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변호사라는 직업의 생애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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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변호사라는 직업의 생애주기
  • 김용욱
  • 승인 2022.10.21 11: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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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직업으로서 변호사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변호사는 평생 직업이라고 하지만, 과연 60대, 70대가 넘어서도 의뢰인이 신뢰하고 찾아와줄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변호사는 주변 지인들의 인생 경로의 성쇠를 같이 한다는 생각도 종종 갖는다. 주변 인물들이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면 가까운 지인 변호사에게 간단한 노무, 세무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행정 사건까지 문의가 오게 마련이고 또 이혼, 폭행, 임대차 분쟁 등 소소한 일들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주변 인물들의 사회활동이 잦아들면서 변호사의 일도 그만큼 함께하는 것 아닐까? 워낙 인생경로가 복잡하니, 단순화해서 말하기는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말이다.

50대가 넘어서면 조금 달라진다. 우선은 동기 그룹들이 부장급, 상무급에 올라서게 된다. 작게는 5~6명, 크게는 1,000명 단위까지의 관리자가 되는 것이다. 각 분야가 고도화되면서 전문가를 길러왔기 때문에 각 조직의 포스트는 이전보다 대체 불가능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전에 부장의 오전 일이 ‘조간신문 보기’였다면, 요즘 부장들은 신문 볼 시간도 없어졌는데, 그만큼 조직에서 쓰임새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필자가 20대 시절에는 약간의 농을 섞어서 “사법시험은 40세가 손익 분기점”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회자되었다. 사법시험을 40세까지만 합격한다면, 인생 성공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사법시험 300명 시대에 나이 40에 합격이 뭐가 늦다고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1990년 대한민국의 평균 수명은 남성이 67.29세이며 여성은 75.51세이던 시절이었다. 2020년 현재 여자의 기대수명은 86.5세고 남자는 80.5세이니 평균 수명이 대략 10년쯤 길어졌다. 그 당시 기준으로 40세는 오늘날로 친다면 거칠게 50세 정도쯤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 시절 변호사의 가치는 그만큼 높았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30~40대의 변호사는 그래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서초동의 평균적인 변호사를 기준으로 본다면 말이다. 힘들기도 하겠지만, 나이보다는 좀 더 대우받고 의견이 존중받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의 글과 말은 갈등과 논쟁의 순간에 힘을 발휘한다. 직업 명칭에 님을 붙이는 직군은 사실 몇 없는데, 그중의 하나가 「선생님」이다. 변호사를 호칭할 때 우리 사회 호칭 관습상 “변호사님”이라는 단어를 종종 쓰는 것도 이러한 정서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변호사라면 30대 후반 정도에 명함 뒷면에 각종 위원회의 위원, 고문 등의 이력이 즐비한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많은 법과 기관의 규정들이 변호사라는 직종을 정확하게 특정해서 이사회 비상임이사, 심사위원, 인권위원, 조정위원, 감사 등의 자격 요건으로 명기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젊은 나이에도 종종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변호사라는 자격이 가진 확장성 때문에, 이를 지렛대 삼아 다른 길로 나아가는 이도 많다. 교수, 임원, 사업, 정치, 행정, 방송 등의 분야로 말이다. 정치와 사업 분야 쪽으로 나가는 것은 운과 때 그리고 개인 역량 차이가 워낙 크니 쉽게 조언을 못 하겠지만 다른 분야로 나가는 것도 한 번쯤은 고려해볼 만하다고 권하는 편이다.

변호사 자격증이 주는 보장성은 이전과 달리 많이 약화되었다. 변호사는 더 이상 평생 직업도 아니고, 40대가 손익 분기점인 시대도 끝났고, 젊어서 다른 직종의 3~4배를 쉽게 받는 직업도 아니다. 이제는 어려운 사건을 맡아서 힘들어하는 변호사님들도 많고, 사건 수임 문제로 전전긍긍한다는 소식은 20년 전부터 반복되어온 레퍼토리였다. 그런데도, 직업적 가치는 여전히 살아있고 많은 재능있고, 책임감 높은 젊은이들이 이 직업으로 몰려 들어온다. 그것은 변호사라는 자격이 주는 직업적 전문성과 확장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citizen@hanmail.net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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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ㅁㅇㄹ 2022-10-25 06:33:29
법치국가에서 변호사 직업적 가치가 없어지면 그 나라는 죽은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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