하게 된 사회생활이라는 두려움과 실패한 인생인 이런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질까 하는 불안이 컸지만, 감사하게도 지금 근무하고 있는 기업에서 늦은 나이인 나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었고 이 자리에서 이 글을 쓰고 있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길이라고 생각했던, 그래서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법학 지식과 수험 생활들은 지금 업무를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 회사에서 입지를 다지는데 단단한 기반이 되어 주었습니다. 입사를 한 뒤에도 숨기고 싶었던 로스쿨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드러날 때마다, 지우고 싶었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그 길은 제 길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 행복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그래서 평생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가질 수 없는 1,342명 중 한 명이지만, 변호사 자격증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기에 좌절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열어나가는 변호사시험 오탈자 중 한 명으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탈자라는 너무나 큰 낙인에 새로운 길을 섣불리 내딛지 못하고 있는 1,341명의 선‧후배, 동기분들에게 세상에 기죽지 말고 같이 힘을 내자는 말을 전하고 싶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가 그네들에게 조금이나마 응원이 되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간절하게 바라봅니다. 그리고 조금 늦더라도 응시 제한이 풀려 모든 이에게 젊은 날의 청춘을 바쳐서 꾸었던 꿈을 이어 나갈 여건이 마련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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