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13)-‘윤석열차’와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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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13)-‘윤석열차’와 저작권
  • 신종범
  • 승인 2022.10.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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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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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고등학생이 그린 만화 한 컷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분 금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윤석열차’가 바로 그것이다. ‘윤석열차’로 금상을 수상한 고등학생은 지난 대통령선거 운동 당시 윤석열 후보가 기차를 타고 이동 중 구둣발을 좌석에 올려 놓은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윤석열차’를 그렸다고 한다. ‘윤석열차’는 열차 맨 앞에 윤 대통령 얼굴이 있고, 그 뒤로 부인 김건희 여사와 칼을 든 검사들이 차례로 타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열차를 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카툰’의 의미가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짜리 만화”(표준국어대사전)를 뜻하고, 윤 대통령의 실정과 김건희 여사의 여러 의혹들, 그리고 검찰의 권한남용에 대한 상당수의 부정적 여론 또한 있으니 ‘윤석열차’가 그러한 실태를 잘 풍자한 것으로 평가하여 수상작으로 선정하였을 것으로 짐작이 갔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윤석열차’를 수상작으로 선정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향해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은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 엄중히 경고한다”고 하더니 문체부장관의 “중고생 만화공모전을 정치 오염 공모전으로 만들었다”는 발언 등이 나오면서 ‘윤석열차’는 한동안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나아가, 일부 정치인들이 ‘윤석열차’가 영국 만평을 표절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저작권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그들은 “2019년 <더 선>지에 나온,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와 보리스 존슨(전 영국총리)을 풍자하는 내용을 누가 봐도 그대로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선> 만평은 열차 맨 앞에 존슨 전 총리의 얼굴을, 그 뒤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 그리고 열차를 피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 얼핏 보면 ‘윤석열차’와 유사하다. 그렇다면, ‘윤석열차’는 <더 선> 만평을 표절하여 저작권을 침해한 것일까?

표절은 법률적 개념은 아니지만, 표절에 해당하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우리 판례는 저작권 침해와 관련하여 “A 저작자가 B 저작자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A 저작자가 B 저작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저작물을 제작하였어야 하고, 객관적 요건으로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저작권 침해의 주관적 요건인 ‘의거’와 객관적 요건인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기준에 대해서 판례는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는지 여부와 양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는 서로 별개의 판단으로서, 전자의 판단에는 후자의 판단과 달리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표현뿐만 아니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표현 등이 유사한지 여부도 함께 참작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윤석열차’가 <더 선> 만평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는지를 검토함에 있어 먼저, ‘윤석열차’를 그린 고등학생이 <더 선> 만평의 존재를 알고, 그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는지 여부가 밝혀져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윤석열차’와 <더 선> 만평이 동일하다고 평가될 정도로 유사하더라도 <더 선> 만평에 대한 저작권 침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윤석열차’를 그린 고등학생이 <더 선> 만평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여 ‘윤석열차’를 그린 것이라고 하더라도 ‘윤석열차’와 <더 선> 만평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검토되어야 한다. ‘윤석열차’의 표현형식이 <더 선> 만평의 표현형식과 실질적으로 유사하여야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그 표현형식이 저작권이 보호하는 ‘표현’인지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는 ‘아이디어’인지는 구별되어야 한다.

판례는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고, 나아가 어떠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실질적으로 한 가지 방법만 있거나, 하나 이상의 방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또는 개념적인 제약 때문에 표현방법에 한계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표현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한 표현이 이미 사용자나 업계에 널리 알려지거나 관행으로 굳어져 있는 경우에는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 그런데, 구글 등을 통해 검색해 보면, 풍자만화(카툰)에서 ‘질주하는 열차’는 정치인 등 권력자를 비판할 때 흔히 사용되는 표현방식임을 확인할 수 있고, 카툰은 한컷이나 서너컷으로 정치풍자 의미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차용하는 일이 흔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 선> 만평의 ‘질주하는 열차’와 같은 표현형식은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표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한, ‘윤석열차’가 <더 선> 만평에 의거하여 만들어졌고,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저작권법이 인정하고 있는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할 수도 있다. 저작권법 제35조의5는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선> 만평의 작가는 ‘윤석열차’가 자신의 만평을 표절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윤석열차’는 풍자만화로 그냥 보고 웃고 지나갈 일이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일부 정치인들이 나서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을 넘어 저작권 침해 논란까지 일었다. 이 분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위하여 한 행동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일관되게 자유를 가장 강조해왔고, 자신에 대한 풍자는 국민들의 권리라고 밝힌바 있다.

신종범 변호사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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