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은 이제 일본보다 중국을 더 싫어한다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은 이제 일본보다 중국을 더 싫어한다
  • 신희섭
  • 승인 2022.11.11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1년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일본을 뛰어넘었다. 2021년 한국 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일본(71.9% 비호감)보다 중국(75.9% 비호감)을 더 싫어한다. 숙적 일본을 넘어섰다는 것보다 좀 더 큰 정치적 의미가 있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꽤 오래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는 2017년부터다. 이것은 국제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부터 중국이 비호감의 아이콘은 아니었다. 최근 중국의 성장과도 관련이 있다.

2022년 6월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는 19개 국가를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호감도 평가를 발표했다. 이전조사와 유사한 두 가지 특징이 그대로 나타난다. 첫째, 경제가 발전된 민주주의 국가들에선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1위인 일본 87% 뒤로 오스트레일리아(86%), 스웨덴(83%), 한국(80%), 네덜란드(75%) 독일과 캐나다(74%)가 줄지어있다.

둘째, 경제가 저발전된 국가 또는 비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적게 나타난다. 2022년 이번 조사에서도 그리스인의 42%와 싱가포르인의 30%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국민의 44%만 중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그리스와 말레이시아 그리고 비민주주의 국가 싱가포르라는 조건에 더해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23%가 중국인이고 싱가포르는 74% 인구가 중국인이다.

경제발전민주주의국가군과 경제저발전비민주주의 국가군의 패턴은 국가 수를 늘려서 실시한 2019년 조사에서 더 확연히 보인다. 즉 중국에 대한 호감은 비민주주의나 경제발전이 더딘 나라에서 주로 높게 나왔다. 반면 선진경제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중국이 주는 경제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서 비호감도가 높게 나타났다. 중국을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낮게 보는 것이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대부분 경제발전민주주의 국가에서 연령층이 높을수록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게 나온다. 이들 고연령층이 중국에 호감이 안 가는 이유는 홍콩사태와 비민주주의에 따른 가치관 충돌이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하면 한층 더 이해가 쉽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다른 선진경제의 민주주의 국가들과 다르다. 한국에서는 MZ세대라고 하는 20대와 30대에서 오히려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난다. 2021년 5월 발표된 시사인과 한국 리서치의 공동여론 조사에는 중국에 대한 세대별 호감도가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20대는 15.9% 30대는 21.8%만이 중국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호감도에서 40대(28.3%)와 50대(30.8%)와 60대(31.1%)와 비교할 때 낮은 수치다. 게다가 한국인들이 중국을 비호감으로 여기는 이유는 홍콩사태나 비민주주의와 같은 추상적 가치 때문이 아니다. 동일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이 중국에 대해 비호감을 가지는 첫째 이유는 황사-미세먼지 둘째, 코로나 사태, 셋째, 불법조업이었다. 실질적인 이익 때문인 것이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여론조사를 해온 동아시아 연구원의 대중국 인식은 46%에서 60% 사이를 오가면서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한국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2017년 사드와 한한령으로 급속도로 나빠졌고 그해 비호감도는 61%나 된다. 2017년 이후 퓨리서치 센터 연구에서 한국의 중국 비호감도는 계속 높아져 2022년에는 80%에 달하게 된 것이다.

한국 MZ세대의 ‘중국 혐오’는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것이 특별한 것은 비호감이 가치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실제 현실과 관련되었다는 점이다. 교육부 2021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15만 명이고 그중 중국인 유학생은 44.2%로 6만 7천 명 정도 된다. 이들 중국 유학생들과 조별과제와 같은 학교생활에서 현실로 맞부딪친 한국인 학생들에게서 특히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높다. 게다가 중국에 대한 비호감(75.9%)뿐 아니라 중국인에 대한 비호감(75.5%)도 높다. 한국인 전체적으로도 그렇다.

이들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선 선진경제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중국의 매력을 의미하는 연성 권력은 작동하기 어렵다. 이것은 단지 중국의 국력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걱정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이 내세우는 비민주주의 정치체제나 가치관이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성 권력의 두 가지 자원인 이념이나 문화가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례를 보면 연성 권력의 세 번째 자원인 대외정책도 작동하지 못한다.

둘째, 중국의 대외정책이 곳곳에서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어 비호감도를 개선하기 쉽지 않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수행하는 개발원조 정책은 고리대를 받는 차관외교로 변질하고 있다. 한국과 호주에서 보여준 무역보복 조치는 중국의 이미지를 더욱 나쁘게 만든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기초한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력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의 이런 조치는 중국의 비호감도를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비민주주의 국가나 경제가 저발전된 국가들에서도 비호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이런 상황일수록 중국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인 이해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비호감이 혐오가 되면 상대방을 이해하기보다 부정하기 쉽다. 그런데 한국이 중국 존재를 부정하면서 국제관계를 펼쳐나갈 수 있겠는가! 좋고 싫음은 어쩔 수 없지만, 한 번은 더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