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시진핑 3기 체제 출범과 객관적 중국 이해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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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시진핑 3기 체제 출범과 객관적 중국 이해의 필요성
  • 신희섭
  • 승인 2022.10.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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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2년 10월 23일. 중국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모르겠지만, 시진핑의 3연임이 결정되었다.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차기와 차차기 지도부를 선정하지 않았기에 시진핑의 3연임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다만 잘 차려진 대관식이 열린 것이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에서 ‘1인 지배체제’가 구축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크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10월 24일 월요일 상하이종합지수는 2.02%, 홍콩항셍지수는 6.36% 하락했다. 지정학적으로도 미국과의 대립강화와 대만과의 군사분쟁 걱정도 커지고 있다. 시진핑은 마오쩌둥 이후 공산당 내 권력 정치를 통제하기 위해 덩샤오핑이 만든 ‘격대지정’(隔代指定 : 현 지도부임기 중 5년 차에 차차기 지도부를 미리 선출하는 제도)을 붕괴시켰다. 외교적으로 덩샤오핑이 강조했던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면서 실력을 키우는 정책)’도 거부하고 ‘분발유위(奮發有爲: 분발해서 무엇인가를 이루는 정책)’를 기반으로 강대국 외교를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중국식 사회주의를 강조하면서 덩샤오핑의 실용주의마저 거부했다. 현재 중국을 만든 덩샤오핑을 거부하면서 시진핑은 마오쩌둥을 향하고 있다. 마오쩌둥이 중국 인민에게 ‘신’으로 기억된다면, 시진핑 역시 ‘신’이 되고자 한다.

예견된 시진핑의 연임이지만, 과연 중국의 미래는 어떨지 관심이 많다. 문제는 최근 들어 한국과 서구권 국가 내에서 중국에 대한 혐오감이 높다는 점이다. 관심과 혐오의 결합은 미래를 보는 눈을 어둡게 만든다. 그래서 객관적인 중국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바람직하게도 최근 중국을 객관적으로 보자는 주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소 친중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객관론’ 입장은 중국 정치의 장점이 적지 않다고 한다. 14억이 넘는 인구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고 1949년 정부 수립 이후 정치체제 내 큰 위기 없이 공산당을 중심으로 하는 ‘정당국가(party state)’를 끌고 왔다는 것 자체가 체제 효율성의 방증이다.

객관론 입장의 근거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공산당이 제도화가 잘 되어 있다. 중국에는 9천 600만명의 공산당원이 있고, 수직적으로 구축된 공산당 조직이 사회적 요구를 지역 회의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상부로 올리고, 상부 조직은 국가를 통해 이런 요구에 반응한다. 조직화된 공산당 구조상 한 사람에게 권한을 전부 몰아줄 수 없어 시진핑의 ‘1인 독재체제’ 주장은 과도하다. 게다가 최근 중국 공산당에게는 파벌보다는 노선이 중요해졌기에 노선만 잘 결정하면 파벌경쟁도 통제할 수 있다.

둘째, 계획경제에 기초해 체제 효율성이 높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의사결정이 다원적 집단 간 경쟁으로 자원 배분이 왜곡될 수 있다면, 중국 체제는 1당 체제로 당이 경제계획을 통해 효과적인 자원 배분과 성장을 이끌 수 있다.

셋째, 중국 국민에게 ‘정부가 민주적’인지 여부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과거 토지 문제부터 현재 경제성장까지 인민의 필요를 잘 반영해서 정부가 인민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면, ‘인민을 위한 통치(for the people)’라는 민주주의 기준에 부합하는 체제인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한지를 몇 가지로 검증할 수 있다. 우선 중국의 경제성장은 대외적 요인이 크다. 수치가 많은 것을 말한다.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나선 1978년 중국 GDP는 1,723억 달러로 당시 세계 GDP인 8.655조 달러의 1.99%였다. 미국은 25,710억으로 29.7%였다. 탈냉전이 되는 1991년 중국의 GDP는 3,967억으로 세계 GDP 23.76조의 1.66%였다. 미국은 62,698억으로 세계 26.3%가 되었다. 그러다 WTO에 가입한 2001년 중국 GDP는 14,485억으로 세계 GDP 33.62조 달러의 4.3%였다. 미국은 108,770억으로 32.3%였다. 그런데 2021년 기준으로 중국 GDP는 17.7%로 올라섰고 미국은 24.1%로 추락했다.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사용했지만, 중국의 성장이 눈에 띄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2%에서 4%로 성장)이나 실질적으로는 WTO에 가입해 세계공급망에서 세계공장 역할을 맡고 나서다. 물론 이런 반론이 가능하다. 2008년 미국 경제 위기 이후 중국이 내수 시장 중심의 성장전략으로 전환해 최근 중국의 무역의존도는 30%고 내수 시장 비율 70%라는 것이다. 즉 중국 정부가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무역보다 내수 시장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대외자본이 들어가 소비 가능 인구가 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실제 중국 내수 시장은 소비 위주 전략(GDP 60%차지)과 부동산(GDP 기여도가 30%차지)시장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객관론에서 내세우는 중국 정부의 유능함을 보자. 정부는 수출에서 내수로의 전환 등 필요한 시기 인민들에게 적절한 정책을 공급해주었다. 하지만 여기도 함정이 있다. 최근 ‘헝다 사태’로 중국의 부동산 정책은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경제가 보조금 없이 시장 경제에 나서 민간기업과 경쟁이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치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중국 공산당은 정치학의 오랜 논쟁인 ‘보호자 문제(Who guards a guardian?)’를 과제로 던진다. 과연 단일한 정당이 계속 건전한 보호자로 기능할 수 있을까! 미헬스가 100년 전에 지적한 대로 민주적인 정당조차 몇몇 엘리트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 조직원리라면 중국 공산당도 몇몇 엘리트에 의해 전횡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에 대해 객관론은 공산당 내 파벌을 반박 논리로 제시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 내 파벌이 민주주의 국가의 복수 정당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벌도 자신들의 이익확보를 위해 공모할 수 있다. 게다가 시진핑은 이번 3기 정부에 전임 후진타오 계열의 공천당을 배제하고 자기 사람들로 채웠다. 파벌의 견제보다 권력 집중을 선택한 것이다.

더 의문스러운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서 사회에 다원성이 존재한다면 과연 단일 정당이 이런 다원적 요구를 처리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중국엔 개혁개방정책으로 재벌이 된 이들이 있고, 공산당원이 되어 권력을 쥐려는 이들도 있다. 중국인들의 엄청난 교육열을 감안하면, 중국 인민이 사회주의 ‘평등’보단 자본주의의 ‘경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듯 하다.

중국 정부는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로 무장하고 공동부유론을 들어 중국식 사회주의의 평등주의를 강화하면서 현재 중국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이 40년이 더 지난 시점에서 인민이 기계적인 평등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을까! 사회주의의 평등성이나 권위주의의 효율성이 가장 무시하는 인간 본성인 이기심과 경쟁심이 과연 중국 인민에게는 없을까!

중국식 사회주의가 다른 사회주의와 달리 경제성과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이 사회주의의 작품일지 아니면 덩샤오핑의 실용주의의 작품일지는 머지않아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공산당 이외의 대안을 경험해보지 않은 대다수 중국인에게 만약 중국 정부의 실적이 나빠지면, 애국심과 민족의식 말고 무엇이 공산당을 정당화할 것인지도 역사가 검증해줄 것이다. 시진핑의 3기 연임의 미래도 여기에 달렸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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