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북한 도발의 전술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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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북한 도발의 전술적 변화
  • 신희섭
  • 승인 2022.10.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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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최근 북한 도발이 바뀌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올해만 27번이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9월 25일부터 미사일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에이태킴스와 같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던 북한은 10월 4일 일본 열도를 넘기는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본 상공통과는 북미 간 대립이 극성을 부리던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10월 12일 북한은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자신의 다채로운 미사일 구성능력을 자랑했다. 게다가 저수지에서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창의적인 연출도 보여주었다.

이번 북한 도발이 더 주목받는 것은 재래식 군사력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10월 8일. 비행기 연료가 부족한 북한이 150대의 공군기를 동원한 대규모 종합 훈련을 했다. 10월 13일. 북한 군용기 10여 대가 특별 감시선을 넘어 남하했다. 방사포를 서해와 동해상으로 미친 듯이 발사하고 있다. 10월 14일 560발 방사포를 발사한 북한은 18일 새벽에도 250발을 발사했고 19일 오후엔 100여 발을 추가로 해상완충 구역에 발사했다. 해상완충 구역에 대한 포사격은 2018년 9.19 합의를 붕괴시키려는 미끼로 보인다. 2016년 강화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2020년 코로나 19로 내부 상황이 극단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이 과도한 물자동원과 군사적 도발을 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걱정이다.

많은 전문가는 바이든 행정부의 철저한 무시 정책에 대한 대응책으로 북한이 11월 8일 미국 중간 선거 전에 7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최근 북한 도발은 과거 북한이 사용해온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병행하는 ‘핵무기 + 운반 수단 확보’의 위협 패키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는 네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 번째, ‘전술’핵무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과거 북한은 미국을 위협할 때 ‘전략’ 핵무기를 이용해 미국과 협상에 집중했다. 그런데 최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미사일 도발 이후 구체적으로 “남한의 비행장과 항구타격 훈련을 하고, 전술핵 운용체계를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핵무기 소형화를 통해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의 섞어 쏘기 전술과 단거리 미사일의 개량이나 신형화로 남한에 대한 직접적인 ‘핵무기 사용’ 위협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을 상대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위협에서 남한에 대한 사용 가능한 핵무기 ‘공격’ 전략과 일본과 괌에 대한 ‘억지’ 전략을 병행함으로써 자신의 전략 변화를 공표하고 있다. 이 중 핵심은 한미연합군의 미사일 방어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공격능력 확보와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 증대다.

두 번째, 미국과의 합동훈련에 맞대응하고 있다. 과거 북한은 미국의 전략자산인 항공모함을 활용한 한미훈련 시기 비난과 방어훈련에 집중했다면, 현재 북한은 미국의 이런 행동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미국의 7함대 사령관조차 항공모함을 위시한 한미훈련에 김정은이 “짜증난 것”으로 분석했다. 즉 미국 눈치도 안 본다.

세 번째,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10월 16일 개최)에도 불구하고 도발함으로써 중국 눈치도 안 본다는 점을 만방에 과시했다. 단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핑계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라는 명분만은 만들고 있다. 패권국 미국이나 신흥 강국이자 자신의 동맹국 중국과도 별개의 ‘내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네 번째, 김정은의 개인화와 백두혈통의 가족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군사 도발 장면에는 가죽 재킷을 입고 현장 지도를 하는 김정은의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영화장면이나 TV 광고처럼 등장한다. 여기에 늦은 밤 미사일 발사에 부인 이설주까지 대동한 모습도 보여준다. 자신이 직접 전술핵 운용체계를 관리하는 것은 물론 가족까지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신의 통제력을 과시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 북한의 목적과 ‘전략’이 바뀌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체제 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핵무기 사용이나 위협의 운용방식인 전술적인 변화로 보는 것이 좀 더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핵 억지(deterrence)’보다 ‘핵 태세(posture)’가 중요하다는 비핀 나랑(Vipin Narang)의 분석을 활용해 보면 전체 그림을 이해할 수 있다.

2차 공격력을 확보할 수준으로 핵무기를 확보하지 못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같은 국가들은 핵무기를 전쟁 억지에만 사용할 수 없기에, 핵무기를 재래식 무기와 어떻게 연동시켜서 운용하는지가 중요하다. 이스라엘처럼 미국의 지원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사용할 수도 있고, 인도처럼 적의 공격 이후 반격하는 억지 전략에 활용할 수도 있지만, 파키스탄처럼 핵무기를 재래식 무기와 섞어서 공세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많지 않은 핵무기를 최대한 가성비 좋게 활용하기 위한 각기 다른 전술적인 운용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북한 도발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는 자신을 위기 격화와 추가 핵실험을 통해 몸값을 높이고자 하는 전략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두렵지만, 끄떡없다는 듯이 자신의 위세를 드러냄으로써 막혀있는 ‘비핵화’ 협상을 통한 제재 해제와 지원 확보를 얻어내고자 한다. 다만 테이블에 올려둔 자신의 카드는 더 정교하고 다채롭게 위협을 가할 필요가 있어, 핵의 파괴력보다는 효율성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이 과정 모두는 외부 적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자신의 통제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국내적 결집(rally around flag) 효과는 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현재 대한민국이 혼자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어렵다.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하면서 남한과 일본을 모두 위협해 협박에 따른 판돈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견제와 러시아 견제가 지상과제인 바이든 정부에게 북한의 위협은 가을철 모기나 마찬가지다. 물리면 따끔하게 아프긴 하지만, ‘윙’ 소리만 매우 요란하다.

물러날 곳이 없어 위협을 더 강화해야만 하는 북한. 나쁜 짓에 보상할 수 없는 미국. 시진핑 3연임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 제 코가 석 자인 러시아. 북한위협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일본. 결코, 대한민국에 우호적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 위협에 충분히 대처하는 자체적인 군사 대비와 미국과의 정책 공조로 북한 도발에 큰 틀에서 대응해야 한다. 대한민국 내의 자중지란과 한미 간 이견 없이 충분히 북한 도발에 대처하겠다는 의지표명이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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