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참모 그룹의 집단사고인가, 자기 권력추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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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참모 그룹의 집단사고인가, 자기 권력추구인가?
  • 신희섭
  • 승인 2022.09.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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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신희섭 정치학 박사

걱정이 산더미다. 하염없이 오르는 물가. 위험천만한 주택시장. 1400원을 넘은 환율. 매일 오르는 금리. 이런 것들로 인해 1997년 IMF가 재림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 불안하다.

정치도 걱정이다. 국정운영이 잘 돼서 국민이 좀 편해지면 좋겠다는 것은 진영을 떠나 국민 대다수가 가진 생각이다. 그런데 요즘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은 그렇지 않다. 여론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아야 하는 임기 초반임에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0%를 넘어 더 떨어지고 있다.

9월 말 한 여론조사기관이 국민 1002명을 대상으로 한 현 정부의 국정 수행평가에서 긍정 평가는 27.7%까지 떨어졌다.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 기간에나 나올 수 있는 수준의 지지율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윤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60세 이상에서도 44.5%만이 긍정 평가했다. 보수진영 조차 49.3%만이 대통령의 국정을 지지한다고 한 점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에서 66.4%와 부산의 69%가 부정적인 평가했다는 점은 보수를 표방한 현 정부에게는 뼈를 때리는 것이다.

이 글은 최근 논란이 된 ‘외교적 파국’이나 ‘비속어’ 문제를 다루려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대통령을 둘러싼 참모들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치학 원론은 ‘대통령은 판단하는 자리고, 실무는 결국 참모의 몫’이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어떤 책임도 없다고 면책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와 시간이 부족한 대통령을 참모진이 어떻게 보좌하는가에 있다.

구조적인 차원에서 먼저 보자. 현 대통령을 선출할 때 대통령을 당선시킨 원동력은 ‘회고적 투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매우 중요하게 작동한 선거였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운영할 수 있는 사람보다 법률 전문가인 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정치의 경험이 없는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가 높게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마음이 바쁘다. 전임 정부와 결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원한다. 그래서 빠르게 빠르게 무엇인가를 만들어보려 한다. 경험이 부족한 대통령이라는 것을 알고 선택한 국민의 기준이 높지 않은데도 이 기준조차 맞추지 못한다. 그 이유는 성급한 일 처리 때문일 수도 있지만, 뒤처리가 잘 안 되는 것에도 있다.

이 부분에서 제일 의아한 것은 흔히 ‘청와대’로 칭해지는 참모진은 왜 이렇게 대처하는가이다.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들이 국민의 상식이라는 선을 맞추지 못하는 행동을 한다. 그래서 지지율은 더 떨어진다.

몇 가지 가설을 적용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집단 심리(group think)’가 작동하는 것이다. 집단 심리는 오랫동안 한 팀으로 지내온 이들이 ‘한 몸 정신(esprit de corps)’에 기초해 만장일치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지도자의 비합리적 결정에 구성원 그 누구도 이를 비판적으로 보고 수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 논리를 만든 어빙 재니스(I. Janis)는 피그스만 사태에서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뛰어난(Best and Brightest)’ 참모들이나, 중국의 경고에도 한국 전쟁에서 북진을 결정한 트루먼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도 이 집단사고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소수의 핵심 결정 그룹은 자신들의 유대감과 응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자신들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올바르다고 정당화할 수 있다. 특히 상황이 나빠지는 위기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높아질수록 자신들은 반드시 의견일치를 보아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하지만 이 가설이 큰 줄기는 제공할지 모르지만 아주 정확히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현재 청와대를 이룬 이들이 오랜 시간 팀을 이루면서 정치적 역경을 견뎌온 것이 아니다. 또한,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라는 점도 설득력을 약화한다.

다른 가정으로 참모 진영이 임기 초반이라 ‘높은 책임감’을 가진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들은 전임 정부와 다른 무엇인가를 터뜨려서 아마추어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일소하고 싶을 수 있다. 5년 단임제는 임기 초반에 성과가 나야만 하는 제도적 여건을 고려해서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정은 사후적 뒤처리가 미숙한 것을 잘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책임이 중요하다면, 국민의 요구나 반대에 귀를 열고 이에 반응하면서 정책을 수정해가야 하지만, 현 정부의 태도는 이와는 거리가 있다.

또 다른 가정은 참모 각각이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전체 정부가 어디로 가든 각자가 원하는 이익은 다른 것에 있다. 총선에서 의석이든 자신이 원했던 정책을 구현하든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어쩌면 대통령의 미숙함을 방패막이로 사용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가정도 참모들이 외부에 크게 드러나는 자리는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높지는 않다.

여러 가지 가정을 대입해보았을 때 한 가지로 마땅한 설명을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참모들이 무능하다고 하거나, 자기 자리를 차지하기 바빠 누구도 직언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설명은 한국 사회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전임 정부보다는 나은 것 아니냐는 반문도 유용하지 않다. 이는 주관적인 평가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외에 음모론적 시각은 현실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니 배제한다.

부족한 정보에 기초해 볼 때 급조한 조직, 각기 다른 이해관계, 정치적 경험 부족, 우리끼리라도 뭉쳐야 한다는 사고, 이런 것들이 뭉쳐져서 지금의 팀플레이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추론해본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4월 피그스 만에서 자신들이 집단사고에 빠져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을 교훈으로 삼았다.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상황에서 집단사고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자리를 비워두고 참모들이 논의하게 만들기도 한 것이다. 1960년대보다 조금은 더 발전한 시대에 우리 정부에도 이 정도는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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