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후변화가 공감이랑 무슨 상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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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후변화가 공감이랑 무슨 상관이야?
  • 김지림
  • 승인 2022.11.11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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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김지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2020년 8월, 집중호우로 경기도 이천 산양저수지가 붕괴되었습니다. 2020년 12월,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평년에 비해 극심한 한파를 겪었습니다. 2022년 8월, 폭우로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겼습니다. 모두가 체감하는 이상기후 현상들만 놓고 보면 모든 인간이 똑같이 겪는 불가항력적인 일에 인권이 무슨 관계가 있나 싶습니다. 그런데 폭우, 폭염, 장마, 한파가 할퀴고 간 구체적인 피해현장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 생각은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2020년 8월, 이천 산양저수지 붕괴로 주변일대가 침수되어 대피소에 머무른 이재민 중 80%는 이주노동자였습니다. 2020년 12월,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경기도 포천의 비닐하우스에서 이주노동자 故속헹님이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2022년 8월, 폭우로 인해 서울 신림동 일대가 침수되며 반지하에 거주하던 일가족 3명이 사망하였습니다. 기후위기는 정도와 양상을 달리하여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그 피해와 영향은 차별적이며 불평등하게 나타납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누군가는 ‘비가 많이 왔네.’ 혹은 ‘어제 엄청 추웠지?’하고 넘어가는 반면, 누군가는 집을 잃고 또 누군가는 생명을 잃기도 하는 상황인 것이지요.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기후재난 대응 역량이나 피해복구 역량은 기존의 사회, 경제, 문화적 불평등에 따라 달라지며, 기후위기가 기존의 사회 불평등과 맞물려 이를 강화, 증폭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경고해왔습니다. 2020년 8월 이천 산양저수지 붕괴로 인해 집을 잃은 이재민의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였던 까닭은 이들이 침수피해에 취약한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는 지속적인 외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닐하우스에서 숙식하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정작 피해가 발생했을 때 비닐하우스는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정부의 침수피해 집계 및 주거지 피해보상 대상에 포함되지도 못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문가들의 경고는 이미 구체적인 현실이 되어 버린 듯합니다.

‘기후변화’라고 했을 때 따라오는 ‘탄소중립’, ‘IPCC 보고서’, ‘1.5도 상승’과 같은 낯설고 어려운 수치와 단어들로 인해 우리는 기후변화는 곧 환경문제이고 환경적 혹은 과학적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인권학자 조효제는 ‘기후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넓은 범분야적 쟁점’이기 때문에 여러 기후위기들이 있고 여러 기후행동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자기분야에서 할 수 있는 고유의 방식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장 나는 공감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이 됩니다. 먼저 기후변화로 인한 결과들이 구체적으로 취약계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면밀하게 살피고, 공감이 지금까지 대응해 온 불평등 및 차별사안들을 ‘기후’라는 좀 더 큰 틀에서 바라보고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2년 전 이주노동자 故속헹님이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뒤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도 ‘왜 비닐하우스에 사람이 사는가?’ 라는 점에 집중하여 이주노동자에게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제공할 수 있게 한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생각했을 뿐, 이 사건을 기후변화와 연결 짓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왜 극심한 한파가 왔을까?’ 혹은 ‘왜 비닐하우스에 사는 이주노동자만 그 한파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을까?’ 라는 질문으로 이어졌어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정부와 기업에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탄소배출 감소 및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 역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가스배출을 줄이기 위해 채식을 하는 학생과 군인이 공공급식에서 채식을 할 수 있도록 국가에 요구하고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난개발을 주도하거나 환경오염물질을 다량 방출하는 경우 책임소재를 묻는, 공감이 기존에 해오던 활동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감은 항상 ‘**도 인권이야?’라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법의 보호밖에, 기존의 인권의 틀에 포함되지 않았던 존재들에 응답해온 공감. ‘기후랑 인권이 무슨 상관이야? 기후랑 공감은 무슨 상관이야?’라는 질문에 이번에도 응답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김지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감 뉴스레터 2022년 9월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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