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북한 탄도미사일 도발의 ‘짜증 유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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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북한 탄도미사일 도발의 ‘짜증 유발 전략’
  • 신희섭
  • 승인 2022.11.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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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2년 11월 2일 북한이 다시 도발했다. 올해 북한 도발이 워낙 빈번해 특별히 경각심이 들지 않을 수 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확실히 3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을 공격했다. 이는 한국 전쟁 휴전 이래 처음 있는 도발이다. 포격으로 공해상에 도발한 적은 있지만, 정확도가 높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도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둘째, 북한이 한미훈련 중에 공세적으로 도발한 것도 처음이다. 그간 북한은 미국의 군사훈련 시기에 준전시 상태로 규정하고 방어태세에 돌입해 왔지, 미국의 군사훈련에 대응해 이처럼 신경질적인 도발을 하지는 않았다. 미국 핵 항모 전개에 맞대응하듯이 미사일 도발을 했던 북한이 이번에는 한미 합동공군훈련에 대응해 공세 상태를 강화한 것이다.

셋째, 비용이 많이 드는 도발을 하고 있다. 북한으로선 장사정포로 도발하는 것과 미사일로 도발하는 것 중에서 당연히 미사일 발사가 비용이 많이 든다. 북한 장사정 포탄의 가격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그와 유사한 포탄의 가격으로 추산해보자. 2010년 연평도 포격에 사용된 K-9 자주포는 HEBE 탄과 DP-ICMBB 탄 2종류의 포탄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들 포탄의 1발당 가격은 119만 원과 166만 원이다. 북한 장사정포의 구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구식 장사정 포탄의 가격은 이에 형편없이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미사일 가격은 어떤가! 2022년 9월 국방과학연구원의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 가격은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경우 300만 달러(42억 9,500만 원)이고,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1,000만~1,500만 달러(약 143억 3,300만~214억 9,900만 원) 정도 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는 3,000만 달러(약 429억 5,000만 원)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 체제 특성상 정확한 비용 산출은 어렵지만, 이 지표도 개괄적인 비교에는 충분할 정도의 신빙성은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11월 2일에만 25개 정도의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쓴 돈은 7,500만 달러(1,073억 7,500만 원)나 된다. 9월부터 시작된 미사일 발사를 합산하면 북한 1년 국방비의 1/5인 1조 원이 넘는 돈을 공중으로 날린 것이다.

그럼 왜 이런 위험천만한 도발을 했을까? 중국에 대해 신호보내기와 국내 기강 다지기 등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서 집중적으로 추론할 부분은 미국에 대한 전략이다.

우선 북한의 목적은 미국을 괴롭히는 것이다. 현재 북한이 사용하는 전략은 ‘가려움(itching) 전략(이 용어가 북한이 가졌다고 주장하는 핵무기의 파괴력을 약하게 보거나 북한 핵 위협을 그저 허풍떨기 전략으로 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혹은 ‘짜증 유발(annoying)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 자신이 쓸 수 있는 수많은 수단을 활용해 상대방에게 제한적인 수준의 도발을 감행하면서도 상대방이 강력하게 응수할 수 없는 정도의 위기를 구사하는 것이다. 즉 정책 목표가 아주 강하지 않고 그저 상대방을 불편하고 귀찮게 하는 것이다. 위협 구사를 통해서 억지(deterrence) 전략이나 강제(compellence)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낮은 단계에서 괴롭히는 전략이다. 마치 ‘안정-불안정 역설’이 말하듯 핵무기로 큰 전쟁이 불가능해 국지적인 도발을 선택할 수 있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적 맥락과 유사하다.

정리하자면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의 위협을 구사하지만, 대대적인 공격을 불러올 정도의 도발은 자제하는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로 한국- 미국-일본 3국에 대해 인내력을 시험하면서 한편으로 미국의 국내정치에 개입해 보고자 한다. 11월 8일 중간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자극하고 불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바이든을 짜증나게 해서 얻을 수 있는 북한의 직접적인 이익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공화당에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을 공격할 수 있는 빌미는 제공한다. 그렇다고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준으로 도발하지 않는다. 만약 미국이 북한 문제에 제한적으로나마 개입할 명분이 생기면 이는 현재 바이든에게는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에 참전 중인 러시아와 대만을 위협하는 중국에 커다란 경고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도발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대처하기 곤란한 수준에서 잘 짜인 시나리오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번 북한 도발은 역사적 맥락도 있다. 미국이 ‘전쟁 수행 중’ 이란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북한은 도발을 이어왔다는 점이다. 1968년과 1969년에 북한은 집중적으로 도발했고, 이때 미국은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져있었다. 2002년 이후 재개된 2차 핵 위기와 2006년 시작된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기약 없는 전쟁에 묶여 있을 때였다. 이번에는 중국과의 공급망을 둘러싼 대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다. 미국이 힘든 상황에서 더 진을 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한 북한의 전략은 중국 지도자들에게도 북한 지도층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북한이 달라졌어요.’ 민주국가인 한국과 미국에 의해 선제 공격당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 카드는 꽃놀이 패처럼 보인다. 더 문제는 이에 대응할 카드가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술핵무기 배치나 선제공격론도 현 상황에서는 유용한 답이 아니다. 북한이 그 정도로 선을 넘지 않거나, 전술핵 무기 배치의 전략적 유용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경제제재로서 대북 석유 전면수출 중단조치를 취하지도 않을 것이다. 대북 무시 정책을 사용하면 북한은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민간인을 볼모로 잡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전략은 정말이지 짜증을 유발하는 전략인 것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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