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외무고시 6개월 만에 합격한 최연소 주인공 심여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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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외무고시 6개월 만에 합격한 최연소 주인공 심여진 씨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2.10.04 10:35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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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진‧2022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연소/진선여고 졸/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재학
심여진‧2022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연소/진선여고 졸/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재학

“항상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신앙심이 큰 힘이 돼”
“귀한 쓰임 받는 겸손하고 따뜻한 외교관 되고 싶어”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올해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구. 외무고시)은 1514명이 응시해 40명이 최종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여성 합격자는 62.5%인 25명으로 지난해 63.4%(26명)보다 소폭 감소했다.

이번 합격자의 평균 나이는 26.2세로 지난해와 같고, 25∼29세가 62.5%(25명)로 절대다수를 차지했으며 20∼24세 25.0%(10명), 30∼34세 12.5%(5명) 순이었다. 최고령 합격자는 90년생(1명), 최연소는 00년생(3명)이었다. 이 가운데 생년월일 기준으로 본다면, 2000년 12월생인 심여진 씨가 사실상 최연소인 셈이다.

37.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올해 최연소의 타이틀을 갖게 된 심 씨의 수험기간은 불과 6개월에 불과했다. 외무고시에서 이렇게 초단기로 합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의 전공은 정치외교학(외교학)이 주류를 이루지만, 심 씨의 전공은 경제학이었던 점도 눈에 띄었다.

불과 4개월 만에 최연소의 타이틀로 최종 합격의 영예를 안은 심여진 씨를 법률저널이 만났다. 수험기간이 초단기여서 무슨 이야깃거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우선 소감을 묻자 심 씨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면서도 “열심히 공부했을 뿐인데 최연소로 합격하게 되어 무척 영광”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심 씨는 2019년 진선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제학부에 입학했다. 현재 4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이며 추가로 정치외교학부의 외교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뛰어난 재원이다. 서울대 경제학부는 올해 5급 공채 행정직 최연소도 배출하면서 ‘최연소의 산실’이라는 독보적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는 통상 5급 공채를 많이 준비하는 편이어서 외교관후보자 시험을 준비한 계기가 궁금했다. 바로 어릴 때의 경험이 주된 계기였다. 그는 “어릴 때 독일에서 잠시 거주했던 경험이 있었다”며 “그 경험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언젠가 직업을 가지면 꼭 해외로 출장을 많이 다닐 수 있는 직업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심 씨는 “3학년 2학기에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이후 이러한 생각이 더욱 굳건해졌다”며 “타 문화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이 재미있고, 해외 생활 자체를 좋아해서 외교관이라는 직업이 잘 맞을 것 같다고 느껴 파견 종료 직후 바로 진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아무리 외교학을 복수전공 한다고 하더라도 시험과의 연계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도 제1차에서 마지막 제3차 관문까지 총 6개월이라는 초단기로 합격하는 데는 남다른 비결이 있을법했다. 하지만 특별한 비결이라기보다 ‘정신건강’이 중요했다. 심 씨는 “계속해서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자기 암시를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며 “도저히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작년에 먼저 비슷한 수험기간으로 최연소 합격했던 학부 동기를 생각하며 힘을 냈다”고 말했다. 또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매주 일요일에 성당에 가서 기도하고 언니, 오빠들과 성가 봉헌을 하던 것 역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PSAT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자못 궁금했다. 그는 “교환학생 파견을 종료하고 한국에 돌아온 것이 1월이었고, 귀국 직후에는 건강에 문제가 있어 병원에 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하여 집중해서 공부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면서 “먼저 빠르게 3년치 기출문제를 훑어보았다”고 했다.

또 그는 “자료해석의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와서 당황했지만 원래 처음 풀면 다들 그렇다는 친구들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며 “유튜브에 올라온 여러 맛보기 강의나 PSAT 고수들이 올린 동영상을 활용해서 감을 잡았다”고 말했다. 언어논리의 경우 이해황의 ‘매뉴얼’ 책들을 활용했고, 특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자료해석은 기출문제를 분석하며 발견한 정형화된 패턴에 대해 확신하기 위해 7년 치 기출문제를 꼼꼼히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시험장에서 쉽게 풀리지 않을 때 대비한 대응 방안을 미리 계획했다. 다 풀어내는 것을 포기하고 차근차근 천천히 풀어서 푼 문제만큼은 모두 맞히자는 전략으로 접근했다. 상황판단은 언어논리와 자료해석을 공부하다 보니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채워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헌법은 학원의 동영상 강의를 들었고, 기본강의와 파이널 모의고사 강의를 차례로 빠르게 수강하여 기초 베이스를 닦았다고 했다. 또 그는 서점에서 다양한 O/X 문제집을 구매해 단기간에 필수 암기량을 채울 수 있도록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기본권’ 영역은 흥미롭고 이론도 많아서 조문과 판례 모두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지만, 통치구조에서부터는 단순 암기가 많아서 애를 먹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최대의 효과를 내야 했기에 막판에는 중요한 정족수 등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버리는 공부를 했다.

이번 2차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으로는 국제정치학을 꼽았다. 경제학이나 국제법처럼 어느 정도의 모범답안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막연함과 불확실함이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것.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강사의 3순환 모의고사를 구해서 문제 유형과 모범답안을 공부하며, 또 개별 답안 특강을 수강하면서 약점을 극복했다.

통합논술은 따로 대비하지 못했지만, 필수 과목의 수험범위 내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경제학과 국제정치학, 국제법을 최대한 다양한 분야에서 다각도로 공부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수험기간이 짧은 탓에 그는 2차 답안작성 연습을 진입 즉시 빠르게 시작해야 했다. 백지상태에서 그냥 대학 시험 답안지처럼 대충 써서 냈다가 정형화된 양식에 깔끔하게 정리된 다른 수험생의 최고답안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행착오를 통해 익힌 답안작성에 관해 그는 경제학 답안작성에 있어 삼각자 사용은 거의 필수라고 했다. 다만, 경제학은 정답성이 아주 강한 과목이라 답안작성보다는 정확하고 빠른 문제풀이를 위한 훈련이 훨씬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제법의 경우 무엇보다 발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핵심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답변의 플로우를 짜는 것이 핵심인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국제법은 발문이 상당히 긴 경우가 많기에 발문의 내용을 잘 정리해서 본론에서 모두 포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발문의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답변을 이끌어갈 힌트들이 적혀 있어서 관련 없는 말인 것 같아도 한 번쯤 더 의심해 보며 최대한 연관성을 끌어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다른 과목과 달리 국제정치학은 큰 문제 하나에 대해 한 편의 완결된 글 형식을 갖춰서 유기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제정치학도 발문을 정확히 읽고 어떤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서술해주길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면접시험은 어떻게 준비했는지 묻자 그는 외교원은 관례로 모든 합격생이 단체채팅방에 초대되어 함께 준비해 왔기에 면접에 대해서는 특별히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직무역량 면접의 경우 재작년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사태, 작년에는 주한미군 환경정화비용 처리, 올해는 사도 광산 관련 한일 관계를 묻는 지문이 출제됐다.

이와 관련 그는 “올해 전체 스터디에서도 미중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주제를 준비했지만, 면접에서는 2차 시험과는 달리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논제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제 현안과 관련된 세부 주제가 더 많이 출제되는 것 같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주문했다.

올해까지는 집단 토의가 없어서 영어에 대한 부담은 확실히 덜했다고 했다. 대신 직무역량 면접에서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했는데, 합격 직후 동문 분들과 따로 스터디를 구성해서 교내 언어교육원 그룹 과외를 받았다.

단기간의 수험생활이지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심 씨는 “처음부터 무조건 올해 안에 이 시험을 끝낸다는 마음가짐으로 진입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경제학이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이었음에도 3순환을 들을 때 너무 어려워서 쩔쩔매던 기억이 난다”며 “이렇게 해서는 결코 올해 합격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우울해지기도 했고, 몸 상태도 온전히 회복되지 않아 힘들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시험을 앞두고서는 오히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정말 초조하고 마음이 급해졌고,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시험을 치르기도 전부터 아쉬워했다”라며 “이러한 불안감 때문에 너무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2차에 합격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수험기간 4개월에 무슨 스트레스가 있었을까 싶지만, 오히려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그에게도 적잖은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는 “고시 공부에서 육체적인 피로보다 더 참기 힘든 것이 스트레스 관리인 것 같다”며 “다행히 본가가 서울이라 따로 자취방을 구하지는 않았고, 부모님께서 2차 공부를 하는 4개월 동안 매일 신림동으로 등‧하원을 도와주셨다”고 했다. 덕분에 힘든 일이 있으면 부모님과 대화하면서 충분히 풀 수 있었다는 것.

또한 그는 “같이 고시를 공부하는 동기들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나서 점심을 함께 먹고 답답한 마음을 나누며 안정을 되찾았다”며 “건강관리의 경우 아침을 포함해서 끼니를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고 비타민과 영양제도 틈틈이 챙겨 먹었고, 무엇보다 최소 6시간의 수면 시간은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직자로서의 포부를 묻는 말에 심 씨는 “우선 합격하게 된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나라의 귀한 쓰임 받는 겸손하고 따뜻한 외교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하자 그는 “같은 목표를 위해 정진하시는 많은 수험생 모두가 원하시는 바를 이루실 수 있기를, 앞날에 행복한 일만 가득하기를 응원한다”고 전했다.

초단기간에 합격한 그였지만, 그와 함께한 사람이 많았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먼저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고시 공부하는 딸을 물심양면 지원해주신 부모님의 희생과 넉넉한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3이라 본인도 매우 힘들지만, 누나를 먼저 배려해준, 사랑하는 동생 윤석에게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동생의 수능 대박과 소망하는 대학 합격을 기원합니다. 제 도전을 누구보다 응원해 주셨던 할아버지께 감사드리고 천국에서 지켜보시는 할머니 사랑합니다. 공부하느라 연락도 제대로 못 받는 친구를 끝까지 힘껏 응원해 준 우리 아발타, 다정, 민수, 효진에게도 큰 고마움과 사랑의 인사 전합니다. 먼 타국에서 친구의 합격 소식에 너무나도 기뻐해 준 해인이, 조용히 힘을 보태준 후배 현진, 하윤이, 함께 웃고 울었던 고시팟 종혁, 태훈, 희준에게도 고맙습니다. 언제나 제 마음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시는 이승하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막내라고 아껴주시는 깐뚜스 글로리애 지휘자님과 교형자매님들, 역삼동 성당 청년연합회 분들 그리고 신부님께도 큰 감사 올립니다.”

올해 5급 공채와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연소 합격자의 수험기간이 놀라울 정도로 짧았다. 외무고시 사상 최단기 합격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저널 조사에서 올해 2차 합격자의 수험기간은 5급 공채의 경우 평균 42.5개월, 외교관후보자는 평균 34.6개월에 달했다. 평균적인 수험기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이들 최연소 합격자들과 인터뷰하면서 느낀 점은 한마디로 뛰어난 수재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이 올바른 품성과 역량을 갖춘 동량지재로 성장할 것으로 믿기에 대한민국의 장래는 한층 밝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바로잡습니다]
심여진 씨의 수험기간은 오류가 있어 바로잡습니다. 그의 수험기간은 1, 2차 포함 총 6개월 정도입니다. 4개월이라는 기사의 제목은 2차만의 수험기간을 의미하는 것인데 인터뷰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습니다. 심 씨와 독자 여러분에게 혼란을 드린 점 양해 바랍니다. 

심여진‧2022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연소‧진선여고 졸‧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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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16 00:50:48
최연소, 최단기, 수석 등 온갖 암기 공부와 연관된 '타이틀'에 목 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정작 노벨상 수상자, 퍼스트 무버 기업,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인재가 안나오는 것은 참으로 생각해 볼만한 문제 다. 실력 있는 인재들의 고군분투기를 나누는 것은 좋으나, 양념이 많이 칠해지면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

ㅇㅇ 2022-10-04 22:30:49
4개월에서 왜 6개월로 늘어났나요..??

djdjdjdj 2022-10-04 17:32:24
6개월.. 4개월.. 조만간 2달컷도 나올듯!

Latta 2022-10-04 17:06:19
개인적으로는 재학 중에 고시 공부를 건드리기 시작했다면 그 기간도 산입해야 한다고 보긴 하는데...아무튼 최연소합격 축하드립니다!

spower 2022-10-04 14:39:12
와 4개월만에 그것도 최연소 합격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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