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고합니다, 이병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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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고합니다, 이병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 송기춘
  • 승인 2022.09.30 11: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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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넷플릭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라는 변호사가 로펌 한바다에 취직해서 겪는 몇 개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자기 이름이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라고 말하고, 이어서 그와 같은 음절구조를 가진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를 읊는다.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치고는 유별나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는 것이어서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의 특성이 일률적으로 어떻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영우는 고래에 깊은 지식과 엄청난 흥미를 가지고 있고, 언제라도 고래에 대해 설명하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자기 관심 밖의 일에 대해서는 무신경하여 학업성취도가 분야별로 극과 극을 이루기도 하는데, 다행히 우영우는 그 정도가 약한지 극 중에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까지 졸업하는 성취를 이룬 것으로 그려진다. 게다가 최우등(summa cum laude)에다가 수석 졸업이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그가 로펌에서 큰 활약을 한 것은 크게 두 가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그의 뛰어난 능력이다. 그는 천재로 묘사되고, 매우 창의적인 사고와 비상한 기억력, 그리고 관찰력을 보여준다. 둘째는 주변 인물들의 이해와 도움이다. 정명석, 최수연, 이준호 세 사람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가능하게 한 필수적인 존재들이라고 생각된다. 상대방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들이 없었다면 우영우는 법정에 출석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고, 공동의 작업을 해야 하는 로펌에서도 살아남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영우 같은 사람이 군에 입대했다면 어떠했을까? 요즘도 꽤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구타가 횡행하던 시절의 군대라면 신고식 때부터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신고식을 앞두고 엄청난 심리적 어려움에 봉착하였을지 모른다. 물론 반향어(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반복해서 말하는 것)를 심하게 쓰는 사람이 군에 입대하는 일은 드물겠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이든 아니든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가진 이들이 군에 입대하는 경우가 아주 없는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유형은 매우 넓은 범위를 가지고 있어서 이러한 이들이 모두 현역 이외의 복무를 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군에서 이른바 ’고문관(顧問官)‘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즉문즉답(?)이 원칙인 세계에서 질문에 ‘대충’ 답을 할 수 없는 이들은 대답에 시간이 필요하고 그사이에 엄청난 갈등과 혼란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왕따이거나 폭력적 환경에 처하는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변호사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가 대단한 활약을 하고 성공을 거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 성공 비결의 하나는 그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회전문도 통과 못하는 겁쟁이, 남의 말이나 따라 하는 버릇 없는 초짜 변호사, 남하고 어울리지도 못하고 자기 관심사만 쏟아내는 오타쿠로 취급하는 동료들을 만났다면 스토리는 뻔하잖겠는가.

군의 지휘관들도 자신이 관리해야 하는 이들에 대해 가능한 한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명령과 복종이 강한 조직이라고는 하지만, 군대라고 하여 지휘관의 명령 하나만으로 일사불란하게 조직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원해서 입대한 것이 아니기에 임무 수행에서 자발성이 부족하다 보니 자신이 맡은 임무에 대해 책임감과 자발성을 끌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군 조직을 운영하는데도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이 필요하다. 계급이 낮더라도 모두 같은 사람이고 서로 다른 점이 있는 인간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사람으로서 존중하여야 한다. 자신도 규칙을 제대로 잘 지키는 것도 자발적 복종을 끌어내는 기본적 원칙이다. 계급만 높을 뿐 존경할 만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명령만으로 부하를 지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휘관이 될 사람들은 인간과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 대화의 태도와 기술 등에 대해서도 학습할 필요가 있다. 이병 우영우를 이해하고 잘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군대에서 불가능한 일일까?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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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ㅁㅁㅁㅁ 2022-10-06 01:22:00
우영우는 여잔데 어떻게 입대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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