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반복되는 참사와 내면적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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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복되는 참사와 내면적 성찰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2.11.04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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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온 국민이 눈물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땅, 바다, 하늘 어느 한 곳 없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데가 없을 정도로 숱한 구조물이 아슬아슬하게 세워지고, 또 이동의 편의성을 위한 동력체들이 빠른 속도로 우리 주변을 스쳐 지나간다. 천재건 인재건 수시로, 예측불허로 어느 순간, 어느 곳에서든 사고가 발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우린 살고 있다. 그래서 늘 좌불안석에 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물리적, 구조적 대응 시스템 또한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태생적으로 우연, 악연의 이름으로 사고는 일어난다. 한편으로는 비물리적 대응을 위한 제도, 법이라는 체계도 성장하고 있는 것 역시 현실이다. 입법부는 상식을 법으로 만들고, 행정부는 이러한 법을 원칙에 근거해 집행하고, 사법부는 법적 양심에 따라 법을 해석하고 재판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이며 3권분립의 근간이다.

입법자도 국민을 위해, 공무원도 국민을 위해, 법관도 국민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공무를 수행할 때만 국민은 그 결과에 흔쾌히 수긍한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원칙이 흔들리는 사회에 우린 살고 있다는 확신이 드는 것은 왜일까.

2014년 4월 16일, 훤한 대낮에 우리 영해에서 304명이 수장되는, 그것도 절대다수의 꽃다운 10대가 목숨을 잃어야 하는 참변을 우린 생생하게 지켜봐야 했다. 불과 8년 6개월여 전의 일을 망각한 채, 너무나 닮은 참사를 대한민국 한가운데에서 또다시 지켜봐야만 했다. 그 외 숱한 사고가 거의 매일 일어나면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나라에 살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사고 현장에는 너무나 적은 인원이 투입됐을 뿐만 아니라 경력이 짧은 3년 이내의 새내기 경찰들이 다수였다는 전언이다. 반면, 총괄 지휘하는 경찰 수뇌부와 행정관료들은 소위 궂은 현장 업무를 건너뛴 초급 또는 중간 간부로 입직한 이들이 절대다수를 이루는 게 현 공직 인사구조다. 현장 대처에서 현장 따로, 지휘 따로라는 엇박자가 나오는 대표적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 전체 경찰 약 13만 명 중 경찰대학 출신은 2.5%, 간부 후보생 출신은 1.1%에 불과한 데 반해 순경 출신(경사 이하 입직자)은 무려 12만 7천 명으로 약 96%를 차지하지만 정작 경무관 이상 고위직 129명 중 순경 출신은 고작 3명(2.3%)뿐이다. 또 6만 3천여 소방공무원 중 3급 소방준감 이상의 고위공무원단 내 소방사 출신은 9%에 불과하다. 98%가 소방사로 입직하는 마당에 고위직은 간부후보 등의 출신들이 주요 요직을 자리 잡고 있다. 낮은 계급 출신자들의 고위직 승진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이번 참사에서 경찰 내의 구조적 엇박자가 화를 더 키운 것도 현장의 감을 무시한 수뇌부의 안일함으로 귀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 같다.

참사의 원인을 두고 법, 제도 등의 문제로서 제도적 개편을 주창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런 불합리한 인적 구조 같은 비정치적 요인에도 무게를 두고 개선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측도 있다. 제도는 재난안전법 등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쪽에 힘이 쏠리고 있다. 다만 위난으로부터 안전이라는 실천적 의지 제고와 또 그러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등의 세밀한 접근과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세월호 참사 직후 당시 정부는 국민 안전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본부와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대신 국무총리 산하 국민안전처로 신설 이관 통합하면서 그 아래에 중앙소방본부,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재편했다. 또 ‘행정안전부’에서 안전을 중시한다며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변경하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던 기억이 난다. 구조적, 제도적 문제가 있다면 뜯어고쳐야겠지만 그에 앞서 내부적, 내면적 재발견을 우선 서두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모두 좋은 의지로, 열심히 노력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무원이 되지 않았나. 초심으로 돌아가되 복지부동, 정치적 공무원은 퇴출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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